정말 완벽하게 거짓말인 명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 쓰레기 여신아?"


"......!"


이런, 입이 바닥과 찐한 키스를 하는 중이라 목소리가 안 나오는 모양이다.


다 내가 머리를 짓밟고 있어서 그런 거지만.




나는 지금 화가 나있다.


아니, 사실 화내기 시작한지 20년쯤 됐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내가 상상도 못한 개똥 같은 곳에 빙의하거나 전생해서 재미 좀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 악역 뚱보 귀족 빙의?"


그 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내가 전생의 마지막 날까지도 즐긴 게임에는 아주 간단하게 퇴장당하는 뚱보 귀족이 중간보스로 등장했다.


간단하게 퇴장한다는 것에서 유추할 수 있는 내용 그대로, 엄청나게 약하다.


함께 나오는 부하보다 약한 것은 물론 어떤 의미론 자기 집 경비원보다도 약하다.


거기에다 쌓아놓은 업보가 많아서 주인공이 죽여도 후폭풍을 거의 받지를 않는다.


그렇지만...


-으득


곰씹자니 화가 나서 이 갈리는 소리가 절로 났다.


"재능이!! 넘치잖아!!!"


"...! %$#^$%^!!!!"


그래!! 그 뚱보 새끼는 재능을 가지고도 썩히는 멍청이였지, 재능이 없는 놈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래서!!! 나는!!!


"이렇게 간단하게 니놈 새끼를 참교육해줄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버렸다고!!"


화가!! 난다!!






***


바닥이 매끄럽게 갈릴 정도로 여신의 면상을 사포로 쓴 다음에야 나는 여신을 풀어줬다.


변명이 있다면 들어주려고 말이다.


"여신아, 너는 최악의 시작이라는게 뭔지 모르니?"


"저, 그 뚱보 이야기라면 사회적 위치도 반년 후엔 몰락 예정이었을 정도로 좋지 않고 재능도 잘 쳐줘야 3류 마술사 수준... 히익"


물론 그렇다고 진짜 변명하는걸 봐주겠다는 소리는 아니고.


살짝 째려봐주니 여신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알긴 하는지 얌전해졌다.


좋아, 이제 좀 건설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겠어.


"잘 들어라. 이번에야말로 내가 상상도 못한 최악인 캐릭터로 전생시켜. 알겠지?"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기세가 좀 시원찮은데. 당근을 좀 줄까.


"좋아, 선불로 지금 내가 가진 힘들을 전부 넘기지."


끄덕끄덕끄덕끄덕끄덕끄덕끄덕끄덕끄덕.


내가 사탕을 내밀자 그제야 여신의 반응이 만족스러웠다.


그러면 이번에야말로 즐거운 인생을 즐길 수 있겠지.







***



"그 여신 새끼, 이번에야말로 죽여버린다."


빙의가 끝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뒷골목 땅바닥에 누워있었다.


내가 쓰러진 것은 아니다. 이 몸의 주인이 사실상 사망하면서 쓰러진 뒤에 내가 빙의한 모양이었다.



사망 원인은... 아마도 이 10중첩쯤 되는 저주들.


게임의 하드코어 난이도를 할 때 임의로 걸고 시작할 수 있는 녀석들이다.


최대 생명력을 제한하는 생명의 저주, 최대 마나를 제한하는 마나의 저주, 하루 활동량을 제한하는 수면의 저주....



아니, 지금은 이 몸에 걸린 저주의 종류가 문제가 아니다.


그 여신년이 이런 몸뚱이에 빙의시킨 일 그 자체다.


뿌득, 하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어지간히 몸에 기력이 없는 모양이지.


상관 없다. 내 혼이 빡침을 넘어서 증오를 일으키고 있으니까.



"오오오...."


생명의 저주는 혈맥을 침식해 일정 수치의 생명력 이상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틀어막는 것.


그러나 그것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없어진 것이 아니라면 내 의지로 쓰지 못할 도리가 없다!


파삭 하는 소리를 내며 생명의 저주가 스러진다.


"오오오-"


마나의 저주는 체내의 마나와 들러붙어 움직임을 무겁게 만들어, 실질적으로 일정 수치 이상의 마나를 다루지 못하게 만드는 것.


무겁다면 힘 좀 더 빡 주면 움직일 수 있다는 뜻!


마나의 저주도 날려보낸다.


"오오오오─"


수면의 저주는 몸의 기력을 비효율적으로 소모시켜 잠을 더 오래 자게 만드는 저주.


기력은 지금부터 내가 통제하니 무용지물!


수면의 저주도 파괴한다.



"오오오오오오오!!!"


저 셋을 해결한 시점에서 몸에 기력도 대충 돌아왔겠다, 나머지 저주들은 대충 뭉쳐서 한 번에 날려보냈다.


오랜만에 이 정도로 기합을 넣으니 뭔가 상쾌한데.


"그건 그거고 여신은 죽인다."




병마에 다 죽어가는 것도 아니고 저주에 의해서 제한됐을 뿐?


그건 저주를 해제해서 되돌려받으면 끝이잖아.


이딴게... 최악?


안 되겠다. 얼굴을 사포로 쓴 건 쬐에에끔은 미안하니 어지간한 경우는 그냥 넘기고 인생을 즐기려고 했는데, 인간을 너무 얕봤다.


"딱 3일만 기다려라. 내가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