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싫어...! 놔주세요...!"


"흐흐흐. 거기 있었구나."


산딸기를 따러 깊은 숲 속까지 들어온 나는, 그만 마왕 간부 중 서열 2위인 대군주 바하무트와 마주치고 말았다.

4m도 넘는 체구에 육중한 갑옷으로 무장한 용인족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었다.


"과연 소문대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자태로군."


허공에 뜬 채 아무리 발버둥쳐도 손아귀에서 풀려날 기미라곤 없었다. 포악하고 탐욕스러운 용인족의 습성은 익히 들어보았고, 기다란 혀로 몸 곳곳을 희롱당하며 끔찍한 일을 겪는 모습이 벌써부터 그려졌다.


"자. 이제 시작해볼까?"


이제는 저항할 의지조차 남지 않았다. 눈물로 뺨을 적시며 눈을 꼭 감은 순간, 뜻밖에도 양 발이 사뿐히 바닥에 닿았다.



"드디어 잡았다!!"


바하무트가 환호성을 지르며 내 손바닥보다 큰 황금빛 풍뎅이를 집어들었다.


"아. 실례했군. 방금 네가 이 녀석을 밟을 뻔해서 말이야. 겁줘서 미안하다."


"네...?"


"얘는 이 숲에서만 서식하는 '헤라클레스장수풍뎅이'라는 종인데, 숫자도 적고 평소에는 나무 꼭데기에 살아서 구경하기도 힘들지. 덕분에 며칠 동안 여길 뒤졌어."


"아..하하. 축하드려요."


"마침 네가 지나가지 않았다면 놓쳤을 거야. 웬 인간이 있나 싶어 쳐다보다 찾았거든. 이건 선물이야."


머뭇거리며 손바닥을 내밀자 반짝이는 금화 여댓 닢이 떨어졌다.


"제가 뭘 했다고요. 정말 괜찮아요."


"고작 금화 몇 닢보다 소중한 걸 얻었는걸? 빨리 가서 마왕님보다 내가 먼저 잡았다고 자랑해야겠다."


지난번에는 용사(남자)가 자길 납치했던 마왕과 결혼식을 올리더니, 참 알 수 없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