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생 장붕(박사과정 3년차)은 지원자 리스트를 보다가 말했다.

"교수님 분명 이번 학기엔 연구생들을 선발하신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뛰어난 연구생이 필요하다고 했지"

깐깐한 교수놈의 소문이 퍼졌는지 지원자들의 스팩은 최상위권이었다. 최소 평점이 4.0 이상에 4학년 수석도 껴 있었다. 이미 다른 연구실의 학부 연구생으로 활동한 경력까지 있는 사람도 있었다.

"4학년 학생들은 대부분 과정을 이수하고 기본적인 전공 지식도 습득했으니 조금만 가르치면 한 사람 몫은 금방 할탠데요. 그 전에 학부 졸업하고 지원하는데 4학년을 안받겠다는 건 무슨 말씀이신지..."

장붕은 필사적이었다. 연구실은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교수놈이 따오는 과제들은 하나같이 수준이 높고 기한이 빡빡해 수시로 밤을 새야했다. 기숙사 침대에서 잠자는 건 한달 중 10번이 채 안됐다.

참다못한 연구생들이 사정해서 겨우 생긴 인력충원의 기회가 교수놈의 말도 안되는 심술로 날아가게 둘 수는 없었다.

"뛰어난 학생은 4학년을 하지 않잖아"

교수는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이 답했다.

"...예?"

"정말로 뛰어난 학생은 학부에 4년씩이나 허비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