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투표 돌려보다 문득 궁금해진 건데


대개 마왕을 무찌르면 희생 이벤트가 반드시 하나씩은 뜨잖아?


만약 성녀가 어쩔 수 없이 용사와 세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고


그래서 본인도 눈물을 머금고 세상을 택, 용사를 포기했는데


알 수 없는 조화로 용사는 죽지 않고 도로 회생하게 되는 거임


그런데 이 사실을 알아챈 마왕의 잔존사념이 복수를 위해 자신의 정체를 교묘하게 숨기고 접근


NTR물의 정석 같은 스토리를 지어내서 "다른 남자랑 붙어먹어서 널 버린 거다"라며 모조된 증거품과 매수한 증인, 정교한 환상까지 동원해 용사를 속이는 거임


심지어 성녀의 시점은 전혀 보여주지 않는 터라, 독자들도 이 시점까지는 마왕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구도


결국 분노한 용사는 성녀에게 학을 완전히 떼버리는데


비록 세상을 위한 일이라 한들, 용사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 반쯤 폐인으로 살던 성녀가 용사의 부활 소식을 접수


기쁜 나머지 한달음에 달려가서 용사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관계를 회복하려 하지만


이미 거짓 금태양 스토리에 속아넘어간 용사는 전형적인 후피집식 논리와 대사로 성녀를 더러운 암캐 취급


그간 그녀와 쌓아온 소중한 추억까지 전부 부정하면서 온갖 심한 욕설로 그녀를 매도하는데


사정을 모르는 성녀는 억울함을 호소하려 하지만, 용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심지어 알 수 없는 언령의 저주까지 갑자기 걸려서 제대로 해명을 하는 것도 불가


성녀가 변명조차 똑바로 하지 못하자 용사는 마왕의 이간질을 완전히 믿게 되고


그렇게 성녀를 버린 채 홀로 떠나서 다른 인연을 만들고 행복하게 살아감


성녀는 어떻게든 용사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긴긴 세월 노력하지만 전부 허사로 돌아가고


결국 희망을 버린 나머지, "그래, 이게 용사님을 택하지 않은 내 업보인 거야"라고 자책하면서 자살을 택함


성녀가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에 용사는 통쾌하기는커녕 영 마음이 꿉꿉하고 찝찝해서 그녀의 무덤이나 한 번 가보는데


그때 마왕의 잔존사념이 나타나 진짜 정체를 밝히면서 "넌 나에게 속은 거다, 용사!"라며 진상을 알려주고


성녀는 다른 남자를 만난 적도, 한시도 용사를 잊은 적도 없으며


성녀의 본분 때문에 용사를 버리기는 했지만, 그 죄책감 때문에 홀로 고통받았다는 사실까지 전부 폭로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용사를 비웃으면서 "나는 복수를 이루었다, 용사!"라고 선언하면서 그대로 소멸


때마침 비까지 내리면서 성녀의 비석을 구슬프게 적시며 끝나는



이런 것도 후피집으로 치나?


문득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