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총명한 왕 이야기~

옛날 옛적에, 동대륙을 통일한 총명한 왕이 있었습니다.

왕은 그 비범한 행적에 걸맞는 강인한 영혼을 가지고 있었고, 그 영혼에 눈독을 들인 지고의 악마는 사악한 계략을 꾸미게 됩니다.

악마는 백작부인의 뱃속에 들어가 절세 미인으로 태어났고, 그 외모를 이용해 왕의 후궁으로 뽑혔습니다.

곧 왕과의 첫 동침이 이뤄지고, 왕의 영혼을 빼았겠다는 악마의 계획이 성공하기 직전...

왕의 용맹한 칼날이 악마의 목을 베었습니다

사실은 10년 전,딸의 출생 시기를 이상하게 생각한 백작부인은 왕에게 이를 말했고

이를 주의깊게 들은 왕은 사제들을 동원, 악마의 정체를 알게 된 왕은

지고의 악마의 영혼이 도망치지 못하게 방에 결계를 준비해둔 다음, 악마를 처리한 것입니다

결국 용감하게 진실을 말한 백작부인과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총명한 왕의 활약으로,
오랜 기간 왕국을 괴롭혀온 지고의 악마를 처리할 수 있던 것입니다

~해피엔딩~








"..."

왕의 칼에는 악마의 검은 피가 흘렀고, 악마는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듯 놀란 얼굴로 왕을 쳐다봤다.

"...설마 내가 먹잇감에게 죽임 당할줄이야"

자신의 죽음도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악마는 천천히 그를 관찰하며 말했다.

"정말 흥미롭네, 더욱더 가지고 싶어졌어..."

그러고서 악마는 자신의 남아있는 힘을 전부 사용해, 왕에게 술법을 걸었다


"내 영혼과 네 영혼의 인과를 묶어놨다. 이렇게 하면 다음 생에서도 만날 수 있겠지."

"이대로 끝나는건 아쉽잖아? 다음 생에도 같이 놀아 보자고"

" 그때는 꼭, 네 영혼을 손에 넣고 말겠어."

악마의 질나쁜 도발에, 왕은 의외로 웃으며 답하였다.


"할 수 있으면 해보라지, 다음 생에서도 베어주마. 사악한 악마여."
 
왕의 말을 들은 악마는 똑같이 웃음 지었고, 곧 힘이 다해 사라졌다.

악마의 저주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단명할 운명이였는지는 몰라도, 왕 또한 몇년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었다.







"...! 나왔습니다 부인! 남자아이에요!"

"첫 출산에 바로 아들이라니... 축하합니다 변경백님!"

"줄곧 자식이 없어 고민이였는데 다행이군. 이름은... 가문의 상징을 따서 '리온'으로 하자! 

전생에 위대한 왕이였던 그는 변경백의 장남으로 태어나게 된다.

악마가 건 술법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왕은 전생의 기억까지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전생에 쌓은 업적 덕분인지, 책임감 있는 아버지와 다정하신 어머니가 있는 화목한 가정이였고
변경에 있어 유복하진 않았지만, 나름 살만한 형편이였던 영지에서 그토록 좋아하던 무예를 하며 자랐다.

그렇게 15살이 되던 해, 리온은 아버지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리온, 드디어 너의 약혼자가 정해졌단다!"

"무려 북방의 명망있는 공작가에서, 네 무예 실력을 높이 사 선을 보자고 하더구나."

"총명하고 배려심 깊기로 유명한 공작가의 장녀와 약혼이라니 잘 됐구나 리안."

리온은 공작가와의 약혼에 조금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약혼자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무려 공작가와 약혼이라니, 아버님도 참 수완이 좋으시네. 비록 두번째여도, 일생을 함께할 반려를 보는건 항상 기대되는 일이지.'

리온은 부모님과 함께 맞선을 보러 공작 영지로 떠났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약혼자를 보게 된다.

'오오... 소문대로 정말 아름다운 여인이군.게다가 총명하다고 하니 대화하는 재미가 있겠어.'

그렇게 자신의 약혼자와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던 중, 그녀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리온에게 귓말을 하였다.

"드디어 만났네, 총명한 국왕님?♥"

그 순간 리온은 오한이 등줄기를 타고 오르며 놀라 뒷걸음질 쳤고, 즉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리온을 향해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리온은 그가 자신이 전생에 베었던 악마라는걸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왜 그러니 리온?"

하지만 양가 부모님이 선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칼을 꺼내 그녀를 벨 수도 없는 노릇, 일단은 괜찮은 척을 했다

선이 진행되고, 드디어 둘만 있는 시간. 악마 쪽에서 먼저 말을 건넸다

"분명 전에 다시 베어버린다 하지 않았나?"

"여전히 질이 나쁘네. 그러지 못하는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

리온의 여유없는 반응에 만족한 듯, 그녀는 작게 웃었다

"그나저나 네가 총명하고 배려심 깊은 영애라고? 어이가 없네."

"왜 그래? 내가 악마 노릇을 몇천 년이나 했는데, 연기 정도는 할 줄 안다고?"

"그래서, 어쩔 생각이지? 지금 내 영혼을 먹을 거냐?"

"그럴리가, 지금 내 몸으론 널 제압도 못하는걸"

서로 말을 주고받던 중, 부모들이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

"어떻게, 서로 이야기 해 봤니? 이쪽은 얼추 끝났단다."

"공식적인 약혼 발표는 3일 뒤 연회를 열어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영지를 구경시켜주려고 하는데. 괜찮겠지?"

"일단 오늘은 먼 길 오느라 피곤할 테니 쉬고들 있게."

첫날 일정이 끝나고, 리온은 방에서 고민 하고 있었다

'하필 약혼자가 그 악마라니, 곤란한데. 어떻게 해야 하지..."

앞으로의 일에 대해 막막해하며, 리온은 일단 잠에 들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