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냉대와 혐오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결과는 정해져 있는


누가 보더라도 측은함과 동정심을 유발하는 그런 절망적인 피폐물이 좋다.



[때문에 우리는 행복해야 한다.

아니면 불행할 수밖에 없으니까.]


[자신의 인생에서, 자의로 한 선택 따위는 없다.

선택이라는 사치조차 부릴 수 없었다.]


[한번도 행복하지 못했는데.

벌써 죽어야 하나요?]


이런 대사가 나오는 그런거



예시로 예전에 썼던 프리코네 팬픽 하나 가져옴

캬루가 괴롭히기 맛깔나드라고






도와주세요

ㅂㅐ가 ㄱ파요

너ㅜ ㅊ워ㅇㅛ

모ㅁ이 아ㅍ요


손가락 몇 개 남지 않은 손으로 삐뚤빼뚤하게나마 글자를 끼적여 적은 낡은 팻말.

잔뜩 웅크린 캬루는 그것을 겨우 잡은 채로 먹을 것을 구걸하고 있었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한겨울.

뒤집어 쓴 거라곤 얇은 모포 한 장에, 바닥의 냉기를 막으려 깐 거적 하나.

몇 달째 제대로 된 식사를 한번도 하지 못한데다 열악한 환경에 독감까지 걸렸다.


펄펄 끓는 열과 콧물이 숨을 막고, 추위에 손발은 곱다 못해 얼어버렸으며, 덜덜 떨리는 몸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쓰레기통이라도 뒤져 먹을 것을 구해야 하지만, 조금이라도 온기를 얻을 수 있는 모포 밖으로 벗어나면 몇 분 지나지 않아 얼어죽고만다는 것을, 캬루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이틀째 추위 때문에 먹을 것을 구하러나가지 못한 상황.

굶어 죽거나, 얼어 죽거나 둘 중 하나의 상황에서  그녀는 배고픔을 이기지 못했다.

비틀비틀 일어나 쓰레기통을 찾는 캬루.

운이 좋다면, 음식물 쓰레기통을 찾을 수 있으리라.


골목길에서 차가운 금속 뚜껑을 들어올리며 먹을 것을 찾는 캬루.

손은 얼어서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발도 감각이 없어진 지 오래이니 여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에 비해 얻는 수확은 적었다.

간신히 찾아낸 것은, 살얼음이 얼어 얼음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작은 쥐 시체 하나였다.

아마 추위를 이기지 못했으리라.

수확물을 들고 비틀거리며 자기 자리로 돌아가 모포에 파고드는 캬루.

앏고 낡았지만, 없는 것 보다는 낫다.


얼어서 딱딱해진 사체를 간신히 씹어 삼키고 다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집중하는 그녀.




".....콜록."


작은 기침 하나가 멈추지 않는 기침으로 변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콜록! 콜록콜록! 켁! 케켁! 콜록콜록콜록! 콜록! 으웨엑! 케...으웩!!"

폐를 칼로 긁어내는 듯한 끔찍한 통증.

쓰라린 고통에, 캬루는 웅크린 몸을 뒤틀지만 누구 하나 신경쓰는 이 없다.

"페켁...켁! 케켁!!"

이내 피까지 뱉어내는 그녀.


독감에 폐렴이 합쳐져 이루 말할수 없는 몸 상태를 가진 듯 하다.


하지만 치료약은 꿈도 꿀 수 없고, 영양이 풍부한 환자식은커녕 따가운 목을 달래줄 따뜻한 물 한 컵조차 그녀에게는 엄청난 사치이다.


겨우 기어서 지나가던 행인에게 매달리는 캬루.



비록 가능성은 아주 낮더라도 지금의 유일한 희망이다.


제발...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하지만 기침을 참아가며 겨우 낸 소리는

"켁...콜록...케...ㅇ......ㅇㅇ......"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애초에 혀도 예전에 뽑혔으니 대화가 통할 리 만무하다.



"뭐야 이건?"

발로 다리에 매달린 그녀를 걷어차 날려 보내는 행인.

캬루는 힘없이 차여 굴러가다 벽에 부딪혀 멈췄다.



더 이상 남아있는 힘은 없다.

배는 음식을 달라 아우성치고, 손발은 찌릿찌릿하다 감각이 없어진 지 오래이며 허파는 칼이 쑤시는 고통에 비명을 지른다.

체력은 다 떨어지고, 의식이 멀어지며 눈앞이 흐려진다.



캬루가 마지막에 느낀 것은, 살아있을 때 그토록 갈구했던 따뜻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