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환된 이세계에는 용사와 마왕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용사, 타인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의 몸을 내던지는 존재.

마왕, 마를 다스리는 마족들의 왕.


그런데 그거 아는가? 마왕은 ‘왕’이다. 왕은 인간계에도 있다.

그러면 마족들에게도 ‘용사’란 있을 수 있는 게 아닌가.


나는 마족들의 용사였다. 인간계의 용사에게 대항하여 마족들과 마왕들을 지켜내는.


뭐, 패배했지만.


그래도 내 힘과 마왕들의 대부분의 힘을 소모해 발동한 전이마법 덕분에, 전쟁에서 패배한 마족들은 두번째 삶을 구가할 수 있었다.


이곳, 나의 고향, 지구에서 ‘전이자’ 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내가 모 막내아들 드라마 주인공처럼 땅부자 재벌3세였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었다. 10만명을 전부 수용할 수 있어서 말이다.


“도련님, 길드 설립이 승인 되었습니다.”

“마족들 무력이 남아있어서 참 다행이네.”

“자세히 설명해드겠습니다. 마왕군 사천왕을 필두로 한 A급 길드 하나와, B급들로 이루어진 대형 길드 4개. 모두 저희 그룹을 퍼블리셔로 삼아 큰 성장세가 예상됩니다.”


“좋아, 아, 비전투 마족들의 교육 현황은 어떻게 돼?”

“순조롭습니다. 회장님도 호평일색이세요. 마족들은 각자 지능 혹은 무력의 한계치가 인간보다 높아, 그룹에서 세우려던 길드라거나, 추진하려던 분야의 인력확보에 큰 이익으로 다가오더군요.”


“마족들의 태도는?”

“처음엔 인간을 향한 반발심이 장애물이었지만, 저희가 판테온 행성의 인간과는 다른 종족이란 걸 받아들인 듯 해요. 도련님 덕분이 컸죠.”


내 혼신의 똥꼬쇼 덕분에, 10만이라는 인간보다 우월한 스펙의 노동자를 대규모로 입수한 기업.

그것이 그룹에서 나의 3년이라는 공백을 회복시켜주고 있었다.


뭐,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지만.


“당신들은 일 안합니까?”

“우리야 고생 좀 많이 했잖아. 편히 쉬자.”

“용사야, 정말 고맙긴 하지만, 몸에 힘이 없단다.”

“으음, 전이마법에 마력을 너무 소모해서 그런지 나른하구나.”


시발, 지구의 게이트를 통해 이미 마력은 회복한지 오래면서.


“마몬, 뭐 보느냐?”

“루시퍼님, 이 드라마라는 게 참 재밌군요. 아주 훌륭한 문명입니다.”

“나도 볼래!”

“레비아탄, 네가 이해하기엔 좀 난해할지도 모른단다.”

“근데 사탄님은 뭐하고 계시죠?”

“롤이란 신문물을 접하고 방안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는구나.”


마왕이라는 작자들이!


“지금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다른 마족들은 모두 저마다 할 일을 찾고 있는데!”

“에이, 우리 사이잖아~.”


망할 벨페고르.

저 여자만 아니었어도 다른 마왕들이 이렇게 타락하진 않았을 텐데.


“아스모데우스는?”

“편의점. 콘돔? 인가 뭔가 하는 게 궁금해서 사러갔데. 아, 왔다.”

“모두, 섹스한 아침입니다 후후.”


인간계 성문화 탐방을 나선 색욕왕 아스모데우스.


-띵동

“아 배달왔다. 내 사랑 마라탕~”

“저 폭식왕년은 먹는 게 다 가슴으로 가는게 부럽구나.”


마라탕을 한입에 삼키는 먹방왕… 아니, 폭식왕 바알세불.


“그나저나 가챠 시간이군요.”


드라마 보면서 용돈으로 가챠겜 돌리는 핵과금러. 탐욕왕 마몬.


“나도 중계나 달려야겠구나.”


타락의 요충지 야갤, 오만의 요충지 허언증갤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타락천사. 교만왕 루시퍼.


“나도 저거 가질래!”


남들이 가진 건 전부 뺏고싶어하는 미친 정박아, 질투왕 레비아탄. 이 년은 가끔 얀데레 비슷한 모습도 보여 날 미치게 한다.


-아 시발 정글 개새끼 진짜!


롤하면서 모든 분노의 감정을 부르짖는 분노왕 사탄.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어질어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데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사느냐?”

“뭐 어때에~ 우리 용사가 돈이 많다잖아아~.


마왕들을 글러먹게 만든 장본인. 나태왕 벨페고르.


이년들만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 길드를 전부 먹는 것도 가능할  텐데.


미친년들 때문에 돌아버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