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도 땃겠다 그녀랑 함께 부산으로 놀러갔다가 화물차에 치이더니...그대로 이 판타지 세계에 전생했다.


이 세계는 흥미로웠는데, 내가있던 인간진영은 주로 신의 힘이나 마력을 이용하여 싸우고, 몇백년동안 싸우면서 엎치락 뒤치락 거리던 마족진영은 둠 시리즈의 악마들 처럼 기계및 기술들을 사용하여 싸운다고 한다.


여하튼 인간진영의 용사로서 환생한 나는 여신에게 한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내 연인도 이 세계에 전생했다는 소리를 듣고,  '마왕과 싸우다 보면 그녀도 찾겠고, 그럼 원래세계로 돌아가던가 이 세계에서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겠지?'란 일념하에 무수한 미사일과 중기관포, 지옥 레이저들 사이에서 마족들을 베고 베고 또 베었다.


대부분은 좆밥이였으나 문제는 드문드문 나오는 마족의 챔피언, 서큐버스 출신처럼 보이는 그녀는 다른 녀석들과는 달리 최첨단 바이저 핼멧을 쓰고 단분자 칼날을 양손에 든 채 따라 잡을 수 조차 없는 음속으로 나와 내 일행을 위협했다.


다행히 순간순간 기지를 발휘해 쫓아 낼 순 있었으나... 틈날때마다 온다는게 문제. 얼굴을 가리는 신성한 투구덕분인지 그녀에게 치명상을 입은 적은 없었다.


그렇게 마족군 진영 최심부에서 부득이하게 일행들과 찢어진 뒤 기여코 그녀와 단면승부를 치르게 되었다. 용호상박을 이루던 도중, 우리 둘이 칼날이 서로의 머리를 쳐 각자의 투구가 깨지게 되어 얼굴이 들어나니...


"...어? 장...순아...?"


"장...붕...?"


마족의 챔피언은, 내가 그렇게 찾아다니던 내 오랜 소꿉친구이자 5년지기 연인인, 장순이였다.


그녀의 전말은 이러했다. 내가 이 세계에 떨어지던 그날, 그녀 또한 이 세계에 마족으로 전생하였으며 역시 나와 같은 이유로 마족의 챔피언이 되었고 나 또한 어딘가에 전생했을 꺼란 계시를 들은 채 인간들을 썰면서 나를 찾아다녔던 것이였다.


이 엽기적이고도 비극적인 상황. 비록 서로 사랑하는 사이일지언정, 지금은 서로의 목을 베어야 되는 상황. 로미오와 줄리엣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일단 이대로는 제대로 싸울 수 없다고 판단, 다음날 까지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맞붙기로 했다. 실은 그냥 사랑의 도피라도 칠까 생각했지만 왕국에선 마족의 챔피언의 목을 어떻게든 가져오라고 지랄이였고, 마족진영에서도 내 목을 호시탐탐노리고 있었으니, 심지어 양측에서는 우리를 최중요 전력으로 취급해서 함부로 빠지기에는 너무 무책임한 행동이였다.


그렇게 오지않았으면 싶었던 아침이 밝아오고, 우리 둘은 다시 만나게 되었다. 


"...때가 되었네..."


"응..."


"...장순아, 우리 치일때 기억나?"


"안 날수가 없지.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던 때니까."


"사실, 그날 부산에서 밤에 불꽃축제가 열리기로 했었다? 그때 너한테 청혼 하려고 했었는데..."


"알고 있었어, 사실, 니 주머니에 반지함이 있던거 슬쩍 봤었거든."


"...그냥 내가 할복 할까? 그럼 너라도 행복해지니까..."


"됬어, 그럼 나도 불편해. 난 죽을꺼면 니 손에 죽고싶어. 너도 같은 생각일텐데?"


"...미안해."


"...나야말로."


그렇게 둘의 일기토가 벌여졌고, 약 30분간의 사투끝에 장순이는 날이 다 나간 칼날과 함께 무릎을 꿇었고, 내 성검은 장순이의 목 바로 앞에 서있었다.


"....."


"...축하해, 이제 마왕님만 남겠네?"


"...장순아. 정말 사랑했어."


"...나도."


"...미안해."


그렇게 나는 성검을 휘둘렀다.











...갑자기 내리 쮠 거대한 푸른 광선만 아니였다면.


광선의 후폭풍에 나와 장순이는 서로 튕겨나갔고, 광선은 곧 멎더니 그 자리엔 처음보는 종족이 서있었다.

(본 이미지는 예시로 든 것입니다.)


"반갑습니다. 두 종족의 대표들이여, 저는 저 머나먼 곳에서 파견된 평화유지 함대의 사절단, 아이리스입니다."


"...우리가 대표인건 어떻게 안거지?"


"관찰과 분석이죠. 우리는 요 근래동안 이 행성에 대한 정보, 역사와 현재 상황을 철저히, 면밀히 분석했습니다. 지금 이렇게 당신 원주민들과의 대화가 가능한 것도 이러한 시도의 결과죠. 여하튼 그리하여 우리는 인간이라 불리는, 신앙력과 마력을 사용하는 종족과 마족이라 불리는, 고도로 발달된 기술을 사용하는 종족이 수백년동안 고지전처럼 엎치락 뒤치락 하던걸 알아냈습니다."


"...원하는게 뭐지?"


"한 행성에서의 내분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 종족도 한때는 그래왔으니깐요. 하나, 이 내분이 장기화 될수록 양측에는 물론 이 행성에게조차 부정적인 결과만 남길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수천년동안 축적된 우리 종족의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재자라도 되시겠다?"


"바로 그겁니다! 내분이 일어나는 행성은 비단 여기뿐만이 아니라 이 드넓은 우주에 수십, 수백, 수천개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종족은 그런 행성을 볼때마다 즉각 평화유지 함대를 파견하여 그 행성에서 이뤄지고 있는 내분을 '중재'시키고 '교화'시키죠. 그리하여 우리의 철저한 '관리'하에, 그 행성과 그곳에 있던 원주민들은 '평화'를 맞이하게 된답니다. 물론 반발이 아주 없었던건 아닙니다만...그럴때 마다 저희는 부모가 아이를 혼내듯이 '훈육'을 시키곤 하죠. 그럼으로써 어느 종족의 소집단이 소멸한다던가 하는 상처가 남겠지만...그래도 '평화'란 대의를 위해서라면, 그정도는 싼거 아니겠습니..."


나는, 장순이는, 그 외계인년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남아있던 온 힘을 다하여 목을 치려했다. 하나 이 시도는 그 녀석의 주위를 두르고 있던 정체불명의 보호막에 의해 무마되었다.


"보호막?! 하지만 이건..."


"성스러운 힘도, 마족의 기술도 아니야, 이건 대체..."


"흠, 이런 경우도 많이 겪어봤습니다. 이젠 익숙하군요. 다시 이어서 말하자면, 일주일 내로 당신네들 두 종족의 각 수장에게 가서 우리 종족의 평화 유지에 협력하겠다는 맹세를 하게끔 만드시면 됩니다. 그럼 저희는 '훈육'을 할 필요없이, 당신들 원주민들을 복속시켜 저희 '관리'하에 평화롭고, 안전하게 지내게 할 테니깐요. 만약 맹세를 하지 않는 쪽이 있다면 그 종족 전체를 절멸...하는 건 역시 너무하겠죠? 하하하, 그냥 외곽지역부터 불태우면서, 최대 24시간동안 '부탁'을 할 껍니다. 이러면 어느센가 맹세를 하더군요. 아무쪼록, 현명한 판단, 바라겠습니다."


외계인은 자기 할말만 다 하고나선 다시 푸른 섬광을 내뿜고는 사라졌다. 하늘을 보니 거대한 회식 원반이 구름너머에 떠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저게 녀석이 말한 평화 유지 함대인가...


"...장붕아. 우린 연인이였지?"


"...그치."


"그럼 내 생각도 알겠지?"


"...응"


"...본 때를 보여주자" "...본 때를 보여주자."


그렇게 나와 장순이는 각자의 왕국으로 돌아갔고, 사정을 들은 국왕과 마왕은 고심끝에 회담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약속일로부터 5일 뒤...








마족의 기술력과 인간의 마력을 합친 결과물을 통해

우린 망할 외계인새끼들을 조지러 함대로 향한다.


<장붕이와 장순이가 마법공학 로켓을 통해 우여곡절을 겪으며 함대 내부로 잠입해 만나는 외계인들을 족족 썰은 뒤, 함대장까지 함/대/장으로 만들고 부셔지는 모선에서 탈출하여 폭발하는 함대들을 폭죽삼아 청혼한뒤, 인간과 마족이 화합한 세상을 두 사람의 아이와 함께 지켜보게 될때까지 약 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