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산보의 어원을 살펴보자. 중국 과학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야부우치 기요시에 의하면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에 오석산(五錫散)이라는 일종의 흥분제를 먹는 것이 유행하였다고 한다. 오석산은 독물인 비소(砒素)를 포함하고 있어 먹으면 정신이 상쾌해지고 병자도 일시적으로 나은 것 같은 기분이 되나 이것을 오래 먹으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난다. 복용 직후에는 몸 전체가 후끈거려 그것을 발산시키기 위하여 걸어 다닐 필요가 있었다. 이것을 행산(行散)이라고 하는데 ‘산보’라는 말은 여기서 생겼다고 한다.
세조실록 31권 세조 9년(1463년) 윤7월 11일 무진 2번째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나온다.
'승정원(承政院)에서 날이 가문다고 하여 기우(祈雨)하기를 청(請)하니, 전지(傳旨)하기를,
"어찌 기도(祈禱)하는데 수고를 들이겠는가? 장차 반드시 비가 올 것이다."
하였다. 그때 마침 날씨가 청명(淸明)하여 구름이 없었는데, 정오가 되자 구름이 일어서 종일토록 비가 그치지 않았다. 임금이 매우 기뻐하며 우의(雨衣)를 입고서 후원(後苑)을 산보(散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