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단단한 등껍질을 가졌던 어느 거북이가 있었다.

단단한 등껍질은 일족의 자랑이자 자부심이었다.

그 어떤 종파도 가지지 못한 그 불괴의 벽을 많은 거북이들은 단련하고 또 단련했다.

일족은 말했다. 자신들은 느리지만 누구보다 단단하다고.

그 어떤 발빠른 종족도 자신들의 등껍질을 깨트리지는 못한다고.

거북이는 생각했다.

일족은 우리들이 느리고 단단하다고 말하는데, 어째서 단단함만을 단련하고 느림은 단련하지 않는 것일까.


하여, 거북이는 느림을 단련했다.

느리게 걸을 때만 볼 수 있는 세상이 있었다.

한 걸음이 늦어질수록 그 걸음 사이의 향기는 더 짙어졌다.

두 걸음을 걸을 때는 보지 못했던 풀잎의 상처가, 한 걸음을 걸을 때는 가슴 아플 정도로 선명하게 보였다.


하여, 거북이는 풀잎을 짓밟지 못하였다. 견디지 못하였기에 견뎌내지 아니했다.

호사가들이 말하기를, 초상비.

그 돌덩이같은 자가 풀잎 위를 걷는다 말하였다.

거북이는 점점 더 느려졌다.

주변에서 아무리 용을 써도 그 한 걸음을 밀어낼 수 없었다.


천근과 같다 하였고.

그 어떤 차가운 바람도 그의 찻잔을 식힐 수 없었다.


한서가 빗겨간다 하였으며.

그 어떤 날카로운 손톱도 그의 피를 흐르게 만들지 못했다.


도검이 불침한다 하였으니.

그 어떤 지독한 독니도 그의 심장을 더 빠르게 하거나 더 느리게 하지 못했다.


만독이 무용하다 하였다.

그의 일족이 단단한 등껍질을 단련하고, 또 단련하여 이르려던 경지.

불괴를.

그 거북이는 오직 스스로의 느림으로 완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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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동물들이 개파 조사인 퍼리 무협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