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작가가 아무리 촘촘히 설정해서 핍진성을 갖춘다 할지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른바 "민주 사회" 속 인터넷 여론이란 걸 보고 있자면, 진짜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힘든 "억까"가 존재 하지.


그런 걸 놓고 보면, 그런 무지성 욕설에 대하여 정부는 손 놓고 수수방관하는 게 리얼한 걸까?


민주 사회에서 여론 탄압이 쉽게 되는지, 그리고 그걸 수행한다면 이미 그 시점에서 히어로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걸까?


사실 오버테크를 넘어선 오버파워를 지닌 빌런과 히어로 등장, 나머지는 무고하고 무능한 일반 시민이라고 구도를 짜 버리고 나면 상당한 "문학적 허용"을 넣지 않으면 사실 밸런스 자체를 못 지킴.


예시가 나오는 [나히아]의 경우, 애초에 "자경단"에 가까운 히어로를 연예인 급으로 추앙하는 방식의 지원과 롤모델화 하는 고소득 전문 직업꾼으로 포섭하는 건, 정부 자체가 컨트롤을 갖기가 거의 불능에 가깝기 때문에. 뭐냐 하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사회 질서를 어지럽힐 만한 위험성을 가진 개성 인자들이고, 반면에 모두가 히어로가 될 잠재성을 갖춘 존재들이니까.


이렇게까지 오면, 우리가 현재 바라보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 사상에 근간한 민주 사회는 더 이상 없지. 거기도 설정 자체가 초상 이후 완전히 무너진 사회가 그 이후 나히아의 설정과 같은 기이한 시스템에 근간하여 새롭게 쌓아올린 "모순 덩어리" 사회니까. 이러면 여론 문제에 있어서 그렇게까지 문제가 되나 싶긴 해. 무슨 말인가 하면, 이렇게 되면 민주 사회의 정당성 같은 거 관계 없이 여론 통제가 있냐 없냐의 설정이 그냥 작가 의도, 취향에 따라 움직일 뿐이란 거지.


그런데 만약 설정상 이례적인 빌런, 소수의 히어로, 그리고 우리가 익히 잘 아는 현실적인 민주 사회(개중에서도 특히 우리 나라)를 끌고 들어오면 얘기는 좀 더 복잡해 지겠지. 문제는 여기서 정부가 나서서 "여론 탄압"에 나선다면, 그건 애초에 헌법상 금지된 검열에 해당하는데, 그게 수행 가능할까?


가능해지더라도 문제가 생기는 게, 그런 밸런스가 압도적으로 기운 히어로를 무력 집단으로 거느린 정부가, 잠재적인 민주 사회를 파괴할 독재적 권력 집단으로 변모하지 않을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 있을까? 그렇기에 더더욱 여론은 반권력적으로 그 비난과 비판의 수위가 강할 수밖에 없고, 그걸 오히려 남겨 둬야 하는 정당성이 발생하지 않을까?


히어로가 그런 억압적인 권력에 순응해서, 본인에게 닿는 욕설이 심리적으로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그 탄압에 앞장 선다면 그게 "히어로"가 맞아? 외려 민주 사회를 파괴하는 헌법파괴 빌런이 아니고? 



내가 생각하는 히어로는, "자기희생적" 면모를 갖출 수 있는 것도 하나의 필수 자질 요건으로 봄.


이걸 엿볼 수 있는 존재 중 하나가 홍정훈 작가의 [발틴 사가]인데, 여기서 보면 주인공이 모두에게 멸시 받는 종족으로 나오거든? 히어로들이 구제 과정에서 사고를 더 친다던가 뭐 그런 문제를 넘어섬. 그 혐 취급을 보면 진짜 아무런 이유 없다니까. 그냥 멸시받고 천시 당할 종족이라 받는 미움임. 본인은 잘못 1도 없고, 오히려 "내게 무기를 주면 괴물을 잡아주겠다"고 깃발 달고 다니고, 말그대로 밥 주고 이름 불러주면 괴력으로 사람들 핍박하는 악귀를 잡아 족쳐 주는데, 그럼에도 미움 받지.


근데 본인에게 1도 데미지가 없어. 그냥 그러려니 함. 약간 초인적으로 강한 멘탈을 보여주는데, 솔직히 히어로면 그 정돈 보여줘야 되는 거 아님? 그게 아니면 진짜 걸어다니는 시한폭탄 중2병 애새끼잖아. 그걸 도대체 어떻게 믿고 히어로로 떠받들어 주라고.


말을 쎄게 했는데,

결론적으로 히어로 정도 되는 존재면 "어디서 개가 짖네"급으로 무시할 수도 있어야 하는 초월적 존재 아니냐는 거지.


마블식 히어로가 늘 "가볍다" "캐주얼" "패션 히어로" 소리 듣는 게, 그런 여론에 휘둘리고 인간적으로 보인다 싶을 정도의 결함을 하나씩 갖고 있기 마련이라 그런데, 그런 거 때문인지 히어로가 너무 무게감 떨어지는 느낌도 듦. 물론 그거 좋아하는 사람이 잘못 됐다가 아니라, 그게 본질적 히어로상이 맞냐는 거지. 그냥 잘 팔릴 뿐이고 어떤 의미에서 팬시할 뿐인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