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나, 드디어 깨어나신 건가?! 어서 다른 분들에게 연락을..."

주치의가 놀라며 방을 뛰쳐나간다

'뭐지 여기는? 난 분명 내 방에서 잠을...'

칙칙하고 낮선 방과 그에 어울리지 않는 호화로운 침대,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 누워있었다

곧이어 멋들어진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내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깨어나셔서 다행입니다 호국경 전하. 상태는 괜찮으신지?"

'호국경'이라는 호칭에 당황한 나는 그에게 되물었다

"잠깐만 무슨 소리지? 내가 호국경이라니?"

내 질문에 사람들이 당황하자, 옆에 있던 주치의가 말했다

"전하께선 오랜만에 깨어난 탓인지 아직 기억이 혼란스러운 모양입니다"

"일단 여기서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그들은 잠시동안 의논을 하며 몇가지 전달 사항을 전해준 뒤에, 주치의를 제외하고 모두 방을 나갔다

한동안 병실에서 지내던 나는 병실에 있는 여러 책을 읽으며 정보를 얻었다

여러 정보를 조합한 결과, 아무래도 나는 어떤 국가의 독재자로 빙의한 모양이다




하루가 지나고, 나는 단계적으로 내 직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책으로만은 현제 상황을 알기 힘들었던 나는 길을 안내하는 보좌에게 물었다

"내가 아직 기억이 조금 혼란해서 그런데... 지금 상황을 간단히 말해줄 수 있나?"

"지금은 제국력 221년"
"전 황제의 지위 아래,제국은 서쪽의 위그드라실 합중국과의 전역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칙칙한 벙커에 있을 때부터 예상했지만, 내 나라는 지금 전쟁 중인것 같다

보자관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드디어 내 집무실에 도착했으나...

집무실의 문을 연 나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사람이 손에 권총을 들고, 머리를 관통당한 채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게 어떻게 된 것이지? 저기 있는건 대체 누구냔 말이다?!"

"...아, 죄송합니다 전하, 오랫동안 쓰지 않은 탓에 집무실이 조금 더러워져 있군요, 금방 치우겠습니다"

보좌관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나와 똑같이 생긴 시체를 옮겼다

진짜 호국경은 자살했고, 난 그저 호국경과 똑같은 몸으로 소환당했던 것이다

나는 충격에 어안이 벙벙했으나,이제부터 겪을 일에 비하면 세발에 피에 지나지 않았다

"적군이 넓은 대형으로 본토에 상륙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제 7 방어군은 대체 뭘 한거지?! 거기는 그들의 방위구역 아닌가?"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지 참모총장? 7 방위군은 이미 전멸하여 존재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았나!"

본토까지 들어온 적군과 현실 도피로 망상에 빠진 참모진

(쿵) (쿠웅)

"젠장, 또 폭격인가. 마지막으로 벙커 밖에서 해를 본게 언제인지도 모르겠군."

수도에 끊임없이 쏟아지는 폭격

"밖에서 자꾸 진동이 느껴집니다 아버님. 분명 승전에 기뻐하는 민중들이 환호하는 것이겠죠?"

전쟁을 일으킨 전 황제는 폭격으로 진작에 전사하고, 황제라는 이름의 11살짜리 전쟁고아는 나를 아비라 부르며 병리적인 도피를 하고 있었다

"전황은 절망적이고, 적군은 나의 생존따윈 용납하지 않는다. 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거지?"

자꾸만 내 허리춤에 있는 권총에 손이 가려고 한다.




패망 직전에 전생해서 피폐해지는 주인공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