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아담하고 귀여운 여자애인데


실은 대책이 없을 정도로 덜렁이여서

숙제는 까먹기 일수에

툭하면 준비물도 빠트리고

아무 것도 없는 길에서 느닷없이 넘어지곤 함


꼭 물가에 내놓은 아이같아서

내가 챙겨주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그런 보호본능이 발동해

옆에서 이것저것 도와주다 보니


어느새 초 중 고를 같이 다녔고

정신을 차려보니 대학까지 따라온 소꿉친구


대학 근처에 자취방을 구한 남주와 달리

기숙사에 들어가려던 소꿉친구는

아니나 다를까

그만 입사 신청 기간을 착각해버리고 마는데...




(가만히 있으면

청초하고 아리따운 아가씨인데


실은 대책이 없을 정도로 집착이 강해서

남주의 시간표를 외우고 다니고

우연을 가장해 남주와 같은 학용품을 사고

은근슬쩍 자기 거랑 바꿔치기 하곤 함


꼭 남주가 썼던 물건을 고집해서

물건 대부분이 남주의 손을 탄 것들임

남주 옆에 찰떡같이 달라 붙어서

남주를 독점하는 건 물론


부모님께 조르고 남주를 유인해가며

일부로 남주와 같은 학교만 골라 다녔음

 

드디어 자취방을 구해 독립한 남주

남주의 자취방을 둘 만의 신혼방으로 만들려는

원대한 계획을 이제

실천에 옮길 마지막 수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나랑 룸셰어 하자!"





이런 느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