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통감>과 같은 동아시아의 역사서에서 볼 수 있는 감(鑑)이라는 한자는 거울이라는 의미를 갖는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우리는 거울을 보며 모습을 바로잡지만, 사람이 거울을 보았을 때 빛이 우리 눈의 시신경을 때릴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즉, 우리는 과거의 모습을 보며 현재의 자신을 꾸미는 거라는 그런 내용이었다.

역사도 그런 것이 아닌가? 역사는 우리의 거울이다. 그리고 거울을 통해 보는 우리의 모습은 실은 과거의 모습이다. 아주 찰나의 과거지만, 우리는 과거를 보며 현재를 준비한다.

우리의 삶은 인류 전체, 더 나아가 지구의 역사와 비교하면 하찮기 그지없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이 직접 인간을 흙으로 빚어냈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는 표현을 우리는 자주 쓴다.

근대철학 이후 인간은 스스로를 신으로부터 단절시켰다. 인간은 신의 창조물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된 동물로서 정의되었다. 신의 창조물에서 그저 동물로 전락했다. 그러나 이 추락에는 객관성과 명확한 정의가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를 하찮은 존재로 낙인 찍은 이 차갑고 냉혹한 근대철학에 퍽 만족하였다. 어둡고 야만스럽던 중세여 사라지거라! 이성과 합리의 시대가 왔노라!

그러나 스스로를 신성으로부터 단절시킨 결과는 썩 좋지 않은 것 같다. 그저 사회의 부속품이 된 인간은 서로에게 냉혹해지고 계산적으로 변했으며 '신'을 대신해 '민족'과 '국가' 그리고 '사상'을 숭배하게 되었다.

그 잔혹한 신의 이름으로 우리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악행을 저질렀다. 합리와 이성과 과학은 우리를 밝은 천국이 아닌 어둠의 무저갱으로 빠뜨렸고, 그제서야 우리는 눈을 뜨게 되었다.

이 신들 역시 완벽한 이들이 아니구나. 이 신들은 우리를 죽이려 드는구나. 이 진실을 온 몸으르 느끼며 우리는 거울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거울 속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손에 쥔 펜과 총과 저울과 법전에는 얼마나 많은 피가 묻어있는가?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에게 솔직한가?

이 뉴스를 보며 나는 우리 모두가 거울을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느낀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월남전, 군사독재까지. 암울했던 옷을 입은 과거의 우리를 보며. 과거의 과오를 솔직하게 얘기할 때가 이제 서서히 오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니 이제는 흰 수의를 입고 거울을 봐야지. 흰 국화를 손에 쥐고 거울을 봐야지. 더는 빨개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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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보고 쓴 두서 없는 얘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