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화독을

안고 도는 밤은 깊었다

재만 남은 가슴이

문풍지 소리에 떤다



- 윤동주, <가슴3>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그믐달 반딧불은

부서진 달 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 윤동주, <반딧불>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 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 윤동주, <바람이 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