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사람도 아닌 끔찍한 괴물으로서.


...뭐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괴물인게 오히려 다행이었지만 말이야...



* * *


........철퍼덕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와 동시에 몸에 충격이 달린다.


혹시 침대에서 굴러떨어진 걸까? 아니 그렇다면 철퍼덕 소리는 뭐지?


나는 그런 의문을 느끼며 둔중한 정신을 서서히 깨워갔다. 마치 어두운 물속에 빠진듯한 감각을 느끼며 상황을 파악하려한다.


"으, 으으읏... 하으아... 아아아... 흐으윽..."


그때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힘없고 절망에 찌든 목소리, 참으로 피폐하기 짝이 없는 소리였다.


"뭐야? 뭘 정신줄을 잃고 있어? 하, 시발. 야! 일어나 이 육변기야! 애쌔끼 낳았으니까 빨리 또 임신해야지! 그게 임신주머니인 니가 할 일이잖아!"

"으, 으으으...! 시, 시끄러워! 시끄러워! 나, 난! 육변기도 임신주머니도 아니야! 나는 인간이야! 사람이라고!"

"허! 이년이 아직도 주제파악을 못하네. 야 임마 별에별 괴물들한테 존나게 따먹힌 끝에 이런 괴상한 것까지 낳아놓고 그딴 소리를 해? 시벌 범해지다가 머리가 돌아버렸냐? 병신년이 쓸데없는 소리말고 빨리 일어서!"

"까아아악!"


파공음이 들리며 무언가가 파열하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아마 채찍소리겠지. 그리고 계속해서 연달아 그 소리가 들린다. 끔찍한 비명소리와 옅은 울음소리 또한 계속 들려온다.


...나는 그것이 무척이나 듣기 싫은 것으로 느껴졌고 이를 듣지 않을 방법이 없나 멍한 머리로 생각하다가.


이내 좋을 생각을 떠올렸다.


어떤 소리가 듣기 싫다면... 그 소리를 만들어내는 주체를 없애면 된다는 생각을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내가 그것을 간단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모를 확신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이것을 몸을 일으켰다고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추악한 고깃덩어리가 부풀어오른다. 빠르게 커져 상당한 크기를 손에 넣은 그것은 사람 한명 정도는 간단하게 짓이겨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뭐, 뭐—"


그래 이렇게 말이야.


강하게 휘둘러진 고깃덩어리는 채찍이자 둔기가 되어 당황하던 남자를 한낱 불쌍한 육편으로 바꿨다. 육체가 터지며 피가 폭발하듯이 터져나온다. 그렇게 남자는 원형을 알아볼 수 없는 시체가 되었다.


즉 이제 듣기 싫은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였다. 해피엔딩이네.


"어...? 에...?"


스스로에게 자축을 보내고 있자, 옆에서 당혹스러워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까 그 여성의 소리. 나름 듣기 좋은 목소리.


그녀에게 시선을 돌려 그녀의 모습을 본다. 그 비참한 모습을 눈안에 담는다.


몸은 여러 체액과 정액으로 더렵혀졌고 또 별에별 추악하고 모욕적인 낙서들이 가득했다. 거기에 더해 그녀가 몸에 걸친 것은 누더기 그 자체인 천뿐.


본래 아주 아름다웠을 금발의 소녀는 그렇게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팔다리에는 족쇄가 채어져 있어 더더욱 참담한 느낌을 자아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잠깐 생각하다가 문득 어떤 가설을 떠올렸다. 왠지 모르게 그것에 강한 납득을 느끼며 아직도 현실감이 없는 정신으로 꺼낼 말을 골랐다.


그리고 이내.


[...엄마?]

"아... 아... 하아아..."


라고 내가 말하자 그녀는 픽 하고 정신을 잃었다. 아무래도 여러모로 한계였던 모양이었다.


...설마 내가 엄마라고 부른 것 때문은 아니겠지?


흐음... 그건 그렇고 이제는 어떻게 하면 좋을려나...


나는 그리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완벽하게 밀폐되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공간.


그런 공간을 둘러보다가 이윽고.


"왜 이렇게 오래걸려? 빨리 그년 데리고... 와..."


범죄자 같은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와 이 방의 참상을 보고 당황한다.


...일단은 저거를 처리하도록 할까.


상황은 모르겠지만 아마 죽여두는게 좋을테니까 말이야.


나는 그렇게 또다시 살인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괴물로서 인간을 죽인다.


...뭐, 내가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를 생각해보면...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