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교양을 쌓기 위해 왕궁에서 시녀 일을 했었고, 그때 만난 왕자를 남몰래 짝사랑하던 어느 귀족 집안의 영애가 있었다. 


 그녀는 왕자에게 어울리는 여인이 되기 위해 언젠가 왕자와 다시 만나게 될 단 하루를 기약하며 공부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왕궁에서 열리는 무도회에서 다시 왕자와 만나게 되지만 왕자의 시선은 이미 신데렐라에게 꽂혀있었고, 그녀가 아무리 열심히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관심을 끌어보려 해도 왕자는 그녀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무도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간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조용히 숨죽여 눈물을 흘리는 것뿐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다시 만나게 될 그 단 하루를 위해 그렇게 긴 시간을 노력해왔거늘,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더욱 빛나는 주인공 신데렐라에게만 눈길을 보내는 왕자와 그런 왕자의 마음을 훔친 신데렐라를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녀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단역, 신데렐라가 흘리고 간 유리구두의 주인 행세를 하려는 가짜들 중 하나로 취급될 뿐인 것을.


 처음에는 그녀도 신데렐라를 시기하는 자신의 자매들과 같이 발가락 잘라내어 유리구두의 주인이 되려는 생각을 했었다.


 자신의 몸을 깎아내는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다시 한번 왕자를 만나고 싶었으니까. 


 그러다 문득 왕자를 사랑하는 그 마음이 그저 자신의 자기만족을 위한 그릇된 감정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진정으로 그를 사랑한다면 그의 감정과 선택을 존중해주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녀는 자신의 손에 들린 과도를 내려놓고 왕자와 신데렐라의 결혼식장을 찾아가 먼발치에서나마 왕자의 행복을 빌어준다. 


 주인공이 되지 못한 자신에겐 이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

교양과목 과제용으로 쓴거 올림


다시 훑어보니 그냥 어디에나 있을법한 그런 이야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