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말하길, 동화는 아이들이 먼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라고 한다.



우리 마을엔 이야기꾼이 자주 놀러와 동화책이 많았지만, 나와 리나가 보던 창은 늘 하나였다.



[용기사 엘키호테] 



동화 속 주인공 엘키호테는 허세 가득한 기사로, 늘 삐쩍 마른 와이번 로시난테를 타고 말썽과 사고를 일으키지만, 마지막엔 아름다운 공주님을 구한다.



교훈 따윈 없는 단순하고 우스꽝스런 동화였지만, 우리 둘은 언제나 이 동화에 열광했다.



"푸하하! 엘키호테가 또 풍차에 돌진했어! 저 바보!"

"엘, 이것 좀 봐! 산적든ㅅ이 엉덩이에 불 붙어서 호수에 뛰어드는 거 진짜 웃겨!"



우린 매일 같이 마을과 들판을 뛰놀며 용기사 놀이를 했다.



엘키호테와 이름이 비슷한 내가 용기사를,

황금 같은 머릿결을 가진 리나가 공주역할을.


하루도 빠짐 없이 둘이서 그렇게 놀았지만, 어린 우리는 지겨움 따윈 전혀 느끼지 못했다.



"리나! 난 나중에 용기사가 될 거야! 엄청엄청 강하고, 엄청엄청 멋진 기사가!"


"그럼 난 공주님이 되서 너한테 구해질래!"


대신 꿈을 피웠다.


그것은 처음엔 어린 아이의 철없는 희망사항이었으나, 많은 시간이 지나 우리가 청년과 여인이 됐을땐 확고한 목표가 되었다.



난 기사가 되기 위해 왕국으로 떠났고, 당당히 기사 시험에 합격했다.




{나 왕실 기사 시험에 합격했어! 두고 봐, 최연소 용기사가 될 테니까!}

[황금 같은 머릿결을 가진 공주에게, 미래의 용기사가.]


{그래, 너라면 반드시 될 수 있을 거야. 늘 응원해, 나의 엘!}

[나의 기사님에게, 시골 공주님이.]



비록 몸은 떨어졌으나, 우린 철없는 목표만큼 철없는 편지를 주고 받으며 지냈고,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첫 휴가를 받은 날 난 고향에 깜짝 방문했다.




"불이야!!!"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끄아, 용이다!"



불타는 내 고향으로.



"리나, 리나!!!"



사람들의 대피를 도우며, 리나를 찾았다.



"에, 엘!!!"


그녀는 마을 광장 한복판에 있었다.



크아아아아-!


집채만한 용 한마리가 있는 광장 한복판에.


"엘, 안돼, 살려ㅈ..!"


"리나!!!"



사악한 용은, 공주를 데리고 사라졌다.


무능한 기사는 용의 탑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돌아온 건 불에 탄 그녀의 옷과 머리카락 뿐이었다.


그 날 이후 기사는 빛을 잃었다.


.

.


"야, 꼴통 평민. 이 꽁초 먹고 개처럼 짖으면 금화 2닢 줄게. 어떠냐?"


"아니면 엘자님 가슴 한번 주무르고 와라. 금화 10닢 주마."


"....."


비실비실한 기사와 뚱뚱한 기사가 엘을 압박했으나,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하, 이 쓰레기가! 무시하는 것도 정도껏 해야.."


"지금 이게 무슨 소란이지."


"에,엘자님!"


비실이의 올라간 손을 한 여인이 잡는다.



"또 엘을 괴롭히고 있었나? 다들 훈련하고도 힘이 남아도나 보군."


""아,아닙니다!!""


"둘 모두 당장 A구역 탑으로 가라. 귀빈들 때문에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더군."


""넵, 알겠습니다!""



비실이와 뚱뚱이가 떠나자 부단장 엘자는 엘을 바라봤다.



아무런 의욕도, 빛도 없는 기사단의 문제아.

그 어떤 짓을 해도 반응 없이 당하기만 하기에 기사단 내에서 샌드백으로 유명하다.



"...그대는 매번 당하는게 지겹지도 않나?"


"...."


"...하, 됐네. 자네도 따라오게. 우리 기사단 모두 오라고 하니."


"..예."


"용기사들이 보급 때문에 잠시 들렀다고 하는데, 챙길 보급품이 많은ㄱ.."


"...용이요?"


"호오, 눈이 그렇게 동그래지는건 처음 보는 군. 왜 그러지?"


"...아닙니다."


.

.


"대단하군, 진짜로 용을 길들이다니."


기사단원들은 탑 위에 대기중인 용들을 보며 감탄했다.



"용기사라... 어렸을땐 목표였는데..."


"꿈 깨. 저 녀석들은 엘리트들중에서 엘리트들이잖냐."



"엘, 자네는 어떤가? 용을 본 소감은?"


"...역겹군요."


엘은 그 말과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


일도 끝났고, 저 증오스런 생명체들을 더 보기도 싫었으니까.



"뭐라고? 그게 무슨 소.."


"모두들 감사합니다!"


부단장이 묻기 전, 용기사 단원 중 한명이 큰소리로 외쳤다.



"덕분에 장기 비행 훈련은 무사히 마칠수 있을거 같네요! 그럼 모두 수고하세요! 단장, 얼른 갑시다!"


"응."


단원들의 제촉에 한 여인이 보급품을 들고 그들에게로 걸어갔다.



"....?"



무능한 기사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황금 같이 찬란하게 빛나는 저 금발.


틀림없다.



"...리나?"


"야 꼴통, 어딜 접근하는 거냐? 저 분은 너 따위ㄱ..."


"리나? 리나? 리나?"


"갈! 내 말 안 들려!? 네 놈 따위는 저 분에.."


"비켜."


"으아아아!!!"


기사잔 단원중 한명이 그를 막아섰으나 엘은 그를 가볍게 제압했다.

늘 얻어맞기만 하던 엘이 단원중 한명을 때려눕힌 것에 모두들 당황했으나, 다들 곧 정신을 차리고 그를 막아세웠다.



"아니 맨날 얌전하던 애가 왜 이래? 너 뭐 잘못 먹었어?!"


"얌마! 저 사람들 잘못 건드면 우리 목 잘린다고!!"


"비켜, 비켜, 비키라고!!!"

"용기사 여러분, 얼른 가세요. 이 일은 저희가 알아서..."


"리나!!!"


기사의 간절한 외침에, 용기사들의 단장은 잠시 고개를 돌려 그를 봤다.



그리고 소리 없이, 그에게 입모양으로 답했다.


'안녕, 나의 기사.'


.

.


"...팔 괜찮나? 피해는?"


"기사단 대부분 부상, A구역 탑 파괴..."


"그걸 엘 혼자서 했고?"


"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아냐, 믿고 말고. 그냥 확인차 물어본 거야."


"예?"


"왕실기사 시험 역대 최연소 합격자이자 단장인 날 진검으로 이긴 놈이야. 그 정도는 되야지."


"그게, 대체 무슨...?"


"고향이 불탔다고 했었나. 무슨 사건 뒤로는 늘 죽은 듯이 살아서 걱정이었는데, 실력은 안 녹슬었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이상한 목표도 생겼고."


"목표라뇨?"


"그 자식, 갑자기 나한테 용기사가 되는 법을 알려

달라고 하더군. 그래서 일단 용이 필요하다니까, 휴가를 전부 쓰는 거 있지?"


"휴가? 지금 장난하십니까?"


"진담이야. 몇년동안 쌓아둔 휴가 다 쓰겠다는데 안 보내면 내 목 벨 거 같아서 그냥 보냈다."


"어디로요?"


"...대수림을 불태웠다던, 화룡이 사는 곳."


.

.


"...감히 인간 따위가, 이 몸의 둥지에 발을 들이다니...!"


"화룡 이그니스, 너에게 제안을 하나 하겠다."


"필멸자 주제에 무슨 제안을 하겠단 거냐?"


"내 목표는 용기사. 그러니 나의 용이 되어라."


"하! 웃기지도 않는군. 내가 왜 그래야하지?"


"거부한다면, 강제로라도 끌고 가겠다. 이름도 로시난테로 바꾸고."


"건방진 녀석!!"


.

.


"이건.... 말도 안돼... 거짓말...!"


"동료가 될 거냐? 아니면, 죽을 거냐?"


"....크으윽...."


자신보다 한참 작고 나약한 인간에게 짓밟힌 화룡은 한참을 침묵하다, 작은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나, 화룡 이그니스는 너의..."



과연 엘은 화룡과 동료가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실종된 리나는 왜 용기사가 된 걸까요?

엘은 과연 용기사가 되어 리나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힘순찐 기사가 소꿉친구를 위해 먼치킨 용 타고 용기사 되는 영화! {용기사 엘키호테}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