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윾챈에서 이걸 올렸는데, 이왕 쓴김에 한번 여기도 올려보겠음.


일든 제러드 교수 말이 엄청 크게 틀린 건 아닌데 엄밀하게 말하면 맞는 이야기도 아님.


이제 그 이야기를 해보겠음.


기원전 10 세기 경에 요서에 한국계 집단의 직계 조상으로 보이는 청동기 문화 집단이 나타남.

이 문화를 십이대영자 문화라고 부르고, 이 문명을 건설한 건 고대 북방 한민족인 예맥(濊貊)족임.

(그 이전의 청동기 집단도 있는데 이건 한국인이라기 보다는 또다른 북방민족과도 얽혀있어서 복잡함. 순수 한국인으로 볼 수 있는 건 십이대영자 문화부터임)


그리고 이 예맥족이 앞으로 이야기할 모든 것들의 가장 핵심이 되는 집단임.


예맥족은 해외 학계에서는 Proto Korean이라고도 부름. 말 그대로 현대 한국인의 원 조상이 되는 집단이라서 그런거임.


이들이 어디서 왔냐는 격렬한 논쟁거리가 되기는 하는데, 정설에 따르면 몽골 초원이나 시베리아 등지에서 발원한 북방 유목 집단이 점차 남하했다는 주장이 대세임.


왜냐면 고고학적으로 볼 때 이들의 문화가 시베리아 집단이나 유목 집단과의 유사성이 잘 보이거든.


그런데 현대 유전학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 해안선을 따라서 요령 지역에 정착한 집단의 후예임.


이 경우, 고고학과 합치되게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은 서쪽에서 온 인류가 인도차이나 해안선->중국 해안선->만주 북부나 시베리아 지역으로 진출해서 유목화 되었다가 재남하하여 현대 한국인이 되었다는 주장도 있음.


여튼 중요한 건 이 요서의 집단들이 이후 요동 지역에서 청동기 문화를 꽃피우기 시작함.


이건 아마도 본격적인 도시국가 시대가 시작되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음.


그러다가 기원전 7세기 쯤 되면 난립하던 요동 청동기 집단 중에서 정가와자 집단이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함.


이때부터는 확실히 국가가 등장했다고 볼 수 있음.


그러다가 기원전 4세기 쯤 되면 비파형 동검의 전투버전인 세형 동검 문화가 나타나기 시작함.


사실 비파형 청동검은 실제 싸움에는 이용 안했다는게 정설임. 

왜냐면 실전을 염두해 뒀다기엔 너무 효용성이 없거든


하지만 세형동검은 보다시피 실전성 높은 외형에, 손잡이 부분까지 일체화되서 나온 실전용 무구들도 자주 발견됨.


결정적으로, 세형 동검은 사람 피 묻은 게 나온 적이 있었음(실전에서 썼다는 강력한 증거).


이때부터 고조선의 중심지가 요동에서 평양으로 한번 더 옮겨감.


그런데 사람들이 하는 착각이 한반도가 비어있었고, 우리가 한반도의 토착 원주민이라고 착각한다는 거임.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아니다. 그 시대에도 한반도에는 토착 원주민이 있었음.



다들 역사시간에 고조선과 동시기에 존속했던 진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배워봤을 거임.


근데 딱히 기억나는 건 없지?

그게 당연한 게 진국에 대한 기록도 적고, 기원에 대한 정체성을 두고서 논란이 많아서 그래.

심지어는 한국사가 아니라 일본사에 넣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종종 나올 정도인데, 이건 나중에 이야기해봄.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면, 원래 전통적인 한국의 역사학자들은 남부의 한반도 토착 원주민을 "한국계 집단"으로 간주하면서도, "고구려와 같은 북방 예맥족과의 혼혈로 형성된 동류집단"으로 간주했음.


그러니 이 토착 남방계 집단도 실상 까고보면 혈통적으로나 언어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전혀 이질적인 집단이 아니란거지.


그런데 이런 주장은 해외 학자들에게 존나게 얻어맞기 시작함.


특히 일본어의 원류를 찾는 언어학자들이 그랬음.


왜냐면 일본어는 언어적으로 볼 때 한국어와 아주 높은 친연성을 보여주는 데다가, 넓게보면 몽골어, 퉁구스어와의 연관성도 나타나거든.


근데 순수하게 일본 역사만 봤을 때는 이러한 유사성이 이해하기 어려움.


일단 일본은 섬나라라서 유목민 집단과 그닥 교류한 적도 없는 데다가, 얘들은 육로가 아니라 해안선 루트를 따라서 온게 아니냐는 추측이 많거든.


그런데 여기에 한국을 딱 넣는 순간? 모든 문제점이 명쾌하게 해결되는 거지.


유목민과의 유사성? -> 어? 한국이 유목민 영향 존나 받았잖아. -> 어? 그러고보니 한반도 찍고 일본으로 건너간 애들이 존나많네?


이렇게 되는 거지.


결론적으로 일본계 집단은 어떤 식으로든 그 기원에 반드시 한국계 집단이 연관될 수밖에 없음.


이때 주장이 크게 두 개로 갈리는데, 일본인 화자집단의 기원을 부여->고구려(백제)->일본으로 보는 집단(로비츠)

또다른 주장은 고구려->현대 한국/원시 신라어->고대 일본이라고 보는 주장(보빈)


이 두가지가 있는데, 과거 주장 말고 현대까지 살아남은 주장 두 개만 살펴볼거임.


우선 로비츠의 주장부터 보자.



이 경우, 일본은 부여계 집단의 직계 후예가 되고, 한국계 집단은 부여계 집단과 연관성이 적고 대신 신라계 집단의 직계 후예라는 결론에 도달함.

(즉, 부여->고구려->일본/한국은 신라 후예)


그렇지만 일단 두 언어 모두 하나의 집단에서 기원했다고 보는 학설임.

이 고대 한국-일본 집단의 원 조상이 부여 고구려계 집단/신라계 집단으로 나뉘었다고 보는거지.


다만 지리적인 연관성(신라가 훨씬 가깝잖아), 그리고 고구려는 전통적으로 한국계 국가로 여겨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었음.


그나마 마르티나 같은 경우에는 양반에 속하는데, 왜냐면 부여어족에 일본어가 속한다는 주장을 처음으로 해서 주류로 자리잡게 만든 크리스토퍼 백위드는 "신라어 후예인 현대 한국어는 고구려어와의 연관성이 전무하며, 현대 일본어가 고구려어의 후예이다"라는 정말 개발작할 만한 주장을 펼쳤기 때문임.


그럼에도 백위드의 주장은 서구 학계의 정설로 자리매김 했었어.

알렉산더 보빈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크리스토퍼 백위드가 고구려어->일본어고 고구려어는 한국어와 관계없음! 같은 개씹일뽕같은 쌉소리를 날렸지만 한국 학자들은 대세를 뒤집지 못하고 있었어.


발작버튼 눌린 한국 학자들이 열심히 반박을 펼쳤지만, 한국 언어학자들의 실력이 존나 처참(...)했기 때문에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한 거야.


애초에 국내 정설 자체가 한국어는 신라어의 직계 후예, 여기에 고구려어가 첨가된 언어라는 주장이 대세였거든.


그런데 이때 여론을 뒤집고, 역으로 고구려어의 직계 후예가 현대 한국어라는 주장을 펼쳐서 그걸 주류이론으로 만든 언어학자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소련계 미국인 알렉산더 보빈이야.


이 사람은 언어학계의 네임드였는데, 본래는 일본어를 연구하던 학자였어.


알렉산더 보빈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정리돼.


1. 만주 중남부에 뛰어난 기마술과 철기 문명을 갖춘 유목 집단이 살았다(예맥족)

2. 얘들이 한국인의 직계 조상일거임(고려).

3. 이 새끼들이 장갑기병으로 한반도 남부를 밀고 들어와 점진적으로 정복해 국가를 세웠다.

(보빈에 따르면 백제가 먼저 따이고 신라가 뒤늦게 따먹혔다)

4. 그 정복당한 토착 원주민이 일본어 쓰는 집단임.

5. 일부는 남아 피지배계급을 형성했지만, 대부분은 지평선 너머 섬으로 런했다.

6. 그게 일본임.


이라는 주장이었음.


근데 이 주장이 고대 한국사와 일본사의 수많은 미스터리를 풀 수 있기 때문에, 역사 좀 관심있다 하는 사람들은 이걸 거의 정론으로 받아들임.


그래서 최신 이론 좋아하는 연구자들은 거의 이 논리를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음.


그럼 당장 생각해 볼 수 있는 반론이 왜 하필 고구려냐? 라고 생각할 수 있음.


알렉산더 보빈의 논리는 이러함.


1. 신라는 고구려계 정복민을 완전 동화시키는데 실패함(실제로 자치 형태로 지배했음)

2. 때문에 동화되지 않은 고구려인들이 고려 왕조를 세움.

3. 근데 고려 왕조는 개성을 중심으로 강력한 중앙집권을 추구했는데, 이 과정에서 개성어(고구려어)가 표준어로 자리매김함.


이라는 논리임.

논리가 상당히 설득력있고 실제 역사와도 합치되는 부분이 많아서 최근 국내 연구자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뉨.


첫째는 보빈의 주장을 거의 차용한 것.

현대 한국어는 고구려어의 직계이고, 고대 일본인은 한반도 남부와 규슈 일대에 살던 집단이다.


즉, 한국인은 만주-한반도 북부에

일본인은 한반도 남부-일본 열도에 살고 있었고

한반도 내에 있던 세력은 한국계 청동기-철기 문화 집단에 의해 주도되고 있었다는 거지.


단, 원시 신라어가 고대 일본어의 원형이라는 주장은 보빈이 명쾌하게 제시 못했다고 못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음


두번째 주장은 고구려어-백제어-신라어 나누는 것 자체가 병신같다는 주장인데, 국내에서는 이게 좀 더 인기가 많은듯.


왜냐면 관직명이나 인명을 봐도 계통이 다르다는 고구려어와 신라어가 크게 차이가 안남.

때문에 이 주장에 동의 못하는 보빈이건 백위드건 삼국시대 후반에 가면 세 언어간의 차이는 거의 소멸한다는 데에 동의함(다르게 말하면 부여어가 주도권을 잡은 것임)


결정적으로, 역사적으로 볼 때 고구려건 백제건 신라건 가야건 지배층은 전부 예맥족임.


신라를 세운 집단도 고조선 멸망 이후 이주한 집단.

고구려를 세운 집단은 그냥 대놓고 고조선계 집단을 흡수했음(농도가 제일 높음)

백제 역시 고구려계 집단의 일파.

백제에게 정복당한 마한 역시 고조선계 집단이 여러차례 이주해서 건설한 집단임(목지국, 건마국)

가야 또한 북방 기마민족이 토착민을 정복하고 세운 게 문헌적으로나 고고학적으로 직간접적으로 확인됨.

(참고로 가야 신화에서는 아홉 명의 칸(干)이 나옴)

(이게 좀 더 극단적인 주장으로 가면 흉노족 어쩌구 하는 또라이들도 있음)


그러니 애초에 조또 모르는 서양 오랑캐들이 지들 좆대로 이건 부여계고 이건 한계 언어고 나누는게 불편하다는 주장임.

(왜냐면 서구 학자들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일본어를 설명하기 위한 게 많음.)


이 주장이 왜 유용하냐면, 이걸 받아들이면 여태껏 양국관계의 비밀이 대부분 해결되기 때문임.


역사 좀 공부했다 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것중에 전방후원분이라고 있음.


삼국시대 초기 고구려를 돌무지무덤(그 피라미드처럼 생긴거)이 대표한다면 이건 일본을 대표하는 무덤양식임.


다시 말하면 전방후원분이 있다->그럼 일본계 집단이다 라고 단언할 수 있는 정도임.


근데 그게 한반도 남부에서도 종종 발견됨.


이걸 여태까지는 일본인들이 '봐라! 고대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근거로 삼고 있었음.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사료적 근거가 전무하고 고고학적으로 볼 때에도 후진 집단이 선진 집단을 역지배했다는 거라 말이 안됐음.


그런데 이게 사실 한반도에 살던 일본계 잔류집단이 남긴 흔적이라면? 말이 되는거지.


반대로 일본 신화에는 스사노오란 신이 나오는데, 이새끼 별명이 탈조선의 선구자임.


왜냐면 스사노오가 처음 강림한 곳이 자기네 일본이 아니라 신라의 소시모리산이란 돗임.


여기서 배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는데, 이걸 보면 얘들은 원래 신라 출신이라는 걸 암시함.


때문에 일제시대에는 스사노오는 사실 단군이고, 이건 조선과 일본이 원래 한 민족이라는 증거야! 라고 내선일체의 근거로 쓰였음.


문제는, 그렇다고 보기에는 일본 신화에서 신라는 존나 나쁜 역으로 나옴.

(심지어 스사노오가 낳은 신 이름중에 신라, 가야가 있음에도.)


자기 원류인데 악역으로 나온다? 근데 이걸 고조선계 건국집단(신라6촌) 애들이 토착 원주민인 일본계 집단을 내쫓은 거라고 보면 해석이 그럴싸함.


반도일본어족을 받아들이면 언어부터 역사, 고고학까지 대부분의 유사성이 명쾌하게 설명됨.


그래서 젊은 연구자들은 굉장히 좋아함.


좀 잡다해졌는데, 최근까지 밝혀진 결과들을 대강 조합하면 이렇게 볼 수 있음.

(지금부터는 내 개인적인 주관이 많이 들어가있음)


1. 고조선의 중심지역이 한반도 북부(평양)로 이동함.

2. 이후 기원전 3세기 연나라와의 전쟁에서 고조선이 개처발림.

3. 요동 상실하고 그 잔류 주민들이 한반도 남부까지 이주(침략)를 시작함.

4. 이후 한반도 남부에도 본격적인 국가 시대 시작(진국시대)

5. 지배층은 고조선계 집단/피지배층은 일본계 집단이었을 것임.

6. 한국어와 일본어가 유사한 건 이때의 혼합 생활 때문이었을 것임 

7. 근데 위만의 반란으로 고조선 왕(準)이 직접 남하함.

8. 당연하게도 진국 개쳐맞고 멸망->준왕 주도의 마한 연맹 체제 시작. 나머지 한국(진한 변한)들은 준왕의 마한에 속국이 됨.

9. 우연이라고 하기엔 놀랍게도, 딱 이 혼란기가 일본의 도래인 시대와 겹침(연나라 침공이 본격화되는 기원전 3세기가 야요이 시대 시작임).

10. 그런데 이때 한무제의 침략으로 고조선이 공중분해됨.

11. 그 빈자리를 처음에는 부여가, 이후에는 고구려가 차지하면서 패권을 거머쥠.

12. 부여계 기마집단의 대대적인 남하 시작(고구려/백제)

13. 극심한 혼란기 속에서 또한번 대규모 이주가 일어나고, 얘들이 일본에 기본적인 국가체제를 전수함.

14. 이후 삼국시대 끝나면서 두 집단은 완전히 갈라지게 되었다...는 논리임.


여튼 결론적으로 한국인과 일본인은 관계가 있는 집단이긴 한데, 짤처럼 한국인이 일본인의 '조상'인 건 아님.


최신 이론들을 종합해보면 한국인은 한반도에 침투한 북방 기마민족인 거고, 일본인은 한반도 남부에 살던 토착 원주민이었는데 쫓겨난거임.


한줄요약: 한국인은 일본인 조상 아님, 그리고 여기도 고향 아니고 침략해서 정복한 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