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 【 명사】사지를 가지고 직립보행하며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줄 아는 온혈 포유동물.』





 아카샤는 세계의 기록부이다.
 우주가 처음 시작되던 순간, 혹은 그 이전부터 우주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우주의 모든것을 관측하고 기록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억.

 누군가가 이에 이름붙이길, 혹자는 명부, 혹자는 미미르의 샘, 혹자는 세피로트의 나무, 혹자는 아카식 레코드.......


 하지만 이 모든것은 그 존재의 원래 이름이 아니었다.
 우주의 태초적부터 존재했던 그것에게 본래 이름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 존재에게 있어 이러한 이름들은 누군가가 멋대로 지어낸, 의미없는 단어의 나열에 불과했다.


 그래, 누군가가 그 존재에게 이름을 붙인것이다.

 그리하여, 전 우주의 기록자는 아카샤가 되었다.

 그리고 이름 붙음으로 인해, 아캬샤는 자신에게 이름을 지어준 인간을 알게되었다.



 가장 거대한 별의 탄생부터 수천광년의 은하를 찢어발기는 장엄한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그 누구도 보지 못한 광대한 역사를 모조리 기억하고 기록하는 아카샤에게 있어, 지구라는 작디 작은 먼지알갱이 위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허상은 큰 가치를 가지지 않는것이었다.

 이야기의 규모라면 우주에 존재하는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훨씬 더 방대하며, 이야기의 의외성은 인류 이전에 존재한 수많은 생명연쇄가 훨씬 더 의외성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카샤는 그 보잘것없는 인류를 기록했다.



『 인간-생물적 성질 : 이중나선 DNA 체계를 기반으로한 지구생물계 온혈 포유동물. 직립보행하며 근연종에 비해 비교적 체모가 적다. 이로인해 체온유지에 문제가 있으나, 다른 생물종의 생체조직을 가공한 '의복'을 만들어 몸에 두름으로써 이를 극복했다.』



 인류란 본래 원숭이와 다를것이 없었다.

 원숭이도 도구를 사용할 줄 알았고, 일부 종은 인류보다 먼저 도구를 사용했다.


 하지만 '기록'을 시작한것은 인류가 처음이었다.

 인류가 최초로 기록을 한 것이 언제인가를 따지는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아카샤 개인의 식견에 의하면 최초의 기록은 원시 인류가 나뭇가지로 흙바닥을 긁은것이었다.

 그 때에는 아카샤도 그것이 기록이라 여기지 않았다.
 아니, 아카샤는 개인의 의견을 가지지 않았다. 그때는.



 『  인간-사회적 성질 : 인간은 언어와 기록을 통해 이전 개체의 생각과 의도를 후대에게 넘긴다. 이는 생물의 언어인 DNA와는 별개로, 인간 문화를 구성하는 DNA 계보와 일맥상통한다.』



 인류는 기록을 시작했고, 많은것을 깨달았다.

 아카샤의 입장에서는 잘못된 기록이 훨씬 많았지만, 아무튼 인간들은 기록했다.


 인간은 기록했고, 축적했으며, 계산하고 예측하기 시작했다.

 그 공상은 대부분 엉뚱한것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는 사실인것도 간혹 있었다.



 『 인간-특기사항 : 기록하는 행위를 통해 상위차원에서 자신들처럼 '기록하는 존재'가 있을거라 가정, 이에 그 존재에 【 아카샤】라 명명. 이후 【 전 우주의 기록자】는 【 아카샤】라 지칭됨.』



 기록하기 시작한 인간은 똑같이 기록하는 존재를 상상핬다.

 인간을 둘러싼 자연속에서, 그 모든것을 기록하려는 인간 그 자신처럼, 하늘 너머의 상위 차원에서도 자신들처럼 무언가를 기록하는 존재가 있는것은 아닐까.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고, 그곳에 아카샤가 실존했다.

 우연이었지만, 일치했다.



 『 아카샤, 아카샤. 아카샤.』



 아카샤는 관측하고, 기록한다.


 그리고, 우주의 언어가 아닌 인간의 언어로, 주어진 자신의 이름을 반복해서 기록하고 있을때에.


 아카샤는 비로소 자신이 인간을 사랑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아카샤 : 【명사】태고부터 존재한 전 우주의 기록자. 본래 이름없는 존재이나, 인류에 의해 아카샤라 명명됨.』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만 주구장창 있으니 존나 노잼 맞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