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양날이 검, 외날이 도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건 반쪽짜리 대답임


검과 도를 나누는 기준은 외형이 아니라 용도에 있고,

외형은 이 용도에 의해 자연스럽게 발생한것에 불과하기 때문





그런데 여기에서 드는 의문이 있다


결국 검이나 도나 사람 베는 용도가 아닌가?

둘 다 사람죽이는 무기인데 어째서 용도가 다르다는것이지?







하지만 이 질문은 총의 종류가 여럿이 있는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총도 용도에 따라 권총부터 기관총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듯,

칼 역시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그중 가장 커다란 구분이 검과 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어째서 검과 도는 용도가 다른가?

그걸 알기 위해서 우리는 역사에 대해 조금 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검은 모두가 알다시피 양날을 가지고 곧은 형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검의 형상은, 유럽에서 자주 보이는 철판을 이용한 중갑을 상대하기 적합한 형상이다

직선형태의 검신은 철판을 뚫을 수 있을만큼 튼튼하고, 갑옷 사이의 틈을 찌르기에 적합하다


검은 애초에 찌르고 꿰뚫는것에 최적화된 형태인것이다





하지만 도는 다르다


도는 결코 판금을 꿰뚫거나 찌르기에 능하지 않다

생김새 자체가 찌르기와는 담을 쌓은 형상인데다, 판금으로 만든 금속을 꿰뚫는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반대로, 상대가 경장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많은 도 계열은 도신이 굽어있는 형태를 보이는데,

이렇게 굽어있는 형태의 도는 무언가를 베어내기에 최적화된 형태를 가지고있다



직선 형태의 검으로 베기를 시도할 경우, 인체의 뼈에 부딪혀 베기가 끝까지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검에 들어가는 힘의 방향이 인체와 수직으로 바로 부딪히기 때문에 벨 때에 저항력이 크고

검을 빼낼때에도 인체 내부의 뼈에 걸릴 확률이 높다


하지만 곡도의 경우, 베기에 걸리는 저항력이 수직이 아닌 비스듬한 방향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검에 비해 분명하게 베어내기 쉽고,

베어내는 과정에서 미끄러지듯이 움직이기 때문에 뼈에 걸리더라도 그 위를 미끄러져 지나가버린다

도는 이런 굽어있는 형상으로 절삭력을 최대화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반대쪽에 날이 있을 필요가 없어 외날이 된 것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부엌칼이 살짝 휘어있는 것 역시,

이러한 도의 굽어있는 형상이 절삭력을 높혀주는 물리적 성질 때문이다






즉, 검은 똥파워로 판금을 찢기 위한 뇌근계열 도구라고 볼 수 있고

도는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효율을 내기 위한 기교파 도구라고 볼 수 있다




근데 판금 찢는건 검보다 메이스 같은걸로 후려치는게 훨씬 효율이 좋아서

결국 유럽에서도 기사들끼리의 싸움에서는 검보단 메이스가 더 선호받았다


검이 애용된건 그냥 휴대하기 편해서 그런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