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라고 했을텐데, 또 하나의 나...!"

[편해지지고, 응? 나에게 맡기면 된다니까? 너도 굳이 힘든 길을 걷고 싶진 않을 거 아니야?]

"그 입 다 물어...! 뭐가 됐더라도 저 골렘은 내가 조진다!"

[넹.]

"... 힘 빠지게 그러지는 말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옆을 스치는 공격. 눈 앞에 있는 거대한 골렘이 거대한 체구에 걸맞지 않은 속도로 우리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소녀를 공격하고 있었다. 나는 뭐라고 해야 하나... 영혼체? 빙의? 뭐 그런 모양이다.


이 소녀 안에 깃든 또 다른 자아. 빙의라고 하기에는 이 소녀의 몸을 다룰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자아가 없다고 하기에는 이 소녀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아니, 그냥 소녀라고 하기도 힘들지. 이 소녀는... 아주 특별한 소녀였으니까.


'레가스타 아이젠다르. 내가 이 소녀의 또다른 자아에 빙의할 줄이야.'

"... 야!"

[어라~? 힘을 빌릴 생각이라도 든 거야? 키히히힛, 진작에 말을-]

"닥치고 분석이나 해 줘! 그 꺼림칙한 힘을 빌릴 생각은 없으니까!"

[... 골렘이라면 코어가 있겠지. 이건 일반적인 경우고 그게 아니라면 전체적으로 에너지를 유지시켜주는 마력 회로가 있을 거야. 전자는 코어를 노려서 부수면 되고 후자는... 그냥 전력으로 때려서 부위 파괴부터 해.]


거대한 골렘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 소녀는 이 세계에서 꽤 중요한 인물이었다. 정확히는 악역 쪽으로.


업적작을 하면서 이 소녀가 악에 물들지 않는 클리어 루트를 하나라도 보려고 했는데 구현하지 못한 건지 무조건 내면의 악에 지배당해 주인공과 배척하게 된다.


그 전까지는 적당한 조연이었던 그녀였는데... 동료로 영입하고 싶었는데도 불가능해서 참 애석했었지.


'그 내면의 악에 빙의하게 될 줄이야. 그렇다면... 미래를 바꿀 수 있으려나? 일단 주인공의 동료가 되는 방향은 피하고...'

"... 찾았다."

[... 벌써?]

"역시 코어였네. 그런데 부수기에는 너무 아까울지도. 야, 너 이거 빼는 방법 알지? 그렇게 똑똑한 녀석이 이걸 모르진 않겠지?"

[에너지원부터 차단해. 코어에서 발산하는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것도 연결고리가 있어서 가능한 거니까. 그 고리를 끊어주고 골렘을 무력화한 다음 코어를 빼내서 요긴하게 쓴다. 그럼 끝.]

"알겠어!"


참... 몇 번을 봐도 놀라울 따름이다. 내가 아는 지식들을 저렇게 빠르게 습득하고 실제로 쓰는 모습이.


"... 그런데 그 말투는 안 고쳐?"

[예전부터 이런 말투였다며? 나도 연습하고 있다고. 그게 재미있기도 하잖아? 키히히.]

"쓸데없이 고퀄리티네."

[너도 재미있잖아?]

"부정하진 않을게. 코어부터 회수하자고."


쓰러진 골렘에게서 코어를 회수하는 그녀. 나는 그걸 보면서 어떤 식으로 써야 유용하게 쓸 수 있을까 생각한다.


동시에, 그녀가 내 힘을 빌리게 될 때 듣고 싶은 대사도.


"휴. 이제 기숙사로 돌아-"


쿵- 쿵-


[... 어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은데?]

"거짓말... 뭐야. 이게 맞아?"


고개를 돌려보니 뒤에서 똑같이 거대한 골렘이 하나 더 있는 상황. 누가 꾸민 건지 몰라도 참으로 악취미였다.


[키히히...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내 힘을 빌리는 게 어때?]

"칫. 그래, 그럴 수밖에 없겠네."

[좋아. 그럼 그 주문을 외쳐보자고!]


아이젠다르가 신체의 제어권을 내게 넘기자 감각이 되살아난다. 그리고 나와 위치가 바뀐 그녀는 부끄러운 듯 말을 못하다가 아주 큰 소리로 주문을 외쳤다.


"어쩔 수 없지. 이번만 임시동맹이다!"

[난 아직 네 녀석을 인정하지 않는다만?]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온다!"


그래, 이런 대사를 한 번 해 보고 싶었어!



*



내면의 악에 빙의하는 소재 보고 떠올랐음


클리셰가 많은데 안 쓰는 건 개손해 아닌가? 빨리 클리셰들 맛있게 버무리고 명대사들 모아서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