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엔 분양에 불호 의견이 큰 걸 좀 지나치다고 생각했음

좋은 결말이라곤 생각 안 했지만 그렇다고 나쁜 짓인가? 하면 아닌 것 같았거든

'다른 캐릭터와 결혼? 할 수도 있지.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 할 건 아니잖아?' 하는 느낌으로


근데 시간이 지나고 생각이 좀 변했음

작품 내에서 결론을 짓지 않으면 그 히로인은 쭉 내가 알던 그 작품의 그 캐릭터로 남지만

분양으로 결론을 내버리면, 그 히로인은 결론이 나기 전과 사뭇 다른 캐릭터가 되어버리는 거였음


현실 사람도 아니고 창작물 속 캐릭터는 결국 묘사 내에서만 살아있잖아

결론 짓지 않은 완결인 채로 두면 그 히로인은 영원히 내가 알던 그 캐릭터로 남아있어주는 거임

결론을 내버리면 히로인은 결론에 갇혀서 작중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크게 달라져버리고


소년만화에서 다 끝났으니까 간지 미노년 강자 캐릭터를 교통사고로 사망시키지 않듯이

러브코미디, 캐빨물에서도 다 끝났으니까 커엽고 성격 좋은 히로인을 다른 캐릭터에게 냅다 줘버리면 안 됐던 거야...


그래서 그렇게 애들이 '관측'을 강조했던 거구나... 싶었음

주인공한테 선택 못 받았다고 영영 솔로로 살라는 거냐- 같은 차원의 얘기가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