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동안 베어온 적장의 수가 몇인줄 아십니까! 제가 선봉에 서서 넘은 성벽이 얼만줄 아십니까! 제가 얼마나 열심히 싸운줄 모르십니까!?"

"아니 당연히 알지. 알고말고."

"그럼 대체 왜 제가 아니라 저 기생오라비같은 샌님이 군단장이 된 것입니까!"

어느 군막에서 한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사내가 상석에 앉은 사령관에게 큰 소리로 따지기 시작하였다. 대단한 무례였으나 그 기세에 주변에서도 제대로 제지를 하지 못했다. 결국 그의 항의를 듣다 못한 사령관이 입을 열었다.


"하아.... 설명해주마... 제18연대장."

"우선 자네가 큰 공을 세운건 알아. 하지만 그건 전부 개인의 무력으로만 이뤘을 뿐이지."

"무력으로 활약해 사기를 띄운 거 외에 그대가 뛰어난 통솔력이나 지력을 보인 부분은 없어."


"그리고 군감들이 조사해보니 자네의 리더십에는 결점이 많더군."

"자네는 자기보다 약한 병사들이 힘들어하는걸 전혀 이해하지 못해"

"노력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갈굴 뿐이지."


"그리고 자네는 판단을 그르칠 때가 너무 많아."

"적장의 도발에 말려들어 닥돌한 적이 얼마지? 자네가 함정을 뚫고 적장의 목을 역으로 따버릴 정도로 강하지 않았다면 자네 목은 물론이고 대열이 흐트러진 아군도 위험했을 걸세."

"그리고 술자리에서 작은 시비도 참지 못하고 주먹질하는 것은 일상이고."

"민간인의 협조를 구하며 징발을 하랬더니 닥치고 강탈한 적도 있고."


"솔직히 말하지. 자네는 그냥 중대장감밖에 안돼. 연대장 직도 너에겐 과분하다. 너가 적장을 그렇게 많이 잡았으니 어쩔 수 없이 연대장으로 임명해줬을 뿐이다."

"그... 그게 무슨! 컥!"


"말 끊지 말게 연대장"

제18연대장이 신랄한 조리돌림에 울컥하여 사령관의 말을 끊은 순간 그는 갑자기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사령관은 그 자리에서 미동도 없이 가만히 앉아 말할 뿐이었다.


"반면 새로 임명된 군단장의 자질은 말할 필요도 없어."

"참모일 때부터 그가 내놓은 작전은 늘 성공했지."

"부대 관리도 언제나 우수했어. 보급 관리가 특히 말야."

"또 지휘권을 맡았을 때도 뛰어난 활약을 했지. 다 와해된 부대 하나를 규합해서 적들을 피해 아군 진영으로 복귀시키는데 성공했다고. 그리고 민간인 후퇴 작전에서도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어. 너에게는 그저 도망 잘 치는 놈일 뿐이겠지만."


"무엇보다 그는 뛰어난 텔레파시, 시야공유 마법 적성이 있어. 그게 없다면 아무리 잘 싸워도 군단장 이상으론 승진이 하늘의 별 따기지. 대규모 군대 지휘에서 통신과 정찰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나?"


"그러니 이만 꺼져. 다음에도 이 지랄을 하면 그땐 그냥 목을 꺾어주마. 이제 놔줄테니까 당장 나가."

"끄어억.... 허억.... 넵.... 죄송합니다..."


거구의 제18연대장은 급히 도망치듯이 군막을 나왔다. 그 꼴을 보던 사령관은 이렇게 읆조렸다.

"하여간 이래서 뇌까지 근육인 무투파들은.... 진짜 중요한게 뭔지도 모르고..."


잠시 혼잣말을 하던 사령관은 손짓만으로 지도와 붓을 허공으로 띄우고는 좌우에 기립한 참모와 지휘관들을 향해 말하였다.


"자 다시 작전회의를 시작하지. 신임 군단장, 자네가 짜온 작전을 설명하게."

"넵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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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단장 떡밥 돌때 든 생각으로 써본 소재. 아무리 생각해도 판타지라고 해서 꼭 지휘관이 압도적인 강자일 이유는 없을거 같아서. 그보다는 머리 잘 돌아가고, 지휘에 적합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 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음.


이런 식으로 머리 잘 돌아가는 참모 타입이 군단장이나 사령관인 판타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