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세상이 탐욕과 혼란에 집어삼켜진 나날이 있었다.


화폐로 사용된 칼들은 사람들의 장기를 찢었고, 서로가 물건을 교환하는 저자는 서로를 약탈하는 전장이 된지 오래였다.


마침내 통일을 이뤄낸 왕조가 생겼지만 한번 뿌리깊게 박힌 서로간의 증오와 탐욕은 없앨 수 없었고, 이후에도 여러 국가가 세워지고 멸망하는 결과와 시작이 반복되게 된다.


이에 몇몇 사람들은 국가를 등지고 자신들의 자취를 역사에서 지워나가게 된다.


그렇게 이러한 아수라장이 반복된 지 1300년이 넘어갈 무렵, 칼과 창 등의 병장기를 들고 나타난 제 3의 세력이 등장한다.


일반인들과 달리 군사력으로는 제압할 수 없던 이들은 각 지역에 난립한 국가들을 상대로 자치권을 요구하게 되고, 통제할 수 없던 이들에 대해 부담을 느꼈던 이들은 이를 승낙하게 된다.


이른바, '관무불가침'. 


제 3의 세력을 무협객들이라 칭하고, 관아는 이들에게 세금 이외의 어떠한 무력이나 정치력을 행사할 수 없는 불문율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이 관무불가침도 대륙이 두 국가로 통일된 이후 세력을 늘리고자 하는 수나라의 팽창에는 무용지물이 되었고, 이로 인해 무림과의 갈등이 깊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무림에서 오직 검만으로 혼란한 세상을 평정코자 한 인물이 있었다.


이홍진, 어려서 부모를 잃어 도사들의 곁에서 자라난 한 청년이었다.


도술보다는 체술을 중시했던 그는 운하 공사로 인해 죽어나가는 백성들을 보게 된 이후 기존의 수나라 왕실을 무너뜨러야만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양과 음이 조화하여 시작과 끝이 영원히 반복되니 이 흐름을 느끼고 속세를 벗어나자.'


이러한 스승들의 가르침에 백성들에 대한 고민은 없다는 걸 알아낸 그는 자신의 근거지인 모산을 벗어나면서 자신의 가르침을 전달할 장소를 찾게 된다.


청주와 서주, 예주를 넘어가며 나오는 탐관오리들을 베어가던 그는 어느 산에 도착하게 되고, 그는 산세가 험해 누구도 쉽게 접근하는 이 산에 자신이 생각한 이름을 붙이게 된다.


'자신의 검의 목표는 하나이며, 남쪽의 백성들이 북쪽의 탐관오리를 벌하는 것이리라.'


자신의 이상과도 검종일남(劍終ㅡ南).


관무불가침을 어기기에 무협객들 사이에서도 금기라 여겨지던 이러한 자신의 목표를 반영하기 위한 첫단추로써, 이 산을 근거지로 삼기로 결정한 그는 산의 이름을 종남산, 그리고 무를 가르치기 위해 검일전이라 부르는 커다란 누각을 짓기로 결심한다.


탐관오리를 베며 생긴 돈을 무를 위해 쏟아붓는 그의 모습은 곧 피를 묻히는 도사라는 별명인 혈도라는 이름으로 근방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으며, 그러한 그를 따르는 제자들 또한 검일전에서 수행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그의 제자들은 결국 서로가 갈라지면서 피만을 갈구하며 종남산을 벗어난 혈사파와 무의 정수를 찾아 끊임없이 단련만을 고집하여 종남산에 남은 종남파로 나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