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언증 채널

언제부터인지 우리 무척 잘 살고 있습니다.  그저 경제적 부. 이것만이 잘사는 것으로 여기는 정서에서 말입니다.

집집마다 무슨 커피맛 전문가들인지 각종 포트. 내리기. 원두. 온갖 기구들..... 어마어마한 가전 제품들.

이렇듯이 세탁기도 반자동에서 통돌이. 그리고 드럼 세탁기까지 왔지요. 뭐 더 있 있겠지요.

세탁기가 수명을 다해 바꾸기로 했습니다.  자녀들에게 신신 당부했죠.  드럼세탁기 말고. 그냥 통돌이로 해 다오 ~

즉 한없이, 끝없이 발전을 따라가고 싶지 않았고. 평범한 세탁기면 되니까요.


지금보니 15킬로짜리 LG네요. 메이커가 문제가 아니라. ....  통돌이 15 킬로짜리면 다 이런거 아닐런지.

이건 완전히. 국민 신장. 여성의 신장. 인간의 신체구조 개무시한.  정말 허풍선이 같은 세탁기입니다.

여성이 거인이 아니고서야  세탁완료된 빨래를 도저히 꺼낼 수 없는 깊이 - 매번 "이건 미친짓이야 " 욕이 나옵니다.

저 작은 키도 아니고. 유연성 환자도 아니고. 지극히 정상에 요령과 지혜도 있습니다만.  도저히 불가한 세탁기의 깊이.

우물이 이만할까. 

~

하는 수 없이. 별별 수단을 강요하다가.  20 샌티 높이의 발의자 구해서 꺼내 봤죠.  아하 ~ 소용 없네요.

얼마나 불합리한 제품인지. 키높이 의자를 놓아보니. 우물은 더 깊어져서. 제 몸이 아무리 접혀 우물안으로 내려가도

의자의 높이만큼 이제는 우물이 더 깊어지는 이치.

저 뿐이 아닙니다. 딸들이 와서 다 해 봤죠. "어머 이건 너무 심하다 "  '뭐야 이건 ~ "  해 봤자

다행히도 젊은놈들은 그닥 저처럼 심각하지 않아 다행입니다.  차라리 나만 매사 부정적인게 낫지 싶어서요. 

그나저나 전국의 많은 가정에 있을 15킬로 통돌이 세탁기. 어떻게들 쓰고 계시는지. 검증없이 쏟아내는 물건 바로 그것.


저는 지금. 목수에게 커다란 대나무 젖가락을 주문해서.  세탁기 옆에 두고.  바닥에 남은 세탁물을 집어 냅니다.

생각할수록 사소하지만 어이없는. 무책임하고. 진정성 없는 제품이라 여겨 집니다. 

그 규모 장난이 아니죠.  그래도 무조건 새것이 좋고. 신제품 좋고.  검증없는 요란한 상품에 너도 나도 

버리고  소모하고 새 것 앞다투어 사야 하고. 

제가 버린 세탁기. 25 년 된것이었는데.  불편 없었고. 아무리 좋아도 구식은 다시 나오지 않습니다.

새것 새것. 온통 새것 이어야 하니까요.  윤리적 소비를 추구해야 하는 싯점.  잘 살기를 바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