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언증 채널

학창시절에 나는 수그리고 다니는 타입이었음. 완전 왕따는 아닌데 친구 별로 없는 은따 기질이 있었고 대신에 공부는 좀 잘해서 일진들도 잘 안 건드리는 그런 타입.


그런데 선생님 중에 한 명이 폭력을 잘 휘두르는 선생님이 있었는데 걸핏하면 매질에 가끔 뺨도 때리고 그랬음.


난 조용히 사는 타입이라 엮일 일이 없었는데 어느 날 숙제를 해놓긴 했는데 안 가져온 거임. 그 선생님이 안 한 애들 줄 세워놓고 손바닥 때리는데 내 차례가 왔음.


나한테 감정이 좀 안 좋았나 내가 사거리에 들어가자마자 싸대기가 날아오는 거임.


'넌 임마 공부도 잘하는 놈이 숙제를 왜 안 해?' 하면서 한 대 더 갈기는데 표정이 어째 '벼르고 있었는데 잘 걸렸다'는 표정임.


직감적으로 알자마자 그 인간이 하찮게 보이기 시작했음. 근데 표정도 비웃는 걸로 바뀌었는지 '뭘 쪼개!' 하면서 또 때리려고 하는 거임.


반사적으로 손이 올라갔는데 어떻게 그 양반 손목이 딱 타이밍 좋게 잡힘. 속으로는 어버버 하면서도 몸은 지멋대로 그 인간 팔 꺾고 교탁에 팍 엎어버림.


'야... 너... 뭐...!' 하면서 말잇못하는데 내가 펜으로 그 사람 코앞에 팍 찍은 다음에


'하... 정신 챙기고 사십쇼. 나이 처먹고 애들 패면서, 재밌으세요? 체벌은 반대 안 하는데, X발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될 거 아니에요?' 라고 건들건들 말함.


와 진짜 나도 내가 이런 인간이었나 싶은 와중에 선생님을 놔주니까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더니 애꿎은 다른 애들한테 '뭘 봐! 새끼들아! 다 들어가서 앉아!' 이러더라.


나도 자리로 딱 들어가는데 일진 애 한 명이 어깨 툭 치더니 올~! 하드만. 다른 애들도 엄지 치켜들거나 자기 나름대로 신호를 보내더라. 뭔가 기묘한 뿌듯함을 느꼈음.


이라는 꿈을 학창시절에 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