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좆같다'의 어원은 무엇일까? 아니 애초에, 우리는 왜 좆을 욕설로 사용하는 것일까?


우선 '좆같다'의 어원을 살펴보자. '좆'은 생각하는 대로 통제되지 않는다. 의도하지 않았거나, 심지어는 흥분하지도 않았을 때조차 발기되기도 한다. 좆에 홀려서 각종 범죄, 비리를 저지르거나 천륜을 저버리기도 한다. 과거 가부장제 사회에 비추어 보았을 때, '좆' 달린 사람은 그 자체로 힘을 가지지만, 그 '좆'을 놀리는 데에는 꽤나 세심한 고려가 필요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런 '좆'의 특성에 근거해, 자기 스스로 통제할 수 없고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두고 '좆같다'고 표현한다.


우리는 '좆같다' 이외에도 '좆'이 쓰이는 많은 욕을 알고 있다. 비교적 어원을 파악하기 쉬운 욕설은 직접적인 멸칭들이다. '좆밥', '좆비빈다', '좆박았다' 등. 알다시피 '좆밥'은 좆에 낀 때처럼 쓸모없고 하찮다는 의미, '좆비빈다'는 남색처럼 꼴보기 싫게 친한 척 한다는 의미, '좆박았다'는 아주 쎄게 꼬라박았다는 의미다. '좆까'는 조금 이해가 필요한데, 좆이나 까라, 즉 '자위나 하러 가라'라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원래 의미상으로는 '닥쳐' 와 비슷한 셈이다). 그런데 '좆날두' 등 '좆'이 그냥 앞에 접두어로 붙은 경우에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씹'(여성기)이 접두어로 붙은 욕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사실 우리는 '씹'이 붙은 욕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글쓴이가 17년도에 몸담았던 페미니즘계에선 한동안 '씨발쓰지마세요'라는 좆병신같은 게 유행했었다. 씨발은 여성기로부터 유래한 욕설이기 때문인데, 이로부터 '조팔'이나 '분위기 조창내지말고' 같은 억지 치환 욕설들이 많이 등장했다. 다시 말하자면 씹이 붙은 욕설이 그만큼 많이 사용되었다는 뜻이다. '좆'이 올 자리에 '씹'을 붙여도 대부분 자연스럽지만, '씹'이 오는 자리에 '좆'을 붙이면 자연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 우리는 씹을 좀더 포괄적인 범위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석하게도 이 문제에 관해 진지하게 고찰해본 국어학자는 별로 없다. '씹'은 왜 '좆'에 비해서 욕설로 더 널리 쓰이는가? 여성혐오, 미소지니 때문이라는 설명은 대충 미봉하고 넘어가는 한참 부족한 설명일 뿐이다. 나는 이것을, '좆'이 갖는 문화학적인 위상을 토대로 나름대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좆'은 이전부터 남성만의 전유물이었으나, '씹'은 그렇지 못했다. 이것이 과거 가부장제 조선시대와 겹쳐 남성적인 문제와 관련된 욕설에서는 '좆'이, 그 외의 일반적인 멸칭에는 '씹'이 쓰이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렇지 않은가? '씹질한다'는 '성교한다'의 속된 말이다. 아무리 훌륭한 좆을 가진 남자라도, 씹질을 제 혼자서 할 수 있는가? 반면, 남성들만으로 이루어진 사회에서도 누군가가 '좆밥'이 되거나, 서로 '좆까'라며 공격성을 표출하고 남의 의사표현을 방해할 수 있다. "걔 조빱이자나 ㅋㅋㅋ"라는 욕을 여성 대상으로 사용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반면, 여성이 남성을 두고 '좆밥'이라며 놀리는 모습은 나름 상상해볼 수 있다. 어원에 성별적인 의미가 붙어있는 것이다.


프랑스어 등 유럽 언어들은, 단순 명사나 동사에도 성별이 붙어 있어,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이 사용하는 단어가 다르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그런 경향이 거의 없지만, 직설적인 욕설을 통해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지는 않을까 한다. 남성과 여성 중, '좆같다'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는 성별은 무엇일지 판별해보는 실험은 어떨까?


'좆'은 수억마리의 정자를 내보내는 생명력 넘치며, 왕성한 성기관이다. 앞으로는 '좆'이 칭찬으로 쓰이는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작은 성기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