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계획에 대해선 읽어봤네."


 아무래도 시체가 썩어가는 광경- 예를 들어서 전투가 벌어진 직후에 전사자들이 널부러진 곳이라거나, 사람 잡아먹는 미궁 같은 곳 등등에서 뼈가 나뒹구는 걸 관광 산업에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왜냐하면 관광이란 산업에 써먹을 수 있는 것에 필요한 요소가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심미적인 부분을 충족시켜야 된단 점이고 또 하나는 그게 비교적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단 점이다.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도 오래가는 것이면 좋고, 관리가 이뤄진단 조건이 붙어도 어떤 나라의 흥망성쇠보단 오래 가는 것들을 가져다 두는 것이 관광이라고 하는 사업의 핵심이 된다.


 이런 점에서 사체들이 썩은 내 풀풀 풍기는 광경은 관광과 참 어울리지 않는데, 심미적인 부분이야 이런 거 좋아하는 변태들도 널려있기 때문에 상관 없지만, 이게 생산성이 있을만큼 오래 가질 않는단 게 문제였다. 윤리? 사업하는 데 있어서 따져볼 건 생산성, 효율성, 그리고 수익성이다. 윤리는 수익성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그런 영역에서 따져봐야 될 것이긴 했다.

 헌데 그런 윤리를 따지기 이전에, 보통 '사체'라고 하는 것에 필요한 재료가 무엇이던가? 사람이다. 그 사람이 '인재'라 불릴 정도로 희귀하든, '인력'이라 부를 정도로 흔해 빠졌든 그 사람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값어치가 있거든 아무래도 시체밭의 상품성은 훼손되게 마련이다. 애초에 상품성을 만들어내는 게 '수요'이고 이러한 수요는 곧 인구에서 비롯된단 걸 생각하면 더욱 치명적이다.

 시체밭 만들어서 손님에게 보여주느니 그냥 그 인재든 인력이든 실컷 굴려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서 착취를 하든 일을 시키든 하는 게 훨씬 남는 장사인데 말이다. 시체밭을 만드는 결정을 하는 데 들어가는 기회비용이 어마어마하단 얘기다.


 그렇다면 요 '사체'에 들어가는 비용과 지속성을 관리한다면 이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느냐?

 실제로 '엠버밍'이란 사례를 생각하면 요게 일리가 있었다. 아주 유명한 인물의 사체가 썩지 않도록 보존해다가 어디 전시해놓거든 그거 보러 오겠다고 사람들이 떼를 이루어 그거 보려고 하는 걸 보라.

 이런 점에서 시체밭에 상품성이 아예 없다곤 할 수 없었다. 인체의 신비전 같은 것만 해도 결국 시체팔이 아니던가?


 물론 여기에 윤리를 이유로 딴지를 거는 이들도 분명히 있을 테지만 아무래도 테인 그룹이 하고 다니는 짓을 생각하면 시체팔이에 윤리성을 갖다대긴 아무래도 글러먹은 게 강했다. 이미 죽음을 전제로 한 클론들도 무더기로 팔고서 그 폐기물들을 수거해 처리하고 있는데 시체로 맹근 테마파크가 아직까지 안 튀어나온 게 오히려 요상한 것 아니겠는가.

 테인 그룹에 있어서 시체를 만드는 건 상당히 비용이 싼 축에 속했다. 안 그래도 싸게싸게 뿌리는 클론들을 좀 더 다양하게 만들어서 아예 생물 활동에 들어서기 직전에 있는 걸 여기저기 걸어놔도 될 노릇이었다. 아니면 테인 그룹의 기업 활동 과정 중에서 발생한 사상자들 중에서 사람 취급 못 할 경우들을 전시해놔도 무방할 테고.

 그렇게 만든 시체를 보존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가능했다. 테인 그룹의 회장은 나름대로 환경 전사 기질이 강했지만, 테인 그룹에서 취급하는 상품이 친환경적이라 빨리 썩고 그러진 않았으니까. 테인 그룹의 환경보호는 그 모든 상품이 재활용이 가능하단 점에서 비롯되지, 빨리 썩어 문드러지는 것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었다.


 "그,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이런 계획을 제안한 놈의 면상을 회장이 잠시 슥 쳐다봤다. 뭐, 사령술사라거나 시체를 닦아준다거나 뭐 사체와 접점이 있을 것 같으면야 이런 발상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게 아니니 일단 그에 대해선 물어봐야 했다.

 "자네가 이 일을 하려는 이유라거나, 각오 같은 건 언급을 안 했더군. 그러니, 그에 대해서 묻고 싶은데."

 하다 못해 시체성애 같은 거라도 있으면 납득은 할 생각이었다. 이 제안 자체가 나쁘단 생각은 안 들었고, 누누히 언급했지만 테인 그룹은 요 시체밭에 필요한 시체를 공급하는 데 그야말로 최적화 됐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회장은 그를 지그시 쳐다봤다. 그가 하는 말에 앞서서 그가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 까닭이었다.



 매캐하고, 피비린내가 슬며시 올라오면서 전반적으론 습해서, 그래서 곰팡내가 풀풀 풍기는 그런 공간.

 그 곳에 소년이 교도관의 안내를 받아 발걸음을 옮기는데, 아무래도 소년도 죄수였기에 교도관은 그리 친절하게 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교도관은 그 일의 전말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고, 유사한 사례를 이미 본 처지였던 것도 한몫했다.

 소년을 지정된 곳에 데려다 놓으면서도 그는 소년을 제 때 통제할 수 있는 장치들이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이 앞에선 사람 감정을 그야말로 갖고 놀았기에, 교도관은 소년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통제해야 됐다.


 "엄마?"

 마침내 문을 열자, 거기엔 벌거벗은 채로 형틀에 묶인 여자가 있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서 소년은 '엄마'라고 불렀다.

 이건 하나의 고문이었다.



 "알고 계시겠지만, 테인 그룹이 이 곳에 발을 딛기 전에 저는 교도관 노릇을 하던 놈이었습니다."

 "그래, 잘 알고 있네."

 회장은 그렇게 말하며 그를 매섭게 노려봤다. 그에 그는 더 움츠러들어서, 이렇게 말했다.

 "회장님 덕분에 먹고 사는 형편이 훨씬 나아졌지만, 그럼에도 그 때의 감각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계획서를 제출했는데, 회장님을 이렇게 뵙게 될 수 있었구요."

 이번엔 회장이 말할 차례였지만, 회장은 일부러 말을 삼키고 그를 노려봤다.



 "……."

 "……."

 시체밭을 얘기하고 있으면서 실제론 근친상간 현장을 회상하고 있는 그의 머리 속에선 이미 모든 일이 끝난 터였다. 정적이라면 가족 관계마저 끊어놓는 악랄함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종교적 관점이 포함된 것일 테다.

 회장은 감정을 추스르면서 그 다음 광경을 응시하려 했지만, 그 와중에도 잡념은 여전히 회장의 머리를 맴돌았다. 가령, 남에게 강요당한 상황에 부숴진 인간 관계는 결코 회복될 수 없는 것인가? 와 같은 질문이 이 와중에 쏟아졌다. 그런 질문에 정답이란 게 없단 걸 아는데도 그랬다.


 한바탕 강요된 정사를 끝낸 남녀는 서로의 눈도 마주치지 않고서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다. 더 이상 엄마와 아들처럼 될 순 없다고 여기는 그 절망감이 서려있는 상황에 교도관은 그녀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었다. 그에 아들이 그에 반응해서 뭐라 할 무렵이었다.

 '타앙!'

 그녀의 몸이 축 늘어지면서 총상이 난 곳에서 피를 쏟아냈다. 그에 그가 놀라서 자지를 빼려고 드는 걸 다른 교도관이 그의 몸을 밀어붙이며 막아섰다.


 이건 만행이지만, 동시에 일종의 유흥이었다. 고문엔 애초에 의미가 없다. 그저 분노를 토해낼 적들에 대한 모욕만을 가득 담아서, 쏘아붙이고 갖고 노는 그런 놀이였다.

 어차피 소년도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죽을 팔자였다. 아마 끝까지 저항하거든 어미 곁으로- 이젠 어미라고 불러주기도 뭣한 처지겠지만 그래도 그녀 곁으로 빨리 떠났을 터였다.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애석하게도, 소년은 조금이라도 더 개똥밭을 구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조롱거리가 되더라도 그러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 불효자도 곧 어미의 뒤를 따라갔지만은.



 "사람이 사람을 잡다보면 거기에 물들곤-"

 거기까지 말하다가 회장은 자기 앞에 있는 놈을 째려봤다. 그런 다음에 이내 한숨을 나즈막이 토해내며 이렇게 마무리 지었다.

 "고작 그런 걸로 죽으면 쓰나?"


 대체 무엇이 그를 옭아맨 것인진 몰라도, 회장이 말을 하기까지 그 짧은 시간에 놈은 말 그대로 선 채로 죽었다. 심장이 멎었는데 눈도 못 감고서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는- 진기하다면 진기한 광경이었다.

 회장은 허공에 떠오른 홀로그램을 조작해서 바로 어딘가에 연락을 취했다.


 "비서."

 "네, 회장님."

 "방금 본사에서 죽은 영혼, 혹시 어디로 빠졌는지 확인할 수 있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어, L구역으로 향했습니다."

 "L구역이라. 혹시 다른 구역과 교차 배치되고 있나?"


 '영혼'이란 건 아무래도 없지만, 물질은 물론이고 진공에 일련의 '의식과 무의식'을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요걸 '영혼'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이 영혼들은 어떻게 관리해야 좋냐고 하거든, 아무래도 정보를 최대한 보존해두는 게 좋았다. 그럴려면 진공에 보관해두고서 최대한 정보가 흩어지거나 뒤섞이지 않게 조정을 해줘야 하고.

 달리 말하면 이 영혼을 분리해서 따로 보관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나눠서 보관하거든 그에 따른 손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다만, 지금 같은 경우엔 그게 별로 대수로운 건 아니었다.


 회장이 영혼을 보관하는 건 영혼을 보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해당 개체를 철저하게 괴롭히기 위한 일환으로 그러는 것이니까.


 "네, L구역에서 형 집행이 끝나면 I구역으로 넘어가도록 조정되고 있습니다."

 "선별기가 일을 제대로 한 모양이로군. 수고하게."

 "그럼 이따가 봬요."


 연락이 끊어진 다음에 회장은 선 채로 죽은 시체를 보면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어이가 없어서."

 회장은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은 다음에 그가 듣고 싶어했던 말을 그 시체를 향해 들려줬다.

 "자네가 원하던 그 테마파크는 테인 그룹이 알아서 꾸며두겠네. 그리고 자네 시체를 거기 정문에 딱 세워두면 근사하겠어."

 그런 다음에 회장은 천천히 그 사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내 시체 앞에 이르렀을 때, 회장은 슬며시 사체를 밀었다.

 '퍼억!'

 "이제야 좀 시체다워졌군, 그래."


 커프스 파크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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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어정쩡한 글이기에 망상놀이 탭에 올렸다.

 아무래도 요걸 소재 삼아서 뭔가 다른 글들이 나오지도 않을까 싶지만, 일단은 이 정도밖에 글이 안 써졌다.


 후반부에 영혼을 어느 구역에 보냈네 하는 게 있지만, 별 다른 의미는 없다. 추후에 저기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으로선 그냥 갈겨놓은 부분이란 걸 밝힌다.


 글은 여기까지다. 읽느라 수고 많았다.

 그리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