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저분한 새끼들.'

 테인 그룹의 회장이 이제 막 중국 공산당 영역을 절멸시키고, 세계 정복 작업을 한창 진행할 무렵에 그가 근거지로 삼았던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이었다. 평양에 근거지를 실컷 만들어뒀고, 추후에도 평양에 본사 건물과 그 사원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려나갔음에도 정작 정복 전쟁을 한창 벌이던 때에 회장이 근거지로 삼았던 곳은 서울이었다.


 회장이 서울을 근거지로 삼았던 가장 주된 이유를 말하라면 아무래도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군주론에서 마키아벨리가 오스만 제국의 정책을 평가한 대목이 가장 주된 이유였다. 정복지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쓰이는 방법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방식은 적지였던 곳에 수도를 두는 것이라고 했던가?


 그런 회장이 서울에 근거지를 두고서 가장 먼저 공식적으로 활동한 내역이 '세월호'에 대한 추모였다. '그 회장이란 인간이 도대체 왜?'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회장이 보냈던 그 긴 세월동안에 벌어진 일들을 생각하면 이게 어찌 보면 또 당연한 행보였다. 현지인들 입장에서야 첨단기술을 일상생활에 적용시키던 그룹이 클론 기술 같은 걸로 클론을 뿜어대며 세계를 강제로 병합하고 있는 마왕 새끼였지만, 회장이란 인간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 비하면 인간성을 꽤나 많이 간직한 편이었다. 물론 그게 꼭 긍정적이지 않단 건 중국 공산당 영역에서 그가 부린 칼부림에서 잘 나타난 것이었다. 중국인이랍시고 살려둔 것조차 결국 방치해서 기어코 그들끼리 숨통을 마저 끊어놓질 않았던가.


 이런 걸 보면 참으로 이상한 행보였지만, 그런 그가 추모를 한 다음에 남긴 말을 생각하면 결국 이게 핵심일 터였다.


 "저는 더 이상 사람 몸값이 이와 같은 사람의 부주의로 인해 추락하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할 겁니다."

 실제로 회장이 마련한 대안은 시민권자에 대해선 유효한 공약이었다. 클론들은 작업 현장에서, 전장에서 죽어나가든 말든 죽는만큼 또 생산하고, 죽은 건 회수해서 재생산하는 그런 행태를 생각하면 엄, 똥개가 똥개를 욕한 꼴밖에 더 안 되는 것이긴 했다.


 '회장'이 말하는 '사람'의 범주는 상당히 좁은 편이었다. '자연인'만이 사람이고, '법인'이나 자연인으로 간주되지 않는 클론이나 인공지능은 회장에게 있어서 '사람'이 아니었다. 클론도 시민권자로 제조된 거라면 시민권자로 곧 사람으로 취급한다곤 하지만, 결국 회장에게 있어서 그 이외의 클론은 사람으로 취급되지 않았다.

 설령 그가 자연인이라 하더라도, 자기 편을 들거든 사람 취급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전부 제거 대상이었던 것이라 봐도 좋은 그 행보지만, 마냥 이렇게만 평가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곳이 한국과 그래도 비교적 협조가 잘 되던 영역에서의 일이었다. 한국은 테인 그룹의 세계 정복에 대해 가장 반대하는 여론이 많았음에도 그만큼의 탄압은 받지 않은 지역이었다.


 물론 그런 이유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곧 이어서 한국에서 상류층에 분포하던 이들에 대해 회장이 벌인 학살을 생각하면 한국에서 반대 여론이 들끓었는데도 회장이 그들을 굳이 처벌하지 않은 이유 역시 분명했다.

 그들이 아무리 반대하더라도 결국 저들을 한 데 끌어모을 구심점을 제거했으니, 조금의 공작만으로도 저들끼리 다투면서 결국 테인 그룹에 대한 반감이 옅어질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그들끼리 싸우기 시작했고, 회장은 그들 중에서 테인 그룹과 공존할 수 있는 세력들을 편들면서 반대 세력도 하나둘 제거하는 방식을 택했다.


 '테인 그룹 창사 500주년 기념 행사'

 평양과 서울은 물론이고 지구 전역에서 저와 비슷한 플래카드를 저런 의미의 문자로 새겨넣은 걸 들고 있을 무렵, 회장은 축제가 벌어지는 상황과 달리 깊은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지하의 수준이 아니라 맨틀 일대에 구축해둔 테인 그룹의 온갖 비밀 프로젝트가 이뤄지고 있는 기지 중 하나였다.


 다만, 그 모든 공간이 비밀 프로젝트를 위한 공간은 아니었는데, 회장이 지극히 개인적인 용도로 쓰기 위해서 쓰는 공간도 꽤나 많았다. 지금 회장이 들어선 곳도 회장이 참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그 곳엔 일련의 시신이 냉동된 상태였는데, 중국 공산당 영역에서 그가 벌였던 만행인지 청소인지 모를 작업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될 짓이었지만, 거기엔 회장이 과거 이 행성에서 벌였던 과정에서 테인 그룹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시신이 모셔져 있었다. 그러니까, 회장은 자기 손으로 없애버린 것들의 껍데기를 여태까지 보존해뒀던 것이다.

 미쳐도 보통 미친 게 아니다. 그런 회장의 이해할 수 없는 감성으로 그 공간에서 가장 먼저 말한 게 이랬다.



 "다들 오랜만에 보는구만."


 회장은 남자를 꼬챙이에 꿰어두는 것과 여자를 꼬챙이에 꿰어버리는 것 사이의 차이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해둔 게 많았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회장이 채택한 가설은 이랬다.


 여자를 꼬챙이에 꿰어버리는 것에 흥분하는 건 아무래도 예쁜 여자를 그렇게 해둬야 그런 감정이 든단 점에서 이게 약간은 마조히즘과 비슷한 영역의 문제가 아닌가 싶었다. 그러니까, 거대한 부조리나 시련으로 여긴단 것이다. 하기야, 역사적으로 남자들은 죽어나가도 여자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았고, 예쁜 여자들은 특히 그랬으니까. 근데 그 예쁜 여자가 죽을 정도 같으면 얼마나 부조리한 상황과 직면한 것이란 말인가?

 물론 순전히 예쁜 여자가 무방비한 상태가 됐단 점에 희열을 느끼는 걸 수도 있지만, 이건 회장 입장에서도 참 다양한 이유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었다. 회장 본인만 하더라도 참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이에 대해 꼴렸으니까.


 반면에 남자를 꼬챙이에 꿰는 것에 흥분이 되는 건 회장 입장에선 그럴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있어서 아주 잘 알았다. 적어도 회장에게 있어서 남자를 꼬챙이에 꿰는 건 경쟁자를 제거한단 측면에서, 자기 할 일을 제대로 수행했단 그 희열감이 주된 원인이었다.

 회장의 과거 기억에 의하면, 교과서에 인종 차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겠답시고 이런 질문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백인 남자와 백인 여자가 어울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백인 남자와 흑인 여자가 어울리는 것에 대해-'

 '흑인 남자와 백인 여자가 어울리는 것에 대해-'

 '흑인 남자와 흑인 여자가 어울리는 것에 대해-'


 대학생도 아니고 어린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멍청함 앞에 대고 회장이 감히 발언하자면, 이건 상당히 쓸데없고 어찌 보면 너절한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회장의 기억에 의하면 왜 꼭 백인 남자, 흑인 남자여야 하냔 기억이 새록새록 났으니 말이다. 황인 남자는 연애도 하지 말란 것인가? 아니, 좀 더 원초적인 감정으로 말해보자. 그냥 저 남자 새끼들을 죽이고, 여자들을 취하잔 생각을 했다.

 어린애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될 수 있지만, 어린애가 그 상태 그대로 크면 진짜로 그러는 걸로 봐선 어린애가 그런 생각을 한다고 보는 게 오히려 타당하다.


 소파 선생께서 말씀하셨지만, 어린이는 신선이다. '어두육미'란 말 앞에서 어린애들의 행위를 감상하자면, '어두육미'가 얼마나 사람을 기만하는 행위였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생선대가리, 소꼬리를 누가 좋아하나? 항정살 같이 범위를 넓히면 모를까, 꼬리는 꼬리곰탕 정도로 해먹는 게 고작 아니던가. 생선대가리 그러면 그걸로 찌개 끓였다가 사람 표정 썩게 만든 걸로 유명하고.

 어린애의 심정으로 세상을 바라보거든, 사회 현상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기득권이 가리려고 든 것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교육되지 않은 이들의 행태는 어린이와 다를 바가 없으니까. 단지 어린애들은 온갖 만행을 저지르기엔 자기 힘도 없고, 보호자가 제지도 하니깐 만행을 저지르지 않는 것처럼 여겨질 뿐이다.


 달리 말하자면 지금 이 500년동안 보관해둔 시체 저장고는 회장에게 있어선 대회 우승을 기념한 트로피와 같은 것이었다. 당연히 여기 안치되려면 회장 나름대로의 잣대에 '자격'을 갖춰야 했다. 회장으로 하여금 그 사체를 바라보면서 승리감에 취할 수 있는 그런 사체여야만 이런 데 안치될 수 있었고, 나머진 아마 클론 생산하는 데 가공되어서 지금도 어떤 클론의 신체 일부를 구성하고 있을련지도 모르겠다.


 "당신네, 그 너저분한 행태를 자랑하던 것도 이제 완전히 끊어졌다고 자부할 수 있어서 오늘은 다른 '사람'들과 안 어울리고 자네들 얼굴이나 보면서 혼자 시간을 가지게 됐소. 당신네들 낯짝을 보니 내가 거뒀던 승리가 아주 많이 실감나는군, 그래."

 시체에다 대고 저러는 꼴을 보면 회장이 보통 미친 놈은 아니었다.


 "당신네들이 사람 죽은 걸 갖고 자기네들 이득에나 이용할 때, 나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 했어! 사람을 긴급 구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당신네들의 그 너절한 이득이란 걸 죄다 깨부쉈지! 너희, 패배자 새끼들아! 너희가 그러고도 정녕 너희가 나보다 옳단 말이더냐? 너희 새끼 선동질로 인해 쓸데없이 땅에 흩뿌려야 했던 피들에 대해서 너희는 사죄했느냐!"

 이미 말했지만, 저 놈은 미친 놈이다. 다만 회장 나름대로의 잣대로 보거든 저게 지극히 옳은 거니깐 저러는 것인 게 사실이었다. 회장이 아예 제 몸과 마음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미치광이라면 테인 그룹의 회장 노릇을 아직까진 못 했을 테니까.


 "씨발 새끼들."

 그렇게 쌍욕을 내뱉으며, 회장은 그가 짓고 있던 지독한 표정을 풀었다. 조금은 밝아져서, 미리 준비해둔 잔에 독주를 따랐다. 회장답지 않게 소주에 안주도 없는, 깡소주만을 들고 이런 델 온 것이다. 소주라고 해서 비싸게 만든 그런 소주도 아니었다. 묽어질 대로 묽어진 녹색병에 담긴, 용량도 조금은 애매한 그런 걸 달랑 한 병을 들고, 소줏잔에 소주를 적당히 부어서 들이킨다.


 회장의 표정이 완전히 풀어진다. 그 술기운에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뭔가에 홀린 듯 흥을 타더니, 이내 덩실덩실 몸동작을 취했다.

 아무것도 모를 가능성을 짓밟은 걸 자기네들 가능성으로나 삼던 역겨운 새끼들을 이렇게 처단했단 심정으로, 회장은 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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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다가 일어나서 챈 좀 보다 자려고 했는데, 잠이 달아나는 글이 있었다.

 중국 공산당 출신 작가가 세월호를 소재로 한 걸 R-18G로 픽시브에 걸어놨다던가.


 그래, 중국 공산당에서 사람 몸값 제대로 취급 안 하는 건 유명하고, 우리네 노동 시장도 사람 몸값 제대로 취급을 안 해주니깐 좆소네, 블랙기업이네 하는 게 튀어나오는 게 현실이라지만 중국 공산당 놈들이 바퀴벌레란 인식을 하는 데 한 건 올린 사건이란 건 분명했다. 그렇지만 이렇게만 넘기고 치우기엔 도무지 넘어갈 수가 없어서 결국 글을 쓰는데, 이런 글밖에 나온 게 없었다.


 그래서 글 제목을 '세월호'라고 할까도 싶다가, 아무래도 그것관 내용이 동떨어진 것 같아서 '표현의 자유'로 고쳤다. 이 글은 그렇게 제목을 짓는 게 적당할 것 같다.


 여당 놈들도 참 간악하지, 노무현조차도 그가 듀라한으로 만든다거나 코알라로 만든다거나 하는 것에 대해서 명예 훼손 같은 식으로밖엔 대응 못 하는 것에 비해서 세월호는 그보다도 훨씬 다양하게 자기네들이 이용할 수 있단 걸 이용하는 식이다. 야당도 할 말은 없는 게 한강 서울대생을 두고 비슷한 짓을 하는 거 보면 정치권이란 양반들 하는 짓이 참 너저분하다고 밖엔 말을 못 하겠다.

 그렇다고 이들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진 않다. 민주주의란 게 병신과 머저리들만이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굴러가는 건 있으니 말이다.


 이럼에도 세월호에 대해서 필자는 추모한다고밖엔 말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지만, 그렇다면 세월호를 욕할 게 아니라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병신과 머저리 새끼들을 욕해야 정상이다. 아니, 병신과 머저리라곤 하지만 그들에게 이용당한다고 세월호를 직접 욕하는 광경을 볼 때마다 저 새끼들 참 영악하단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테인 그룹 운운하는 건 하기 싫었지만, 최근에 한 얘기들 중에서 본인이 무정부주의란 게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이야기가 테인 그룹 이야기로 풀어냈으니 이렇게 또 운운하게 됐다. 첨단 기술에 대한 얘기는 아니니 이 정돈 되겠지.


 야한 글이 아닌 걸 이런 데 올린 건 미안하게 됐다.

 읽느라고 수고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