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오지방 해안가에 바위 동굴이 하나 있다. 

밤이 되면 동굴 안에서 기묘한 초록색 불빛이 일렁거리며, 파란 날개의 나비를 닮은 곤충들이 날아다닌다.


수백년 동안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빛바랜 꿈과 추억만이 남은 그 동굴에 어느 순간부터 많은 포켓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소문]을 듣고 모인다.




'내 이름은 [모크나이퍼]. 

알로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고, 빼미스로우 시절에는 칼로스에서 살았어. 지금은 알로라 아칼라섬에서 살고 있지. 보다시피 날개가 있지만 날 수는 없고, 멀리 이동하려면 택시나 비행기가 필요해. 그러니 태워줄 수 있나?'


이곳은 가라르, 입국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곳. 원칙적으로 가라르도감에 실려있지 않은 포켓몬은 입국할 수 없지만, [다이나몬]은 예외다.



'내가 물어본 건 그게 아니잖아-! 도감에도 없는 포켓몬이 어떻게 들어왔냐고오-!'


택시를 운전하는 강철 까마귀 다이나몬, 아머까오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


모크나이퍼는 말없이 깃털 속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다이나몬의 영혼이 들어있는, 모크나이퍼의 녹색 [소울 오브]다.


'나도 [다이나몬]이다. 그거면 됐지?'


다이나 몬스터, 줄여서 다이나몬. 소원을 대가로 평생 절망으로 나아가는 불행한 포켓몬들. 


다이나몬이 절망하면 마왕이 되고, 그 마왕을 죽여야 다이나몬의 영혼이 절망에 물들지 않는다.


그것이 다이나몬의 운명, 절대 풀리지 않는 [저주]이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TG 대학병원]. 

가라르의 중심지에 위치한 커다란 병원으로, 병원장은 [앱솔]이다.


'아머까오, 그 소문 들었어? 여기 병원장 말이야, 올해로 89세라고 해. 진짜 89세인가?'


'나도 몰라. 몇 번이나 이 병원을 지나쳤지만 병원장을 만난 적은 없어. 어떤 소문에 따르면 원장을 쫓아가려 하면 재앙에 당해 죽는다고 하던데.'


병실 224호, 모크나이퍼가 찾던 것이 있는 곳이다.

몇 번이고 찾아다녔던 그 포켓몬이ㅡ

꿈에서 만났던 '그녀'가 있는 곳이다.


'드디어....찾았다!'


그러나....


병실 안에는 아무도 없다.

병실의 모습은 꿈에서 보았던 그대로지만, 그토록 찾아다니던 그 포켓몬은 없다.


'없어....어째서 없는 거지...?'


모크나이퍼는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가 다이나몬 계약에서 빌었던 소원은 '그녀의 병을 고치고 싶다'였다. 


하지만 정작 다이나몬이 된 직후, 그의 기억 속에서 '그녀'의 존재는 사라졌다.


'이름도...얼굴도 기억나지 않아...누구였지...? 분명 나에게 중요한 포켓몬이었는데...'


그녀에 대한 유일한 기억은 꿈 속에서 보았던 224호 병실. 


그러나 그곳에도 그녀는 없다.


그런데 그 때,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히스이지방에 오세요! 

당신이 잃어버린 [기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이나몬에게 희망을!'


'뭐지? 이 목소리는....누가 말한 거지?'


모크나이퍼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그저 환청일 뿐이었을까?


신오지방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었다.

방금 전까지는....


'우오오오! 몸이 제멋대로....[마왕]의 공격이다!!'


영문도 모르고 마왕 결계로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방금 전까지 비행기 안이라서 그런지, 마왕의 결계 역시 넓은 비행기 내부 형태다.


'비행기에서 출몰하는 [회색 탑]의 마왕...하필 여기서 나타나다니!'


마치 곤충과 갑각류를 합쳐놓은 듯한 기괴한 모습의 마왕이 나타났다.


마왕이 커다란 집게를 재빠르게 휘둘러 모크나이퍼의 날개에 구멍을 낸다.


'날개 깃털에 [구멍]이 생겼어...! 통증은 없지만...마치 종이를 뚫는 [스테이플러]처럼...!' 


마왕은 한때 '핫삼'이라 불리던 다이나몬, 현재는 비행기를 습격하며 절망을 뿌리는 마왕 '스테이플 스테이블'이 되어 있었다. 


모크나이퍼의 몸이 공중에 붕 뜬다. 


아래로 내려갈 수가 없다. 


마치 중력이 사라진 것처럼 몸이 제멋대로 


결계 안을 떠다닌다.



'설마...내 몸에서 [몸무게]를 빼앗은 건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