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채널 (비)

내가 살면서 모함을 지대로 당한 건 어제가 처음이었어.

 

난전 분명히 생산 수량을 지대로 보고했음에도 중역분들은 작업일보를 어떻게 조회했는지, 내제가 뻔뻔스런 거짓말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하셨단 말야.

 

사실 따지고 보면 난 천벌받은 거야.

 

나 또한 군대서 선임 병사 한 명을 모함한 적이 있거든.

 

당시 난 당직사관에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고, 또 인지하지도 못한 피멍을 들켰어. 분대장은 날 황급히 불러내 정황을 물었지만 소용이 없었지. 당직사관에게 들키고 나서야 인지했기에 난 당연히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으니까.

 

이에 분대장은 '만약 제3자의 고발로 진범이 드러나면 너 또한 사건은폐, 범인은닉, 거짓보고로 가중 처벌을 받으리라'고 경고하고 날 돌려보냈고.

 

그러나 수십분 후 다른 선임 병사 한 명이 날 불러내서는 이실직고하랬어. 난 사실대로 이야기했지만 그 선임 병사는 '난 증인이다, 거짓말마라'며 자신이 듣고픈 대답을 종용했지. 결국 난 그 날 낮에 함께 초소 근무를 나갔던 선임 병사를 모함하고 말았어.

 

그런데 바로 그 날이 중대장 이·취임식날이라 나와 내가 모함한 선임 병사를 포함, 4명의 병사가 주간 고정 경계 근무에 투입됐고, 내게 모함을 종용한 선임 병사가 내가 모함한 대상 선임 병사보다 더 상서열자에다 직속 분대장은 아니지만 엄연히 분대장이었기 때문에 모함은 쉽게 먹혀들어갈 수 있었지.

 

물론 그 날 밤, 내게 모함당한 선임 병사는 자는 도중에 갑자기 막사 뒤켠으로 불려나가 주먹질과 발길질이 동반된 추궁을 당했을 거야. 애당초 병영폭력을 상관에게 보고할 동료들이 아니거든. 그 때나 지금이나 국군은 부대장이 병영폭력의 후속 조치를 어떻게 취했느냐가 아니라 병영폭력이 터졌단 사실 자체만으로 부대장의 진급 심사 점수를 깎는데 말야.

 

다수가 주장하는 판단이 옳은 판단으로 통하고(군중에 호소하기), 사풀인풀마따나 보통 사람끼리 잘잘못을 가릴 땐 유죄 추정의 원칙이 상식으로 통하며, 선배의 판단이란 이유만으로 그른 판단이 옳은 판단으로 혹은 옳은 판단이 그른 판단으로 둔갑하는(그릇된 권위에 호소하기) 분위기야.

 

모함이 쉽사리 먹혀 들어가는 사회 구조지. 그러나 내겐 중역분들의 착오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자격도, 누군가한테 대고 이를 고발할 자격도 없어. 그리고 무고죄 특별법이 발효된 순간, 나 또한 '무고죄 특별법에 의거한 수사를 받을 과반수 국민'에 포함될 거야. 난 엄밀히 따지자면 피해자된 가해자지만 이것이 남을 모함했음을 정당화하지는 못하거든.

 

여러분도 누군가를 모함한 적이 있다면 당장 그 피해자 한 명, 한 명에게 잘못했다고 비는 게 좋을거야. 그것만으로도 여러분 스스로가 무고죄 특별법으로 피소당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