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꿨던 건지도 잘 모르겠다 아마 고딩 때 였던거 같은데

그때 한창 scp나 슬렌더맨 같은 인터넷 괴담 찾아보고 그랬음

그러다 한 번 꿈을 꾼적이 있는데, 내용만큼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내용도 내용인데 기억에 남는 이유가 이게 하루 꿔서 끝난게 아니고 거의 나흘? 동안 내용이 이어졌던 꿈이라 그런거 같음 


꿈 내용은

나는 주머니에 손전등을 가지고 있었고, 한 쪽 끝에 위에서 여는 해치로 막힌 살짝 녹슨 철제 사다리가 놓인 복도에 서있었음

복도의 바닥 천장 벽은 살구색에 군데군데 혈관같은 붉은 무늬가 그려져있었는데, 촉감은 마치 한번 굳은 고무찰흙에 물을 묻힌듯한 오묘하게 물렁거리는 느낌

천장엔 일정 간격으로 흔한 가정용 형광등이 달려있었는데, 조명 불빛이 마치 노란색 물 위에 떨어진 붉은 기름 같았음

꿈이라 가능한 거였겠지만 둘이 부자연스럽게 섞여있었다고 해야하나? 시야 위에 뭔가 기름같은 기체가 뒤섞인 듯 했음

아무튼 그런 곳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사다리가 놓인 반대편 복도 끝 바닥이 갑자기 누군가 아래쪽에서 뚫고 올라오듯 부숴졌음

그래서 가까이 갔더니 해치만 없고 똑같이 생긴 사다리가 아래층을 향해 나있었고 그걸 타고 내려갔더니 위층과 비슷하지만 벽은 더 붉어지고 스펀지처럼 구멍이 나있는 복도가 나왔음

그리고 또 반대편 끝의 바닥이 부숴지고, 내려가고, 또 부숴지고를 반복하며 내려갈수록 복도의 색과 구멍들은 더 심해지는걸 느꼈는데, 뭐에 홀린듯 그런 변화는 신경도 안쓰고 내려가기만 했고 그러다 더 이상 바닥이 뚫리지 않는 곳까지 왔을땐 복도는 붉은걸 넘어 검붉은 색에 사람 머리통에서 상반신만한 구멍이 뚫려있고 천장에선 기름같은 검은색 액체가 뚝뚝 떨어졌음

어느새 정신차리고 달라진 분위기에 당황하고 있었는데 복도 끝 벽의 구멍을 성인만한 크기에 체형은 태아 같은 무언가가 비집고 나오는거임


여기까지가 첫날 꿨던 꿈

이 꿈을 꾼 다른 날들도 다 마찬가지였지만 식은 땀 뻘뻘흘리며 새벽 일찍 일어났다가 결국 그날 하루동안 집중 못함

지금도 내용이 특이한 꿈은 일어나서 대략적으로 내용을 메모해두긴 하는데 이때 이 꿈만큼은 내용 자체가 엄청 생생해서 묘사도 되게 세밀하게 써놨음

덕분에 아직도 볼 때마다 기억 나는거고 


그리고 둘째날

전날 꿈에서 그대로 이어짐


그 태아를 닮은 게 몸을 다 빼내고는 눈을 떴는데, 피부는 주홍색에 살짝 투명해서 혈관이 비치고, 태아 체형이 머리가 크긴 하지만 유달리 더 대두에, 양쪽눈 크기가 다르고 큰쪽은 마치 억지로 쑤셔넣어놓은것 마냥 머리에서 빠져나올것 같이 튀어나와 있었음 (한쪽눈만 툭눈금붕어 같은 느낌)

무섭기 이전에 외형부터가 너무 혐오스러워서 다시 올라가려했더니 사다리가 없어진거야

당황하면서 다시 뒤돌아 그놈쪽을 봤더니 벽 옆의 구멍들에서 비슷하게 생긴 놈들이 계속 튀어나옴

전체적인 체형은 비슷한데 어떤놈은 팔한쪽이 비대하고, 어떤놈은 왼쪽 위 송곳니가 아랫입술을 뚫고 나올정도로 길었다던가 등 개체마다 차이가 있었고

튀어나온 놈들은 제자리에서 숨만 쉬며 서있었는데, 한 20마리쯤? 나온 시점에서 한놈이 울기 시작하고 나머지가 따라 울음

아마 아기 울음 소리가 그렇게까지 더럽게 들린건 이 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싶다

아기 울음 소리에 왠 노이즈가 잔뜩 껴있고 성인 여성의 비명 소리 피치 조절한듯한 게 같이 울리는데 이렇게까지 듣고도 꿈에서 안깬게 궁금했다

아무튼 그 소리에 머리가 아파오는데 쿵 소리가 나더니 사다리가 다시 생김

당장에 사다리 붙잡고 올라가려니까 이 새끼들이 날 따라오기 시작하는거야

본능적으로 잡히면 좆된다는거 감지하고 서둘러 올라감

근데 분명 내려올때는 윗층 상태는 아랫층에 비해 멀쩡했는데 올라가면서 보니까 복도 색이 원래의 살구색으로 바뀌는거 빼면 벽의 구멍은 그대로인거야

아무튼 위로 한 3개층은 올라오고 다음 사다리 앞에서 잠시 숨 고르는데 이번 층 복도에서도 아까같은 괴물들이 나오기 시작함

차이점이라면 피부색이 조금 창백해졌고 아까 놈들과 달리 특정부위가 비대하긴 해도 정도가 적은 느낌

그리고 수가 모이기를 기다리던 제일 아랫층 놈들과 달리 나오자마자 바로 나를 쫓더라 속도도 더 빠르고 

여기까지가 2일차 꿈 내용 


셋째날

둘째날 꿈과 조금 갭이 있었음

가장 처음 층에서 꿈이 시작되었는데, 복도 자체는 처음의 그 깨끗한 복도였음

근데 가장 큰 차이점은, 그 복도를 제일 아랫층의 괴물과 둘째날에 본 비교적 창백한 괴물들이 뒤섞인채 가득 메우고 있었음

근데 나는 신경 쓰질 않고 자기들끼리 상반신을 살짝 까닥이고만 있었음

아무튼 난 최대한 자극하지 않고 해치를 열어 밖으로 나왔는데, 현실의 내 방이었음

바닥 한 가운데 이상한 곳과 연결된 해치 하나가 있는거 빼곤 진짜 현실의 내 방

당시가 여름이었는데 해치에서 나오면서 에어컨의 그 시원함까지 확실하게 느꼈음

벙벙한 상태로 목적도 모르고 옷 주섬주섬 입고 집 밖으로 나감

그 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때 해치 뚜껑을 안닫았다

마지막으로 내 시점이 아닌, 내 방 천장 시점에서 해치를 보여주다가 해치를 통해 그 괴물들이 튀어나는 걸 보여주는 걸로 3일차 끝 


마지막날

이 날은 잠 자체도 잘 못잤음

왜인지 자면 안될것같다라는 기분이 계속 들었고 실제로도 밤잠 설치느라 이날은 꿈 안꾸고 새벽 늦게나마 잠들줄 알았지

근데 그러다가 정신 차려보니 우리 집 대문 앞이었음

기억도 전날보다 갭이 더 심해져서는 그 괴물들이 방에서 튀어나와 어디론가 향했다는 것까지 생겨있었어

뭔가 매캐한 냄새가 나는거야

유황 냄새

우리 집앞에 작은 가게 운영하시는 아주머니가 계시거든? 무슨 이유에선지 그분이 나보고 살려달라고 하시다가, 갑자기 상반신이 꺾이더니 그대로 바닥에 빨려들어가심

그리고는 빨려들어가신 그 바닥에 내 방에 있던 해치가 생겼고, 내가 당황해서 동네를 뛰어다니니 동네 바닥마다 해치가 없는 곳이 없었음

그리고 중간에 카메라 전환처럼 어딘진 모르겠는데 3일차 마지막처럼 해치를 비추더니 육성은 아닌데 마치 텔레파시 같은 걸로 누군가가 "곧 찾아간다"하고 꿈이 끝났음 


이후로는 이 꿈이 이어진다거나 한 적이 없다

주작이라고 믿던 아니던 난 상관 없음

그냥 이 황당한 내용의 개꿈이 나흘간 이어진 게 더 무서웠으며 저 마지막 문장이 아직도 뭐가 온다는건지 모르겠다는 거야

일단 지금까지 꾼 꿈 중 제일 무섭고 생생했다는건 확실함

내가 글쓰는 재주가 없어서 가독성이라던가 보기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면 미안하다

일단 내용이 코즈믹 호러 같아서 코즈믹 호러 태그 붙임

https://arca.live/b/breaking/16329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