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화 : https://arca.live/b/prcn/38788135

노을이 드리우는 호숫가의 작은 집.

그 안에서 캬루는 깨어났다.

"힉...!"

또 악몽이다.

공포에 질려, 주변을 둘러보는 그녀.

다행히도 여긴 그곳이 아니다.

기억을 더듬자, 누군가가 나를 구해주었고 아침인지 점심인지, 뭔가를 먹어 배를 채우자 감당할 수 없는 피로가 몰려왔던 것까지 기억났다.


"아...아아아아...."

안도감에 눈물을 흘리는 캬루.

보송보송한 이불에 눈물이 점점이 떨어져 얼룩을 만들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

캬루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다행히도, 문에서는 한 남자가 들어와 캬루를 보고 웃어주었다.


"일어났구나! 그때 이후로 이틀을 잠들어 있었어."

시간이...얼마나 지난 거지? 체감이 되질 않는다.

두통에 머리를 감싸쥐며, 캬루는 예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려 애썼지만 왜인지 슬프기만 할 뿐,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여긴...어딘가요....?"

"여긴 내 집이란다. 숲속에서 아저씨 혼자 살아가는 곳이지만 뭐...너 정도는 돌봐줄 수 있어."

"감사합니다....제 이름은 캬루라고 해요. 아저씨 이름은 뭔가요?"

"내 이름은 []야. 잘 부탁해, 꼬마 아가씨."

상냥하게 손을 뻗으며 악수를 요청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씨에, 캬루는 살면서 처음으로, 그녀를 향한 애정을 느꼈다.

"잘 부탁해요...!"


저녁 식사 시간.

따뜻한 스튜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캬루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

"네 원래 옷은 너무 심하게 찢어져서 갈아입혔단다. 버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네 몸에 손을 댄 건 미안하게 생각해."

"아니에요...제 목숨을 살려주셨는데 그 정도는..."

볼을 약간 붉히며 부끄러워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고맙구나, 어서 먹으렴. 식으면 맛이 없단다."

"네...감사합니다."

나무로 된 식기가 달그락거리며, 고요한 밤에 소리를 더했다.

크림의 부드러운 맛 안에서 느껴지는 베이컨의 감칠맛과 채소의 단맛이 어우러지며 캬루에게 따뜻한 행복을 선사해 주었다.

이런 제대로 된 음식을 얼마 만에 먹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저기...괜찮으세요...?"

하나밖에 없는 작은 침대.

"괜찮아. 난 소파에서 자면 된단다. 이것도 나름 푹신하고 말야."

"그럼 제가 거기서 잘게요...! 폐를 끼칠 수는..."

"넌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어. 푹 쉬려무나."

단호한 말에, 캬루는 죄송함을 느끼며 침대로 들어갔다.

"푹 쉬렴, 작은 아이야. 너는 여기서 안전해."

머리를 쓰다듬는 따뜻한 손길은, 싫지만은 않았다.




푸른 달빛이 빛나는 밤.

캬루는 또다시 악몽을 꾸는지, 작게 신음소리를 내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것을 측은하게 지켜보는 [].

그녀가 여기 온 이후로, 잠들 때마다 악몽을 꾸지 않는 날이 없다.


어떤 일을 겪은 걸까.

몸의 흉터를 보면 대강 알 수는 있지만...그래도 여전히 많은 부분이 수수께끼다.

[]는 캬루의 손을 꼭 잡고, 자신이 어릴 적, 어머니에게 들었던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

[오 아가야, 작은 아가야, 무엇이 두려우니?]

[내가 옆에 있단다. 바로 여기에.]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고 즐거운 꿈을 꾸려무나.]

[내가 너를 지켜줄 테니, 아무 걱정 말거라.]

[달콤한 꿈 속에서, 즐겁게 잠을 자거라...]

🎶


부드러운 노랫소리가 밤의 어둠에 퍼져나갔다.

캬루의 표정도, 약간 편안해 보였다.

흐뭇하게 웃으며, []도 잠을 청했다.



아침.

캬루는 냄비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달콤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며, 절로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띄웠다.

"오, 일어났구나?"

[]는 찬장에서 유리병을 꺼내며, 캬루를 돌아보았다.

"잼을 만들고 있었단다. 다 먹어가서 말이지."

냄비에서 끓고 있는 것이 뭔지 알려주며, []는 웃음을 지었다.

"오늘 아침은 내 특제 라즈베리 잼이다. 새로 한 게 아닌 먹던거긴 하지만 맛은 별 차이 없을거야."

식탁에 앉자, 부드러운 호밀빵에 얇게 썰은 치즈와 붉은 잼 한 병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아니 뭘, 혼자 먹기 심심해서 말이야."


[]가 캬루에게 베풀어주는 이런 대가 없는 친절은 그녀가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것이었다.

대가를 바라든 뭘 하든 간에 친절함 자체를 겪어보지 못했으니.


캬루는 썰어놓은 빵 한 조각을 집어 잼을 발라 먹어보았다.

진한 달콤한 맛이 그녀의 입 안에서 맴돌며 긴 여운을 남겼다.

행복해하는 그녀를 []는 웃으며 즐겁게 쳐다보았다.

역시 새로운 하루의 시작은, 달콤한 게 최고지.















캬루 말투가 인게임이랑 다르다고 뭐라 하지 마세요

여기 캬루는 그 뭐냐 안좋은 일이 많아서
성격이 마개조를 당했다 해야하나

뭐 어쨌든 이번 시리즈는 꽤 길어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