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반장 선거에 나가 했던 말이다. 그리고 저 말을 하니까 반 아이들 전부 웃어주었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저런 소리를 하니까 뻔뻔한 것에 웃었으려나? 여튼 그때까지만 해도 진짜 지금이랑 정반대로 친구도 꽤 있었고 장점을 적으라고 하면 밝고 긍정적이다 라고 쓸 정도인 아이였는데, 그래도 사람 본성은 안변한다고 제목인 저 말은 아직도 마음에 가지고 살고 있긴하다. 타인을 행복하게, 웃게 만들어주고 싶다. 이러한 이유로 초등학교 때 꿈은 개그맨이었다. 현실을 알아가며 금방 접었지만...

역사는 반복된다고 저 말을 하고 반장이 됐지만 뭐 딱히 한 건 없었다. 지금도 이곳 완장을 하고 있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별 도움을 주진 못하는 것 같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땐 내가 힘들어서 왔다. 그리고 털어놓고 조언도 받고 위로도 받고...이런 따뜻함은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이 것을 다른 이들에게도 나누어주고 싶어 댓글 달기를 시작했다. 당시로선 정신병 얻은지도 얼마 안돼서 별 지식도 없었기에 대강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나름 조언 한답시고 댓글 달았던 것 같다 ㅋㅋ 진짜 우매함의 봉오리라고 해야하나.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나온 걸로 해결할 수 있었으면 진작에 했겠지. 돌아오는 답변은 이미 해봤는데 잘 안되더라 였다. 상대의 상황을 잘 모른다고 해도 결례를 범한 느낌이었고 굉장히 수치스러웠다. '알량한 지식으로 깝치지 말자.' 다시 한 번 교훈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지식적인 것은 내가 도움이 될 수 없겠다고 판단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위로와 기도 그것 뿐이다. 솔직히 위로를 해본 적 없어서 아직도 잘 못한다. 위로랍시고 내멋대로인 이상한 조언을 한다거나 그렇지만 그래도 점차 나아지고 있지 않나 싶다. 기도는 말 그대로 힘든 이들에게 행복이 도래하길 고통이 멈추고 모든 상황이 풀리길 바란다. 이런 내용의 댓글을 달아주는 건데 솔직히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난 나한테 저런 소리하면 솔직히 별 감흥 없을 것 같거든. 근데 어쩌겠는가 내가 무능력해서 그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내놓을 순 없는데 그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이것은 사실이고 진실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것 뿐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내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뭐 열심히한다고 세상 일 풀리면 다 잘 살고 있겠지. 세상은 열심히 일한 자보다 잘한 자를 더 좋아하는 법이니.

아 그리고 나와 같은 향을 풍기는 자들이겐 사랑한다고 말을 해주기도 한다. 외로움에 익숙해 보이는 슬픈 자들. 진심으로 사랑해줄 수 있다. 몇 번이고 필요하다면 언제까지나.

어쩌다가 완장이 된 이후로 무언가 부담이 생겼다. 완장이니까 남들보다 더 잘 전부를 위로해주고 도움을 줘야한다는 그런 부담. 근데 난 무능력하고 지식도 위로하는 재능도 없어서 너무나도 힘든 일인 것 같다. 이전에는 부담없이 댓글 달아도 된다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잘못하면 목이 비틀릴 것 같다. 나에겐 조금은 두려운 자리이다. 사실 그리 거창한 것은 없지만서도 말이다.

이렇게 무능력한 나 이기에 종종 이런 생각을 하곤한다. 이들을 현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면 바꿀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이곳에 온 지 거의 1년 된 것 같은데 그러다보니 여러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자해를 하는 사람, 자살을 하겠다는 사람. 이런 이들은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넷상이기에 인적사항? 당연히 모른다. 어디에 있는지 경찰에 신고를 할 수도 없다. 볼때마다 너무 불안하고 떨리고 자칫 눈물도 날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몰아넣었나. 세상이 밉고 사회가 밉다는 생각도 자주한다. 살기좋은 세상, 사회였다면. 도움을 줄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하고 세상을 원망한다.

자해, 자살을 하는 이들의 심리상태가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 나도 심할 때는 몇번이고 몇번이고 수없이 계속해서 충동이 들었으니까. 이땐 남들이 뭐라해도 들리지 않는다. 글을 적는 이유도 생각나지 않지만, 일단 적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무너져버릴 것 같고 모든 것이 나에게 적대적인 것 같고 고통스럽고 괴롭고 하니까. 이걸 아니까. 내가 뭘 해도 결국 이겨내야하는 건 그들의 몫이니까.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이 무기력감과 절망과 후회의 늪에 빠져가는 것 같다. 내가 위로하는 재능이 있었더라면, 의사급의 지능이 있어서 병리학적인 접근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내가 열심히 살았더라면 뭐라도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후회? 뭔가 말을 잘못한 것 같은데 의미는 전달됐을 거라 본다.

만약 이곳에 온 이들을 만나서 몇번이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포옹하며 괜찮다고 해주었다면 달라질 수 있을까. 요즘, 자주하는 생각이다. 어쩌면 내가 받고 싶는 거 일지도.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행복을 찾길 바란다. 사랑을 찾길 바란다. 건강히 오래토록 살아주었으면 한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