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가 있었다.

그 작가는 막연하게 글을 썼다.

원대한 목표가 있던건 아니다, 그저 글을 쓰고 싶었다.

그렇게 손이 움직이는 데로, 글을 쓰고,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작가는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그렇게 작가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원하는 글을 적었다.


처음에는 작가가 쓰고 싶은 글과 사람들이 원하는 글이 같았다.

하지만, 작가가 원하는 글과 사람들이 원하는 글이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작가가 글을 쓰면 쓸수록...

하지만, 작가는 사람들의 반응을 더 원하게 되었다.

작가는, 이젠 사람들이 원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현명한 생각이었다.


그러다, 어느날 작가는 생각했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글이 아닌,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있다고.

그런 글을 써봤다.

주제넘은 생각이었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작가는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그게 없다.

작가는 슬펐다.

처음에는 그저 자기만족을 위한 글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작가는 자기만족과 사람들의 반응이 모두 필요해졌다.

과분한 욕심이다.

이 작가는 한심할 정도로 기량이 없다.

사람들이 원하면서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재주가 없다.

그러면 하나는 포기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은가?


재주가 없는 작가는 욕심은 있었다. 두 가지를 전부 챙기고 싶었다.

멍청하고, 한심했다.

재주는 없는데 욕심이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절망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닿을 수가 없으니까.

자신의 재주가 부족한 것을, 자신의 이상이 너무 높다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절망할 뿐이다.

너무나도 한심하다.


작가는, 꿈을 포기했다.

작가는, 다시 사람들이 원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반응이 좋지 않았다.

반응이 좋지 않았다..

반응이 좋지 않았다...


이제는 작가에게 사람들의 반응은 전부다.

어떤 글이든 사람들이 봐주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단지 이것만을 위해서 자신의 꿈을 버렸는데, 나의 꿈을 버린 대가가 고작 이거인가?

고작?

반응이 없던 것도 아니다. 단지 저번보다 나빴을 뿐이다.

그럼 고작이 아니지 않나?

저번의 좋은 반응들이 어쩌면 초심자의 행운이라 부르는, 그런 단순한 행운은 아니었을까.

이 반응들은, 작가의 재주 때문일 것이다.

흔히 말하는 '폼'이 죽어서일 수도 있고, 아이디어가 다 떨어져 일 수도 있고. 자신의 꿈에서 나오는 열정이 사라져 일 수도 있다.

아무튼 작가의 재주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재주가 모자라, 꿈을 버려도 도달하는 정도가 이 정도가 한계인 것이다. 당연한 결과다.


재주가 없다고,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재주가 없다고, 꿈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재주가 없다면 허락되지 않는다.

재주가 없다면...

재주, 재주, 그놈의 재주.


작가는,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다시 꿈을 찾아 글을 써야할까?

그럼 반응을 포기해야 한다.

관심은 마약이다, 이제 와서 버릴 수는 없다.


그럼, 다시 사람들이 원하는 글을 써야 할까?

자신의 꿈의 가치는 작가에게는 엄청난데, 사람들에게는 아니었나 보다.

작가가 꿈을 버리고 그런 글을 써도, 반응이 작가에게는 만족스럽지 않다.

작가도 이게 욕심이고, 한심한 생각이란 걸 알지만.

안다고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다.


재주를 길러볼까?

이미 작가가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재주를 가진 거 같았다.

물론 노력한다면 더 높이 올라가겠지만..

노력이란 너무나 잔인하다.

자신의 모든 인생을 깎고 부숴, 그 조각들을 높이 쌓는 게 노력이다.

작가는 그러기 싫었다.

이 작가는 노력조차 하기 싫어한다. 한심하다.

작가도 이런 게 한심하단 걸 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안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아예 글을 포기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이룬 것들을, 이제 와서 포기하라고?

아니다, 이건 아니다.


작가는 생각했다.

'난, 어떤 내가 되어야 할까."

그리고 이런 생각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작가는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는, 아직 작가 본인만이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