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밤의 항해

큰일로 번질 것 같다, 그레이레이븐.

 

열차 아질호 14호차



루시아

소피아와 저는 둘로 나뉘어서 열차 안을 수색했습니다. 전 차량과, 몸을 숨길 만한 장소를 모두…

 

소피아

…64군데의 통기관과 7군데의 더스트 슈트도… 근데 아무것도 못 찾았어.

 

루시아

……

지휘관의 존재를 짐작케 하는 것도, 행동의 흔적도, 무엇 하나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리브, 레이더는 어땠나요?

 

리브

위치정보를 특정할 수 없는 상태예요. 기술적인 간섭을 받고 있습니다…

리 씨가 해제를 시도하고 있지만, 꽤 고도의 기술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아서…



정보가 완벽하게 위장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상대는 저희의 레이더 위치추적 기술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어요.

 

루시아

일단은 기록합시다. 현재의 급선무는 지휘관의 위치정보를 복원하는 것입니다. 리, 복원에는 앞으로 어느정도 걸리나요?

 

10분 이내로 끝납니다.

 

소피아

…자밀라에게 보고하고 올게.

 

소피아의 말을 전후로 멀리서부터 다가오던 발소리가 멈췄다.



애스턴

소피아, 에밀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에밀께서는 지금 한창 중요한 일을 처리하고 계십니다.

순찰중인 기계위병에게서 보고는 받았습니다. 아질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할 줄은. 모두 저희의 부덕의 소치입니다.

아딜레는 최선을 다해 반드시 귀 소대의 지휘관을 찾아드리겠습니다.

…비앙카 씨는 어떻게 되셨습니까? 어떠한 사정으로 지휘관은 비앙카 씨와 함께 열차를 내렸다, 혹시 이런 상황인 것은 아닙니까?

 

루시아

지휘관이 저희와 떨어져 개별 행동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비앙카는, 어제 공중정원으로 귀환했습니다.

비앙카가 이탈한 시간은 지휘관이 실종된 시간과 일치하지 않아요.

 

소피아

……

 

창유

…설마 ‘반왕정파’ 녀석들이 꾸민 짓은 아니겠지? 히스 자식도 갑자기 종적을 감췄고.



리브

지휘관의 마인드 비컨은 점점 약해지고 있어요…

 

루시아

리브, 진정해요.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키세요.

 

당신들의 의식의 바다 파라미터는 전부 정상수치에서 4.275%정도 이탈했습니다. 감정감지 시스템을 제어하시길.

 

루시아

리…

 

창유

잠깐. …무슨 냄새 안나?

(지휘관 이름)은 어디서 종적을 감췄지?

 

소피아

…여기

 

창유

아딜레의 상품에는 여러가지 향료가 있거든. 외부에서 온 구조체에게는 구별이 안 갈지도 모르겠지만… 난 알 수 있어.

…미혹향이다.

 

…대기중의 잔류성분을 검출했습니다. 메톡시플루란*…

*마취가스의 일종

 

창유

구조체에게는 효과가 없는, 인간에게만 듣는 향이다. 간단하면서도 들키기 어려운 방식이네. 저 정신나간 배, 여기까지 손을 뻗어오는 건가…

 

애스턴

창유, 그게 무슨 말입니까?

 

창유

내가 여기에 팔려온 거랑 똑같이, 너희 지휘관도 ‘팔린’ 걸지도 몰라.

그래도 저 녀석들, 배에서 내릴 수 없을 텐데…

 

루시아

창유, 대체 무슨 말을 하시는 건가요?

 

간섭의 배제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지휘관의 좌표는… 09호 도시의 항구를 향해 이동하고 있는 듯합니다.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봤습니다만, 권한부족으로 도시정보에 액세스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확인할 수 있었던 키워드는 ‘시통항’, 그리고 ‘구룡상회’

 

창유

…구룡상회. 역시나 저 배야.

…터무니없이 귀찮은 일에 말려 들었구만, 그레이레이븐.

 




 

[11-2 밀실]



처음 맛보는 감각이 아니다.

눈을 뜨자 눈에 비친 것은, 익숙한 천장이 아니었다. 1인용 사이즈의 좁은 캡슐도 아니다.



하산

…이상이 이번 임무의 내용이다. 1인 시 작전 능력을 고려한 결과, 자네가 적임이라고 판단했네.

이번 극비임무에 대해, 상대가 언제 행동에 나서도 이상하지 않다. 자네의 소대의 구조체들도 포함해서, 임무내용은 비밀에 부쳐주었으면 하네.

 

>> 알겠습니다.

>> 이유가 뭡니까?

 

=====================================

>> 알겠습니다. 선택 시

 

하산

왜 대원과 각개행동을 하는 건지, 묻지 않는 군.

=====================================

>> 이유가 뭡니까? 선택 시

 

하산

누군가를 의심하고 있는 것은 아니네. 단지 이번 작전은 기세를 몰아 진행하는 편이 여러모로 덜 성가시다고 생각해서 말이지.

=====================================

 

하산

뭐, 각개행동은 일시적인 것이다.

 

>> 그럴 거라 믿습니다.

>> 곧바로 합류할 수 있도록 분발하겠습니다.

 



문득,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 링크의 상태를 확인한다.

>> 자신의 상황을 확인한다.

 

루시아 일행과의 링크 반응은 꽤 약해져 있다.

딱히 움직일 수 없는 상태는 아니지만…

링크가 약해져 있는 데다가, 목에서 묘한 이물감이 느껴진다. 손을 대자 느껴진 것은, 차가운 감촉… 특수한 재질로 된 목줄이 장착되어 있는 듯하다.

 

>> 뭐야 이건?

>> (벗어 내려 한다)

 

목줄을 벗기려는 순간, 마인드 비컨에 링크 반응이 나타났다. 예전에 커넥트 시스템을 경험했기 때문일까.



(지휘관 이름)

…이건

마치…

 

>> 의식의 바다

>> 의사(擬似) 의식의 바다

 

=====================================

>> 의식의 바다 선택 시

 

낮은 레벨의 의식의 바다…

=====================================

>> 의사(擬似) 의식의 바다 선택 시

 

현실을 모방한 전자두뇌의 가짜 의식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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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이름)

……

 

우선은 그걸 확인해야 한다…

 

>> (일어서서 주변의 상황을 확인한다)

 

아무래도 밀폐된 객실 안인 것 같다. 발밑에서 약간의 진동이 느껴진다.

 

>> 아직 아질 안에 있는 건가?

>> 여긴 열차 안이랑은 달라

 

좁고 긴 객실의 창문으로 바깥을 본다.

…바다다. …끝없이 펼쳐진 해수면이 보인다.

 

>> (창문을 두드린다)

>> (다시금 주변의 상황을 확인한다)

 

=====================================

>> (창문을 두드린다) 선택 시

 

창문을 두드렸지만 꿈쩍도 않는다.

=====================================

>> (다시금 주변의 상황을 확인한다) 선택 시

 

선실의 내부 설비를 관찰한다. 아무래도 화물창인 것 같다. 문은 밖에서 잠겨 있어 안쪽에서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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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자, 문 건너편에서 귀에 익은 기계체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 침식체?

>> 가드인가?

 

=====================================

>> 침식체? 선택 시

 

발소리는 규칙적이다… 침식체는 아닌 것 같다.

=====================================

>> 가드인가? 선택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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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각… 아마도 ‘목줄’은 커넥트 시스템과 흡사한 기능을 가진 기기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의사 의식의 바다…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루시아에게 링크해본다)

>> (기계체에게 링크해본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평소와는 다른 링크 반응이었다.

 

-------------------------전투 진입-------------------------



지휘관

바깥에 있는 기계경비원의 의사 의식의 바다에 링크된 것 같다.

기계체의 의사 의식의 바다는 보다 현실의 구성에 가깝다.

 

지휘관

어쩌면 의식 데이터 속에 문을 열 수 있는 패스 코드의 정보가 보존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무륜(舞輪) 4형

사고, 회로, 조금, 이상…

 

(미로찾기 진입)

(의식의 바다의 언락 포인트에 도달, 의식의 바다의 인증 모듈 공격에 주의하라)



지휘관

루시아, 리브, 리. 기다려.

 

(해치의 패스워드를 획득)

 

-------------------------전투 종료-------------------------



???

이것이 상품, 그리고 ‘덤’이다… 중개 역할은 여기까지.

사례는 됐어. 무슨 인과인지, 당신의 ‘말’이 들렸고, 그리고 이해해버렸으니까.

게다가 내가 바라는 ‘보수’는 모든 게 끝나면 자연스럽게 손에 들어와.

타인에게 속박당하는 건 괴롭겠지. 아무리 강하더라도, 자유가 없다면 말이야.

타인이 생각하는 대로 조종당한다는 것은, 무척 괴로운 일이야. 무엇을 어떻게 하더라도, 당사자로서 선택할 기회조차 없으니까.

앗, 왜 이렇게 떠들어버린 건지. 넌 그저…

 

 


???

이번에는 선택지가 풍부하다. 분명 만족할 거야.

그쪽도?

그렇다는 건… 이 배도 드디어…

여기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귀항을 하든 항해를 계속 하든, 침몰을 하건 침식이 되건 상관없다.

아무튼, 흥미가 있는 건 ‘육신’뿐. 이 배는 그것 때문에 준비한 것에 불과해.

만약 이것이, 사랑이라는 것이라면…

…그 이상은 말하지 마.

……

당신밖에 없으니까.

알고 있어?



???

…내일 밤 교역회에는, 8종의 상품이 나옵니다.



???

좋아, 준비를 진행하자.



???

알겠습니다.

 


 

 


[11-3 항구]

유일한 관련 자료는 면역시대 이전의 인간문화인 ‘희곡’과 관련된 것으로, 인형극에 관한 내용이다.



창유의 설명과 레이더의 정보를 종합하면… 아마 좌표는 이 항구 안입니다.

정확한 좌표는 불명… 상대는 저희의 레이더를 방해한 데다 지휘관의 신호도 차단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중암호화 같은 겁니다.

아질은 큰 타격을 입어, 전력이 한정적입니다. 소피아와 창유가 지휘관의 탈환작전에 참가하기는 어렵겠죠.

 

루시아

네, 그러니 저희만의 힘으로 지휘관을 찾아내야 합니다.

 

창유는 기다리라고 말했었죠… 전설의 ‘배’가 올 때까지, 그저 기다리라고.

 

루시아

다시 한번 지상을 수색해보죠. 무언가 못 보고 놓친 이상한 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휘관…?

…지휘관의 링크반응이… 끊어졌습니다.

 

이쪽도…

 

리브

…지휘관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키죠. 신호주파수에 이상은 없었으니, 지휘관이 스스로 끊은 걸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아직 지휘관은 무사히 계신다는 겁니다.

 

리브

그래도, 지휘관이 스스로 링크를 끊다니… 그런 상황이 있을 수가 있나요…?

 

루시아

저희의 지휘관을 믿읍시다.

 

(지휘관 이름)은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인물이 아닙니다. 지금도 분명 저희와 합류할 방법을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리브

…해수면에 생체 반응이 있습니다! 서서히 접근하고 있어요!!

숫자는… 꽤 많습니다!



…저 배

저 건축 양식…

 

ㅡㅡ매우 영리하니 매우 두려워… (百伶百悼)

ㅡㅡ출입왕래의 기세, 그 규모는 춤추듯 달리듯… (往來出入之勢, 規模舞走)

ㅡㅡ물고기가 용이 됨은… (魚龍變化)*

 

루시아

일정한 리듬… 노랫소리인가요?

 

‘대사’일지도 모르죠.

 

리브

대사?

 

음성정보를 검색했습니다. 데이터의 일부가 결손되어 있습니다만… 면역시대 이전의 문화 ‘희곡’, 그 중에서도 인형극과 관련된 듯하군요.

텍스트는 예스럽고 수사로 가득합니다. 잃어버린 동방문명에 속한 것으로, 인류의 귀중한 유산이란 녀석입니다.

…뭐, 어디까지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리브

아이라 씨가 알면 분명 기뻐하시겠네요.

 

루시아

배가 접안했습니다.

 

리브

…! 느껴집니다! 지휘관의 마인드 비컨이에요…!

 

저 배에서 나오고 있군요.

 

루시아

 

리브

배 위에서 대량의 생체반응이 확인되는데, 침식체의 반응은 전무해요.

 

루시아

아무튼 올라탑시다.

 

 

 

*남송대 수도의 각종 생활상을 기술한 책 <몽량록>에서 발췌된 구절. 해당 구절은 남송의 꼭두각시극에 대해 기술한 부분.

更有杖头傀儡,最是刘小仆射家数果奇,其水傀儡者,有姚遇仙、赛宝哥、王吉、金时好等,弄得百伶百悼。兼之水百戏,出入之模舞走,鱼龙变夺真,功艺如神。

일판 텍스트도 거의 원문이랑 다를 바 없어서 아주 대충 의역했음.

 

 

 

[11-4 야시장]



간단하게 올라탔네요. 승선구에는 경비조차 없었습니다.

그건 그렇다 쳐도… 이렇게 많은 인간이…

 

루시아

갑시다.

 

루시아는 경계를 하면서 발빠르게 선두를 걷는다. 리는 주변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리브는 호기심을 품으며 그 뒤를 이었다.



매대의 홍보소리

ㅡㅡ번데기 젤리 통조림!! 1캔에 3전!!

오래가는 무침식 산소 봄베!! 1개 사면 덤으로 1개 더! 2개 사면 2개 얹어 줄게!!

ㅡㅡ’칼날꿀’은 어떠세요! 일각천금 아닙니까!



리브

…대체 저게 뭘까요?

 

…관련 정보는 찾을 수 없습니다만… 뭐 아마도 여기는 시장인 거겠죠.

 

루시아

시장…?

 

리브

아딜레 상업연맹이랑 비슷한 건가요?

 

조직적인 교역활동이라는 점은 같습니다만… 단지…

…리브?

 

모퉁이를 돌자 나온 어두운 골목. 어둑어둑한 무너진 포장마차 앞에서 리브는 멈춰섰다.



노점상

……

 

리브

괜찮으세요? 어디 몸 상태가 안좋으신가요?



노점상

…이런

 

굵고 쉰 목소리가 울린다. 발성기관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노점상

…사 …사시겠습니까?

 

노점상은 떨리는 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어, 밀봉된 봉지를 꺼내, 리브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입을 실룩거리며, 쥐어짜낸 듯한 미소를 향한다.

 

노점상

갓 뽑아서… 신선 그 자체입니다…

병변도… 없으니까요…

 

어두워서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봉지 안에는… 액체에 잠긴 각종 장기가…

 

리브

…지금 당장 치료합시다! 보여주세요!

 

노점상

앞으로 286마일리지… 앞으로 286마일리지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286마일리지… 어떠십니까? 조금 정도는 깎아드릴 테니…

사세요… 사주십쇼…!

오늘 밤만 넘기면… 돈만 어떻게든 된다면…

 

리브

심박수에 이상이 있습니다! 제발 흥분하지 마시고… 지금 바로 치료할 테니…!

 

노점상은 리브의 팔을 잡고 당기려 했으나, 역으로 쓰러질 뻔했다.

 

노점상

당신… 인간이 아니야…?

‘뿔’… 그래, 밖에서 온 구조체에게는 뿔이 있지… 당신 구조체군!!

비싼 값에 팔리겠어…!!

구룡중(衆)이 아닌 구조체!!

내가! 내가 찾았다! 포뢰중(衆)! 포뢰중ㅡㅡ!!



>> 리브!

>> 리브를 놔!

 

리브를 떼어 놓고 앞으로 나가 비호한다.



루시아

리브!

 

>> 루시아, 다녀왔어.

>> 무사히 합류했네.

 

루시아

…지휘…관?

 

>> 그레이레이븐, 출격!

>> 우선은 맞받아칠까

 

루시아

아, 알겠습니다! 지휘관!

 

-------------------------전투 진입-------------------------



아무래도 경비가 없는 건 아닌 것 같군요. 저 퍼포먼스용 기계 꼭두각시들…

 

루시아

쫓아왔네요.

야시장의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고 싶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야시장의 정상적인 운영이 최우선사항인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저쪽도 저희를 떼어 놓을 생각인 것 같네요. 오히려 잘됐습니다.

 

리브

침식반응은 없습니다. 평범한 기계체예요…



지휘관

코어 모듈을 파괴하지 않도록. 깔끔하게 처리하고 하선하자.

 

 

루시아

지휘관, 전투 지시를 부탁드립니다.



(전투 시작)

(경호기계가 습격해왔다, 격파해서 강행돌파하라)

(증원된 경호기계가 도착, 경호를 격파해서 강행돌파하라)

 

군중

(갈채)

 

아크로배틱 쇼인지 뭔지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루시아

지휘관을 되찾았습니다. 배에서 내리죠.

 

-------------------------전투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