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이상적인 칼날


오직 이 순간.... 당신이 의지할 수 있는 건, 현재의 자신 뿐이다.



???

의식의 바다가 안정됐어,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의식을 되찾은 로이드의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어느새 심한 통증이 그의 의식의 바다로 쏟아져 들어오자,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졌다.


로이드

하하... 하...


로이드는 숨을 헐떡이며 몸부림을 쳤고, 그 고통의 원인을 알아차렸다. 

그의 팔에는 뭔가 날카로운 것에 베인 듯한 커다란 상처가 있었다.



???

저항하지 마... 아프다는 건, 아직 죽지 않았다는 뜻이니깐.


병원 침대에서 일어나자, 로이드는 그의 수술 기계 옆에 서있는 베라를 발견하였다.


로이드

베라 아가씨... 무슨 일로...


베라

네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하라고 니콜라가 명령했을 뿐이야,

지금 꼴을 보아하니 잠시 동안은 살아 있겠네.


베라

하지만 너를 따라갔던 사람들은 운이 좋지는 못했지...



로이드는 이전에 니콜라 직할의 구조체 몇 명과 함께 임무를 수행했지만, 

매우 강력한 날개를 가진 감염체와 마주쳤다는 사실을 금방 기억했다, 

로이드의 퇴각을 위해, 그들은 남아있기를 선택했다...


로이드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베라는 조급하게 시선을 돌리고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이미 대답은 매우 분명했다.


로이드

저 같은 놈을 위해... 어째서...


베라

너 같은 놈...? 아...


베라는 비웃으며 로이드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고개를 숙인 로이드에게,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게 했다.



베라

내가 널 비난할 자격은 없지만, 영웅 놀이와 소꿉장난을 좋아하나 보네, 하지만...


베라의 눈에는 유난히 강렬한 빛이 비쳤다. 로이드도 베라의 그런 화난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베라

그들은 널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어, 네 생명은 그들의 삶과 죽음으로 넘어섰다는 뜻이야, 그들의 의식을 모욕하고 싶어?


베라

너 자신의 임무를 이해해야 할 거야, "불멸의 로이드"와 의식 회귀라고 불리는 것이 병사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것을 말이야.


베라의 목소리는 극도로 낮았지만,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다.



베라

너... 정말 영웅이 되고 싶어?


베라의 관점에서 본, 로이드는 무능력하고 무의식적이며, 전장의 잔혹함을 이해한,

책임감에 눈이 멀어버린 노인일 뿐이었다, 상처와 고통, 그 결백함은 사라질 것이었다.


로이드

저는....


로이드는 베라가 예전에 임무를 수행할 때 한 번 본 적이 있었던 수첩을 꺼냈다,

그 수첩에는 '로이드'가 과거에 경험했던 모든 일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로이드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베라 아가씨의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영웅이 될 의식도 없고 영웅이 될 힘도 없어서... 그저 이 수첩에 기록된 모든 것을 토대로 '로이드'를 수행했던 겁니다.


로이드

베라 아가씨... 제가 충분히 잘 해낸다면,

결국에는 저도 진정한 영웅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로이드는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로이드

하지만 말씀하셨듯이, 결국에는 영웅이 아닌 사람은 영웅이 될 수 없습니다...

이 거짓말은 날이 갈수록 고통을 증가시킬 뿐입니다... 전 이제 뭘 해야하죠...



베라

만약 진정한 영웅이 되거나 진실을 말할 힘이 없다면, 그 고통은 항상 너와 함께 있을 테지,

하지만 이 고통조차 견디지 못한다면...


베라가 일어서고는, 로이드를 보면서 검을 뽑았다.


베라

그때는 죽는 거지, 겁쟁이처럼 말이야, 그리고 책임감을 최대한 발휘하고, 

모든 것을 다음 "로이드"에게 맡기는 거지.


그의 앞에 있는 칼날은 매우 날카로웠지만, 로이드는 당황하지 않았다.


로이드

베라 아가씨... 혹시나 다음 "로이드"는, 저보다 나은 영웅이 되겠죠?


베라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때는 이미 죽었으니 답을 알 필요가 없어, 그리고 그 미래는 너와 아무런 상관도 없겠지.



베라

오직 지금.... 네가 의지할 수 있는 건, 현재의 자신뿐이지.


로이드는 베라의 검에 손을 뻗어 꽉 쥐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그의 손을 베자,

순환액이 즉시 상처에서 새어 나와 로이드의 수첩에 천천히 떨어졌으며, 여백인 부분도 순환액의 피로 얼룩져 있었다.


로이드

아프네요... 하지만...


감염체가 팔을 찔렀던 상처보다 자신의 손으로 칼날을 쥐는 고통이 더욱 생생했다, 꽉 움켜쥘수록 고통은 더 심해졌다.



로이드

저는... "로이드"로 남고 싶습니다. 진정한 영웅으로 말입니다.


로이드

비록 제 이야기가 거짓으로 시작됐고, 마지막에도 거짓으로 끝나겠지만,

저는 여전히 "로이드"로써 싸워 나갈 겁니다.


로이드가 베라의 칼날을 놓자, 찌르는 듯한 느낌을 들었지만, 다시 주먹을 꽉 쥐었다.



로이드

베라 아가씨... 다음 임무가 끝나면 저에게 전투 훈련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아가씨처럼, 자신감과 힘 있게 위험에 맞서고 싶습니다.


베라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검을 검집에 도로 넣었다.


베라

내가 싫다면 어쩔 건데...?


로이드

그렇다면... 니콜라 사령관님께 여쭤보는게 최선이겠죠.


로이드의 진지한 표정을 보자, 베라의 미소가 서서히 부드러워졌다.


베라

오, 나쁘지 않은데, 생각처럼 멍청하지는 않네... 하게 해줄게, 하지만... 



베라

나처럼 된다면... 후회할텐데? 난 "영웅"이라는 단어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거든.


베라는 마지막으로 로이드에게 시선을 보내고는, 미소를 지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베라의 뒷모습을 보며, 로이드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수첩의 표지를 만졌다.



로이드

그렇지 않습니다... 어쩌면 아가씨야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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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감염체는 아마 "부두" 같음

역시 믿고 핫산하는 베라 스토리 ㅈㄴ잼있네 이게 스토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