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2장

3장

4장

5장


의역, 오역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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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하고 차가운 기계는 여전히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다.


---나를 통해, 비참한 도시로 들어간다.


---나를 통해, 영원한 고통으로 들어간다.


---나를 통해, 영원한 사람들에게로 들어간다.


---예술은 나의 최고 조물주를 감동시켰다.


---'순진한 예언', '잔혹한 미끼', 그리고 '원초의 사랑' 이 나를 만들었다.


---나에게는 창조된 것이 없고 오직 영원한 예술이 있을 뿐이며, 나는 영원불멸이다.


이곳으로 들어간 그 사람은.




지휘관


충분해.

......(선택)




햄릿이 외운 대사는 마치 미지의 프로그램 오류를 만난 듯 하염없이 멈췄다.


하지만 이어갈 필요도 없이 그 이야기가 어떤 종말을 맞이하는지 스스로도 이미 알고 있다.


소녀는 희망으로 자신의 가슴을 찔러 활짝 열려 있던 지옥의 문을 다시 닫았고, 그 문 뒤의 영원한 밤에 자신을 남겨두었다.


극의 정서가 극에 달했다. 촛불이 산소 부족으로 갑자기 꺼지고, 이야기가 억지로 끝나듯, 데이터로 구축된 세계는 급속도로 뒤로 후퇴하며 사라진다.


몸을 다시 되찾은 뒤, 손바닥이 따끔거리자 두 주먹을 만지면서 생긴 진홍빛 자국을 알아챘다.


무심한 기계가 데이터 다발 속에서 온 정보를 취합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줄거리를 짜며, 심지어 매 장면마다 모두 오프닝과 인사말을 덧붙이며, 고독하게 연극을 짜고 있다.


그러나 경험한 모든 이야기들은 완전히 질서정연하게 짜여진 것 같지는 않았다. 그것들은 완전하고 진실하며, 마치 어떤 소녀가 적조 속에 파열된 기억의 혼란에 대한 싸움과, 대지에 흩어진 신비로운 고래의 노래에 대한 독단적인 해석 같았다.


기대, 그리움, 회한, 슬픔, 절망, 소녀의 감정은 잔혹할 정도로 사실적이고, 이것이 이야기를 통해 전달되어 오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내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이미 그 이합생물에 갇힌 인간형 구조체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소문난 젊은 가극가, 자진해서 구조체 개조 수술을 받은 고고학 소대 구조체....


꽃과 무지개라는 이름으로 자신과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받던 소녀.


지휘관


아이리스......


만약 소녀의 꿈과 같이 놓친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때의 자신은 또 무슨 말을 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


신들도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은 단지 헛된 상상일 뿐이다.


하지만 '이야기' 속 자신은 여전히 소녀의 추억에 발맞춰 빛바랜 세월을 다시 걷고 있었다.


연출이 중단된 '햄릿'은 재빨리 머리를 숙이고, 앞으로 나아가 정교한 아이리스꽃을 꺼냈는데, 데이터의 빛들이 꽃잎의 무늬 사이사이에서 흐르고 있어 아름다웠다.


이것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신비로운 사람에게 주는 아낌없는 대여다.


다음 순간 '햄릿'이 갑자기 낮은 소리를 내며 권총을 든 오른팔을 천천히 들어 올려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금색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오페라극장의 무대였다.


지금은 공중정원의 밤으로 주민들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거대한 오페라하우스는 텅 비어 있었다.


무대 중앙의 스포트라이트가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여 약간 밝아졌다.


무대 위를 한 바퀴 돌다가 장막의 끝에서 노트를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낡은 나무 걸상 위에 방치되어 있었는데, 마치 누군가가 무대 연습 틈틈이 기록을 쓰다가 서둘러 치워 둔 것 같았다.


사람의 눈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놓여있어서 오랫동안 사용하지 못했던 무대 소품들과 함께 잊혀진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노트를 들었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짙은 색 가죽 표지에 네 귀퉁이에는 금색 아이리스가 새겨져 있었다.


귀신에 홀린 듯 노트를 펴니 눈에 띄는 것은 익숙한 글씨체였다. 잉크가 어딘가에서 번지는 모습은 사색의 흔적과 같아서 마치 집필하는 사람이 일찍이 이 부분에서 오랫동안 고민했던 것 같았다.


속표지에는 한 줄의 글자가 쓰여 있었다.


Ad astra per aspera(역경을 넘어서 별까지)


단순히 극작 기록이라기보다는 내용이 풍부한 여행기록에 가까웠고, 종이 속에는 상당히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젊은 극작가의 빛나는 비망록, 연극을 감상한 후에 남겨놓은 표, 견학하면서 적어놓은 지식들, 감정이 격앙되어 도저히 써내려갈 수 없는 시가, 좋아하는 음반에 수록된 곡들.


예를 들어 이색적인 잉크로 쓴 아리아 가사의 출처는 그녀가 용감한 자의 모험을 쓰는 데에 영감을 줬다.


예를 들어 구시대 인류의 용기에 대한 감탄, 우주를 활보하는 여행자에게 전하는 시공간을 초월한 안부.


서서히 페이지를 넘기자 인화지에 인쇄된 사진이 보였다.


그것은 밤의 아이리스 꽃밭이었다.


온실에서만 보던 꽃봉오리가 이런 상처투성이 대지 위에 마음껏 피어나고 있었다니.


사진 뒤에는 고고학 소대의 구조체 선배로부터 얻은 정보라고 아름다운 글씨로 적혀있었다.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다.


그녀는 소원을 이렇게 적었다.


지금은 홀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그 경치를 두루두루 볼 수 있는 그 소원을 이루었을까?


아마도, 언젠가 완성될 춤 스텝을 미리 익혀둬야 할 것 같아요.


떠도는 실의 고래의 노래가 계속되는 한, 그것을 쫓는 발자취는 항상 따라올 것이다.


시냇물이 다시 흐르고, 꽃이 다시 피어나며 이별을 대신할 때, 약속은 반드시 이행된다.


아이리스의 말처럼 인류는 어떤 형태로든 희망찬 길을 걸어간다,


지금 그 끈질긴 아이리스는 지금 어디로 갔는가?


---언젠가 내가 지구에서 노래를 부른다면 누군가가 들을 수 있을까요?


---그 노래를 듣고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까요?


지휘관


그래, 있어.


반드시.


긴 세월동안 그녀의 궁금증을 풀어주듯 스스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

.

.

.

.




공중화원, 생명의 별 소독소




직원


이것들은?


검사원


지난번 구조작전에서 회수해 온 물품들입니다. 이미 소독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주인에게로 돌려보낼 수 있습니다.


직원


...이렇게 많은 인식표들이...이것은...봉투?


이렇게 복고적인 방법을 쓰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검사원


네, 저희가 인식표를 수거할 때, 이 편지가 몇몇 인식표와 함께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누구의 유물이었을까요?


직원


잠깐만요, 이 뒤에 수신자가 표시돼 있어요.


어디보자.....


....[playernam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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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해로 뒤덮인 극장의 폐허 속에서 결국 더러운 페이지 몇 장만을 찾을 수 있었고, 쓸 잉크도 얼마 남지 않아, 길을 걸으며 만나는 기막힌 풍경과 자신의 심정을 몇 마디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서한에는 짧은 좌표만 적어넣었다.


그녀는 아이리스 꽃이 만발한 개울 옆에 가볍게 편지를 놓았고, 바람은 그것을 먼 곳으로 날려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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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부분은 선서망향 스토리를 봐야 좀 이해가 될거같네


마지막부분은 보니까 세레나가 편지를 써서 바람에 날려보냈는데 그게 우연히 인식표 사이에 들어갔고 공중정원쪽에서 작전중에 인식표랑 같이 회수한듯?


참고로 저기서 세레나가 쓴 짧은 좌표만 남아있는 편지에 관해서는 아라시온의 호감도스토리 6장 으로 이어짐


결국 해피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