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할 생각에 목이 메이니, 정을 말하기 어렵다

방초에 나와서, 길에서 물건을 들고, 소매를 흔들며 서 있네

봄바람이 세차게 부니, 벚꽃과 버드나무 처량하게 내리는구나*



*이별난(离别难) - 당나라 교방곡(敎坊曲)




공연은 꽤 성공적이었지만 함영의 너무 '즉흥적인' 연기로 인해 인솔자로부터 꾸지람을 들었다.



함영

설마...그 분이, 그럴 리 없어...



그녀는 기계체인 자신의 특징 코드가 어떻게 유출되었는지 알지 못했는데, 본디 그녀의 제작자만이... 이 비밀을 알고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 더 중요한 일이 남은 함영은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 뒤 홀로 무대 뒤 대기실 한쪽에 자리를 잡았고, 그곳에는 뚱뚱한 상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금만

현장은 정말 시끌벅적하군……역시 간판스타 다워. 나도 최근에 무용단을 만드는 데 투자하려고 하는데, 당신도 함께하지 않겠나.



금만의 농담에 함영은 담담하게 웃기만 했다.



함영

매일같이 성원해 주신 덕분입니다.


금만

혹시 내가 장난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진지하기도 하고... 너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 굳이 구룡으로 돌아올 필요도 없고, 그곳이 어떻게 변했을지 아무도 모르지 않겠나?


금만

네가 그 소녀를 위해서라도 그녀를 돌려보내면 안 돼. 이렇게 야항선에 남아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할게다...


함영

모든 사람들이 선생님처럼 계산에 능한 것은 아닙니다...그리고 살아있는 '가치'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함영

저는 유유와... 함께 구룡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금만

흥...자네 마음대로 하게. 내가 할 말이 이 정도야, 어쨌든 나는 오로지 장사만을 바라보고 한 푼이라도 더 쥐어짜는 장사치일 뿐...네가 돈만 준다면 다른 것은 나에게 하찮은 일이야.



금만은 품에서 편지 한 통을 꺼내 손대중을 한 뒤 함영에게 건넸다.



금만

접선에 필요한 배는 이미 준비했다. 사흘 후 새벽에 선미 위치에서 화물 운반용 작은 화물선으로 위장하여 승선한 후, 너희들은 이 편지를 출항선에 건내만 주면 그 다음부턴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돼. 알겠지?


금만

나머지 금액은 네가 구룡에 도착한 뒤 이전에 약속한 거래대로 받는 걸로 하지.


함영

알겠습니다...



함영은 가볍게 허리를 굽혀서 편지를 품에 안았다.



함영

그리고...감사합니다.



고마운 마음이었지만, 금만은 '보잘 것 없다'는 듯 퉁명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아무 말 없이 뚱뚱한 몸을 움직이며 천천히 자리를 떴다.


하지만 도중에 멈칫하더니 뭔가 생각난 듯 함영에게 주의를 줬다.



금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래 너의 소식을 알아보는 것 같군, 내가 아는 건 여기까지야... 어느정도 조심해서 잔금 지불 전에 죽는 일은 없도록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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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잡은 함영은 숙소 앞 작은 정원에서 걸음을 멈추고 금만이 마지막으로 한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예전에도 여러 번 있었던 열성 팬들의 소동은 이 야항선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의 곁에 다가오는 놈이 하나 둘이 아니라 예닐곱명 정도라는 것...더욱 흥미로운 건, 그들이 인간이 아닌 기계체나 구조체라는 점이다.


함영은 무심코 머리에 꽂은 비녀를 벗고, 갑자기 몸을 돌려 쏜살같이 복도 상단으로 향했다. 아무리 열성적인 팬이라도 이런 데를 기어다니지는 않는다.


천장에서 들려오는 아우성과 거의 동시에, 전자기를 차단하는 삼지창 여러 개가 사방에서 쏟아져 나와, 함영의 행동을 억제하려 하였다.


아마도 이렇게 동시공격하는 전술은 일반인들에게는 상당히 주효한 수단일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쇠와 포크를 부딪쳐 전극과 금속이 교차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났을 때, 함영은 이미 포위진 중앙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삿갓 무리?

위에 있다!



철제 포크가 엉키자 공중으로 솟구친 함영은 복도 꼭대기를 걷어차고 막 입을 연 삿갓쓴 남자의 쇠 포크를 든 손에 잽싸게 발을 디뎌 떨어졌고,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마룻바닥을 내리쳤다.


다른 사람들은 함영이 철제 포크가 여려겹으로 겹쳐진 부분을 밟는 바람에 작용력의 영향으로 다른 몇 사람은 뒤집힌 채 여러 방향으로 날아갔다.


같은 삿갓을 쓴 여성 기계체가 날아든 삿갓남을 함영에게 걷어차며 날아갔다. 함영은 던져진 삿갓남의 멱살을 잡고 옆으로 내동댕이쳤다.



연분 1형

띡ㅡ띡띡ㅡ



하지만 공격해 온 여성 기계체는 함영의 허점을 놓치지 않고 공중을 구른 뒤 꽃가지 같은 팔로 함영을 낚아챘다.



함영

아직 기본기가 부실해.



함영은 싱긋 웃을 뿐이었고, 허리를 숙인 채 쓰러져 손으로 땅을 짚고 뒤척이는 과정에서 발톱을 피했고, 높이 솟은 다리도 기계체의 턱을 걷어차 공중으로 날려버리는 등 춤처럼 아름다운 동작을 선보였다.



함영

나오세요.



뒤집기가 끝나자 몸을 가누고 있던 함영은 그 기계체를 날렸고, 순간적인 가속도로 정원의 석가산을 향해 곧장 날아가 바위가 부서져 옴짝달싹 못하는 기계체를 덮으면서 석가산 뒤에 숨어 있던 사람들아 드러냈다.



'요람'

그냥 무희라면 이 정도는 넉넉할 줄 알았는데...


함영

정말 저를 붙잡고 싶다면 열 배 정도의 전력을 준비하라고 조언드리죠.



함영은 먼지 묻은 소매를 툭툭 치면서 눈빛이 점점 매서워졌다.



함영

여기 있는 선생님께서 저를 미행하고 습격한 이유를 말해주길 바랍니다, 안그러면...



함영은 다시 폼을 잡았지만 그 남자는 싸울 뜻이 없다는 듯 손사래만 쳤다.



'요람'

더 이상 손을 쓸 생각은 없다… 그럴 필요가 없어졌거든.


함영의 뒤편에서 굉음이 들리면서 커다란 몸집이 바닥에 버려졌고 몸에는 전류가 흐른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함영은 바로 그것이 유유가 '아일'이라 불리는 역사기계체임을 알아차렸다. 자신은 유유의 곁으로 가 그녀를 보호해야 한다, 그것이 쓰러진 이상...



유유

놔...!!


삿갓 무리?

닥쳐!



삿갓을 쓴 두 남자에게 붙잡혀 유유는 집 밖으로 끌려나갔다. 그녀는 악을 쓰며 발버둥쳤지만 더 이상 얻어맞는 것 외에는 소용이 없었다.



함영

유유!



함영은 몸을 돌려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를 잡으려 했지만 그의 곁에는 이미 두 개의 새로운 기계가 나타나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함영은 이 남자를 쉽게 죽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물러났지만, 유유가 위험한 것은 매한가지다.



'요람'

조사한대로, 이 징그러운 기계가 사람의 꼴을 학습하고 여기저기서 역할놀이를 한다는 게 정말이었군.



이 남자는 함영에게 다가가 그녀의 정교한 턱을 손으로 받치며 놀라는 표정을 느끼고 있었다.



함영

...당신들은 도대체 누굽니까.



남자는 웃음을 참지 못한 채 함영의 손을 꼭 잡았고, 그 하얀 손은 악력에 빨갛게 변했다.



'요람'

확실히 정교해, 어쩐지 인간 행세를 할 자신이 있다더니…. 역시 비리야 님의 작품답군.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순간 함영의 동공이 수축되고, 그 남자 옆에 있던 기계체가 전혀 반응하지 않은 틈을 타 함영의 오른손은 번개처럼 그 자의 목구멍을 움켜쥐었다.



함영

어째서 그 이름을 아는거지...



'요람'

우리는 '요람'이라는 이름의 조직이다.... 혹은 한때 '요람'이었던 것이기도 하지.



함영은 그 이름을 들어본 바 있다. 구룡에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해커 조직, 비리야와 그녀는 이 조직이 구룡의 왕족을 습격하는 데 가담했다고 말했었고, 결국 비리야에 의해 뿌리째 뽑혔었다.**



'요람'

그 사람도 너에게 많은 비밀을 말했나 보군... 오히려 좋다. 그의 비밀을 더 많이 파악할수록 우리의 복수에 더욱 유리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구룡의 최고점을 바라보았다. 높이 올라 모든 것을 멸시하는 그 남자는 그가 밤낮으로 생각하던 복수의 대상이었다.



'요람'

요람에게... 죽음은 두렵지 않다. 다만 두려운 것은 우리의 자존심을 짓뭉갠 그 실패, 나는 그를 가장 굴욕적인 방식으로 죽게 할 거다. 예를 들면... 그의 조물 때문에 죽는 것. 너의 밑에서 죽게 할 생각이다.


'요람'

사흘 후면 '곡'을 가장한 놈이 고층 건물을 떠날 것이다. 그때가 바로 우리의 기회다.


'요람'

사흘만 더 기다려서 비리야를 죽이고...말세를 항해하는 이 보물야항선은 우리의 주머니 속에 들어갈 것이다.



함영은 손에 힘을 실어보지만 남자는 지금 자신이 아닌 함영의 목숨을 쥐어진 것처럼 여전히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요람'

네가 그 어린 여자아이 때문에 나를 죽이지 못한 시점에서, 이제 와서 나를 죽일 수 없다. 영원히 연산의 논리에 기초할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이 기계의 비애다.


'요람'

그런데 왜 네가 비리야의 조물로서 한 인간의 어린 소녀를 그토록 의식하게 됐는지, 같은 엔지니어로서 궁금하군.



반대편에서 유유의 비명이 터져 나왔고, 삿갓을 찬 수하가 그녀의 허벅지에 칼끝을 찌르자 인간의 새빨간 피가 서서히 흘러나왔다.



함영

...!



함영의 주의가 유유에 끌리는 순간, 그 남자의 손에 박힌 날카로운 가시 같은 전극이 함영의 목을 찔렀다…. 정확히는 목의 '칼'이었다.



함영

어째서...윽...//외부 링크 요청과 매칭중<<<<<<<<<<[삭제] 성공<<<<<<<<<<<논리기원저장중추 읽는중...



'요람'

우리가 비리야의 구룡 비밀 작업실에서 발견한 특징 코드는 역시 정확했다…. 기계체로서의 성능은 높지만, 그가 너를 위해 제대로 된 프로그래밍 보안 체계를 만들어 주지는 못한 모양이군.


'요람'

외부 인터페이스로서의 '칼'도 네가 직접 만든건가.... 정말 정교하군. 너는 이것으로 인간 속에 계속 섞여 들어간건가? 그러나 정교할수록 취약한 법이지.


함영

아니... 싫어....



함영이 죽도록 지켜온 비밀, 조금씩 쌓아온 보물들을 마구 뒤지고 있다.



'요람'

...그렇구나, 비리야가 이런 황당한 일을 하려고 하다니! 그놈도 어지간한 미치광이가 아니구나, 하하하.


'요람'

너는 그에게 버림받은 무가치한 인형일 뿐이야. 그가 밉지 않나...? 하지만 그래, 기계의 감정 또한 형식일 뿐이다.



그 남자가 피를 핥는 하이에나처럼 넋을 잃고 영만의 기억을 뒤지고 있을 때, 작은 돌멩이 하나가 남자의 등을 때렸다. 그리 큰 타격은 아니었지만 그를 되돌리기에 충분했다.



유유

이 나쁜 놈아...놔...함영언니!!



유유는 자신을 붙잡고 있는 두 삿갓 무리를 제 힘으로 내팽개치고, 남자는 당황한 기색 없이 가쁜 숨을 몰아쉬는 성난 모습을 보며 소리 내어 웃는다.



'요람'

난 당연히 나쁜 놈이야, 하지만 너의 함영이 언니도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잖아. 오, 아니야, 걔는 근본적으로...'사람'이 아니야.


유유

아니야! 함영언니는 기계이긴 하지만...언니는 날 구해주고 가치없는 나를 사랑해줬어.



유유는 몸부림치며 똑바로 선 채 눈물을 머금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유유

언니는 너희들보다도...이 배에 타고 있는 누구보다도 인간다워!


'요람'

하하, 정말 그럴까...그것조차 이미 작성된 명령에 지나지 않는다면, 너에게 잘 대해주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을 텐데 진실을 알게 된 네가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남자는 함영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힘없는 그녀를 바닥에서 끌어당겨 유유를 바라보게 했다.



'요람'

자, 그녀에게 너는 도대체 왜 처음부터 이 어린 여자아이를 구하려고 했는지를 말해라.


'요람'

너는 왜 계속해서 저 꼬맹이의 모든 것을 지키려고 하는거지?


'요람'

왜 그녀를 구조체로 만들고 싶은거지?



함영

나는.... 아아아아....



머릿속에 이물질이 박히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다시 한 번 느낀 함영은 생각조차 통제할 수 없었다.



함영

[본 기기는 처음에 정신을 잃은 수용체에 접촉하여 탄탈륨 폴리머에 대한 적응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그녀가 매우 높은 적응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함영

[본 기기는 게슈탈트 '화서'의 인격을 탑재하기 위해 존재하며, 자신이 주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면 논리적 행동을 [2차 목표]로 돌립니다]


함영

[2차 목표는 수용체를 육성해 구조체로 개조할 때까지 정비하고 최종적으로 제작자ㅡ비리야에게 바치는 것입니다]



함영은 괴로워하며 발버둥치지만 시선은 유유를 떠나지 않고, 허나 그 시선이 맞닥뜨린 것은 몸을 피하는 것뿐이었다.



함영

유유...



모든 사랑은 가치의 연장에 불과했고, 모든 믿음은 흥정거리에 불과했으며, 그 어떤 상처보다도 한 소녀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현실의 쓴 맛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한 음절도, 한 마디 말도, 오열도 없이 다만 멍하니 눈물을 흘리면서, 이제 막 허우적거리던 두 발이 모든 힘을 잃고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요람'

기계는 영원히 기계일 뿐, 그들의 존재 가치는 인간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는 자신을 돌아보며 혼자 웃기 시작하더니, 눈짓으로 주변의 기계체에게 유유를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이미 함영을 통제한 그는 이미 이 쓸모없는 여자아이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함영

아일...



함영은 바닥에 주저앉은 역사기계체에 필사적으로 숨겨둔 편지를 던져 지시를 내렸고, 쓰러진 척하던 아일이 편지를 쥐자 갑자기 팔로 땅을 내리쳐 무수한 먼지를 일으켰다.



아일

끼익! 끽끽!!


함영

유유와 함께 떠나... 사흘 뒤 동틀 무렵에... 선미로!



아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먼지를 뚫고 날아오르는 기계체 두 개를 한 손으로 날려보냈고, 한 손으로는 눈물을 흘리는 유유를 끌어안고 다른 한 손으로 담을 뛰어넘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요람'

됐다, 더 이상 쫓지 마, 어차피 우리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가장 중요한 바둑알은 이미 손에 넣었으니까.


'요람'

가자, 함영. 이번에,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이자까지 합쳐서 비리야한테 전부 다 뺏어 올 것이다.


함영

(미안해...유유...)



목덜미에 걸린 마지막 칼에 빨간불이 켜지고, 그녀는 구룡이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함영

(...너와 구룡으로 돌아가기로 한 약속은 더 이상 지킬 수 없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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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개인 스토리 참고(https://arca.live/b/punigray/27162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