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운경몽 ER00-9 : 아득히 머나먼 하늘의 소리(悠远天音)


ㅡㅡ전투 개시ㅡㅡ




ㅡㅡ전투 종료ㅡㅡ



짧은 경합이 끝났다. 물론 경합이라기엔 허풍에 가득 찬 공연이라 부르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지만. 도장 한복판에 포뢰가 홀로 서자 여기저기서 묵파 패거리의 탄식이 들려왔다.



일천

아이고...형님, 아니 누나, 우리가 잘못했어, 때리지 마.


일천

우리 모두 단지 밥벌이만이라도 하고 싶었을 뿐이야.


포뢰

왜 밥벌이를 해먹으면서 굳이 묵파를 하면서까지 남을 업신여기는 거죠?


일천

그... 묵파는 그냥 생업일 뿐이고 음악이 나의 삶이었어.


일천

우리들은 음악세균을 타고났으니까...


포뢰

세포겠죠.


일천

아 맞다. 음악세포.


일천

음악세균을 타고나니 자신감에 차서 팀을 꾸렸고, 꿈을 꾸는 김에 우승도 몇 번 하려고 했다.


일천

그런데 막상 가보니 꿈이란 게, 너무 머나먼 꿈이었어. 면접관은 얼굴만 보고 아무런 care도 안하고 내 퍼포먼스에는 신경도 안썼지.


일천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마지막까지 기다렸지만 인맥이 없어 무대 뒤로 밀려났어.


일천

음악인들은 일찍이 사회의 똥개가 되어 립싱크 쇼를 하고 이익에 끌려 다녔었다.



이를 언급하자, 주마와 참선 그리고 몇 명들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천

우리도 돈을 벌기 위해 회사 측에 무릎도 꿇어봤고, 눈물 젖은 밥도 먹어보고, 그 사람들과 싸워보기도 했어.


일천

더 이상 뭐가 뭔지 알 수도 없었고, 현실과 물어뜯어보기도 했지만, 모두가 자신의 꿈을 쫓을 자본을 가질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일천

그러나 음악을 하지 않는 우리에겐 과거의 꿈을 무기로 재조립한 무력만이 남았다.


일천

우리가 보호비를 받는다고 하면서 또한 우리의 악행을 인정했지만, 공평함이 퇴색되었을 뿐, 이런 걸로 누가 이 세상의 죄악을 씻을 수 있을까.


포뢰

음... 어쩐지 그럴듯한데 변명 같기도 하고.




선생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구나.


포뢰

아, 선생님, 어떻게 오셨어요.


선생

음, 약을 먹고 나니까 많이 좋아졌단다. 역시 신선의 약이라고 해야 되나. 먹으니까 파니니 바이러스가 확 없어졌네.


포뢰

다행이에요!


포뢰

그럼 이놈들은...


선생

너는 이미 다 컸어. 나 같은 지난 시대의 늙은이가 마침 이번 기회에 무대에서 물러날 때란다.


포뢰

아니, 선생님 이 말씀이 무슨 뜻입니까? 절 혼자 내버려 둘거에요?


선생

이 도장은 언젠가 너에게 물려줘야 한단다. 그렇다면 지금 이 사람들은 네 미래의 '선생님' 처분에 맡기자꾸나.


선생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옆에 있을 거야.


포뢰

....




선생은 말을 마치고 카운터 뒤 네모난 의자로 돌아와 앉았고, 포뢰는 앞으로 쓰러진 무리들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포뢰

당신들이     묵파가 생업이라고 한다면, 제가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일을 하나 주면 더 이상 사방으로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일천

어?


포뢰

제 말은 그...


포뢰

우리 이 도장에서 일하지 않을래요?


일천

우, 우리가 정말 할 수 있을까?


일천

이것이 과연 우리같은 사회의 찌질이들이 가져도 되는 것일까?


포뢰

음, 힘을 갖는다는 게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포뢰

우리는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힘을 보태려는 모든 사람을 환영하거든요.


일천

형님! 아니, 누님!


포뢰

아, 이게 무슨 짓이에요, 갑자기 칼을 꺼내서 자신을 베는 거야! 그만, 그만해요!



포뢰는 상대의 이상한 행동을 막으려고 달려갔지만, 일천은 마치 방금 몇 마디 말로 그 자리에 피투성이가 된 채 살아났다는 듯 예기치 못한 빠른 속도로 도장 안을 오르내리며 포뢰의 추격을 피하고 소리쳤다.



일천

하늘에 걸고, 나 여일천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당신을 나의 큰누나로 섬길 것을 영원히 맹세한다! 내복, 왕재, 그릇을 대령하라. 나는 오늘 누님과 피를 나눠 동맹을 맺겠다!


포뢰

이러지 마세요, 쓰지 마요!


포뢰

아, 주마, 참선! 어째서 무릎 꿇고만 있는거에요. 와서 일천 좀 말려봐요!


선생

허허허...


포뢰

아이고… 웃기만 하지 말고 와서 같이 좀 말려주세요!


선생

단지 네가 다른 사람과 이렇게 즐겁게 어울리는 것을 보니 참을 수 없었던 거란다.


선생

그래도 좋잖아, 안 그래?



햇볕이 내리쬐는 어느 날, 평화롭고 조용한 거리 깊은 곳에서 불협화음이 계속 들려왔다.


다만 분위기는 달라졌다.


하늘가에서 들려오는 고래 울음소리는 구름과 처마를 뚫고, 들끓는 사람들을 헤쳐나가 포뢰의 두 귀에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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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운경몽 ER00-10 : 새해(开春)



포뢰

으아아아아악!



고래의 울음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자 포뢰는 놀라서 땅으로 굴러 떨어졌다.


딱딱한 갑판에서 깨어난 포뢰는 궤짝을 짚고 두 손을 더듬은 끝에 침대 머리맡에 있는 고래 모양의 작은 알람을 꾹 눌렀다.


방이 다시 조용해지자 포뢰는 정신이 점점 몸속으로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다소 흐트러진 채 잠든 머리카락을 문지르고, 앞에 난잡한 잠자리를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비로소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포뢰

휴우... 역시 아침 알람소리는 익숙하지 않네.


포뢰

그치만 정말 오랜만에 편안하게 잤어.


포뢰

헤헤, 왠지 멋진 꿈을 꾸는 기분인걸.


포뢰

익숙한 사람들이랑 일이 일어나는 꿈을 꿨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꿈인지 기억이 잘 안나.


포뢰

뭐 어쨌든, 결말은 좋았을 거야. 오죽하면 평소랑 달리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을 수 있었을까.


조풍

포뢰, 일어났니. 우리는 축제 전에 순찰을 한번 돌아야 한다.


포뢰

아, 벌써 이 시간인가.



포뢰는 창밖에서 들리는 익숙한 외침에 부랴부랴 침대에서 뛰어내려 벽에 걸린 포뢰중 외투를 집어 들었다.



포뢰

이건...



외투에 쓰여진 '포'(蒲)자에 손가락이 닿을 때 안도감을 주는 어수룩한 기계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다.



포뢰

익숙한데 목이 메고 씁쓸한 느낌은 왜일까...


카이사이

포뢰, 다 됐니? 문 열고 들어간다.


포뢰

아, 밀지마요. 곧 갈게요!




포뢰

1년에 한 번 있는 축제인데, 카이사이씨는 좀 기뻐하면 안되나요.


카이사이

이렇게?


조풍

포뢰야 무리해서 시키지 마, 걔 원래 그런 얼굴이란다.


포뢰

알았어요. 조풍씨가 늘 거꾸로 나오는 버릇을 언제 고치겠어요. 서쪽에 사는 아이들이 몇 번이나 조풍씨를 고발하는 것을 들었거든요.


조풍

저 꼬맹이들이...


이문

사장님, 시장 조사에 의하면 당신 집의 산매탕은 올해도 큰 인기를 끌 것 같은데, 많이 준비해야겠어요.


가게 주인

당연하죠. 아복 아저씨한테 전수 받은 거거든요.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면 망신만 당하는 꼴인데, 그래서야 어찌 감히 그의 솜씨를 그대로 전해주겠다고 하겠어요.


가게 주인

참, 우선 사차면(沙茶面) 한 그릇으로 간좀 볼까요?


이문

고맙지만, 괜찮습니다.



포뢰

아 그럼 저는...


조풍

어흠!


포뢰

일 끝나고 와서 먹어볼게요!


이문

저기 전선생님, 상품을 길목에 내려놓지 말고 당신 형제들과 함께 옆으로 좀 옮겨주세요, 배 수리할 재료가 더 있을 테니까.


전선생

요계, 같이 들자.


요계

좋아, 하나, 둘, 셋, 둘, 셋, 가자!


전선생

일 끝나고 같이 술 마시러 갈까, 내가 듣기로는 동구 쪽에 괜찮은 칼춤꾼이 새로 왔대.


전선생

우리 형제들이 한턱 낼건데, 우리 형제들이 잘살아갈 수 없을 때 너희들이 도와준 것에 보답할게.


포뢰

괜찮아요, 오늘은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전선생

좋아, 그럼 내년 사업도 잘 부탁합니다.


이문

당연히 그래야죠.


포뢰

축제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역시 이문이네요.


이문

분명 이맘때는 무역거래가 가장 빈번하기 때문에 서두르는 것이 나중에 실수하는 것보다 낫지.


이문

참, 패하 저놈은 대체 뭘 하는거야. 선적 물류 통관을 잘 안배한다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내가 처리하게 생겼네.


패하

오늘 밤 공연용 설비를 방금 보강하고 오는 참인데, 이 다음에도 배에는 많은 물건들이 남아서 수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뒷담하지마라.


이문

흥.


부질

수우, 내가 연구한 폭죽을 잘 처리해줘. 재료가 한정되어 네가 원하는 만큼의 불꽃을 만들 수 없을 것 같아…


수우

괜찮아. 그래도 우리 물자가 넉넉하지 않은 편이라 오락에 쓸 수 있는 예산은 더 절약해야 하거든.



카이사이

참, 너 거기 신참 4명 왔다면서? 왜 오늘 걔네들이랑 같이 순찰 안도니?


포뢰

비록 고된 나날은 공중정원의 도움으로 끝났지만, 앞으로의 좋은 날들은 역시 우리가 개척해야 할 몫이잖아요.


포뢰

미래를 잘 개척하기 위해서는 휴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늘 휴가를 냈어요.


조풍

그런게 아니라 다른 사람더러 따라오라고 한 것은 네가 노점의 장난감과 과자에 정신이 팔려 일을 그르칠까 봐 걱정해서 그런거야.


포뢰

안 그럴 거에요!


조풍

그래? 보니까 판다 지갑에 아주 돈을 꽉 채워넣었더만.


포뢰

어? 어?


카이사이

됐어, 잡담은 그만하자.


조풍

그래, 그럼 내가 데이터 확인하러 갈게. 카이사이는 배 지붕 안전 상태 확인하고, 선착장의 순찰은 포뢰에게 맡기지.




포뢰

선착장 순찰을 마치고 주변 10km도 다녀올거라 조금 늦게 돌아올 것 같아요~


포뢰는 손을 흔들며 구룡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고, 아침 해가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칼에 내리쬐며 부드러운 금빛 빛을 반사했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몸을 돌려 오늘의 일을 시작했다.



포뢰

아휴...조풍은 어제 저녁에 밤샘했으니깐, 오늘도 억지로 버티고 순찰을 계속해야겠다. 역시 시간이 지나도 정보 관련 업무는 방심하면 안 되는데…


포뢰

그나저나 이문과 패하도 보름째 숙소에 들어오지 못한 것 같아.


포뢰

용의 아이뿐만 아니라 야항선의 모두가 그날부터 버텨가며 약한 모습을 보이지도 않고...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데…


포뢰

아냐 아냐, 지금은 감개무량할 때가 아니야.


포뢰

포뢰는 더 많이 도와주고 이해해 주고 행동해줘야돼!


포뢰

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포뢰,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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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남*

때마침 잘 왔네요. 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네요.


괴남

그나저나 가보실래요? 오래도록 보고 싶었던 지인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윤**

지인을 찾고 싶으면 직접 찾아가라.


하지만 내가 너에게 주의를 주지 않았다고 탓하진 마. 너와 나의 정체는 사람들 앞에 나타나면 불필요한 공포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괴남

아, 당신은 구룡에서 '고귀한' 신분이라 이럴 때 오히려 귀찮네요.


이제 가자, 네가 말한 것들은 멀리서만 바라볼 뿐, 이제 볼건 다 보았다.


괴남

좋아 좋아, 새해에는 여러분들도 잘되시길 바랄게요~



* 창유 스토리(https://arca.live/b/punigray/33899020), 포뢰 스토리(https://arca.live/b/punigray/40681699) 참조


** 곡 스토리(https://arca.live/b/punigray/27649068) 참조, 여기서는 '인'이라고 번역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