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감은 처음처럼 오래 지속되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야를 회복했다.



루시아

지휘관님, 깨어나셨군요.


그리고 루시아 등은 자신보다 한 발 먼저 깨어난 듯 코토라 옆에 둘러서 있었고, 리는 손에 기기를 들고 무언가를 점검하고 있었다.


지휘관

뭐해?



리브

코토라는 저희가 깨어난 후에 움직이지 않아서 리 씨가 검사하고 있어요.



에너지가 소진됐을 뿐 현재로선 별다른 고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상태는 더 정밀한 검사를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카무아

지휘관, 지휘관!


카무이의 목소리가 휴게실 문을 사이에 두고 또렷하게 들려왔다.


지휘관

(문을 열다)



카무이

지휘관 왜 아직도 여기있어?


카무이

모두들 기다리고 있는데, 나 혼자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몰래 달려와서 너희들을 찾으러 왔어!


루시아

벌써 시간이 됐나?


카무이

벌써 지났지!


슬쩍 확인해보니 벌써 다음날이 되었다.


지휘관

미안해...


카무이

괜찮아, 아직 방법이 있어.


카무이는 해맑은 미소를 보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카무이

새해가 동양력에서의 명절인 만큼 시간도 당연히 동양 시간대로 따져야 하잖아.


카무이

그런 계산에 따르면, 아직 다음날까지 시간이 좀 더 남은거야!


카무이

리더가 그렇게 말해줬어.


카무이

우리가 지금 뛰어가면 반드시 따라잡을 수 있을거야!


카무이는 말하자마자 스퍼트를 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루시아

지휘관님, 우리도 빨리 출발합시다.


지휘관

잠깐만 기다려.


돌아서서 이미 멈춘 코토라를 품에 안은 뒤 모두의 뒤를 따라갔다.



카무이를 따라 지정된 위치로 이동했고, 이전에 시원한 색상 스타일의 레스토랑은 완전히 모습이 바뀌어있었다.


붉은 카펫은 바닥을 완전히 덮었고 붉은색 초롱이 천장에 걸려 있고, 붉은색 비단이 꿰어져 있으며, 가운데는 붉은색의 길조의 매듭으로 장식되어 있다.


그리고 일찍부터 이곳에 낯익은 얼굴들이 모여있었다.



녹티

어이 삼칠이, 왜 계속 초롱을 때리는 거야?



21호

21호는 방금 '불나방이 불에 뛰어들다'라는 단어를 배웠어. 21호는 불나방을 흉내내고 있어.


녹티

그거 전기로 킨거야!



로제타

아, 당신도 원래 설원에 살았었어?


비앙카

네. 극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곳의 설경도 아름답습니다.



카레니나

아니, 왜 그 사람들 아직도 안왔냐고! 계속 안오면 나 그냥 가버린다!



반즈

분명히 맨 처음 온 사람은 너였어...아...졸려...



아이라

일이 있어서 뭔가 지체되었나봐, 꼭 올거야.



아시모프

왜 나까지...


세리카

물론 아시모프 씨가 실험실에서 과로사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죠!



베라

어라, 이제서야 온 거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게 하다니, 정말 대단하네.


아시모프

손에 들어있는 건 새로운 보조기인가? 한번 보여줘.


세리카

아시모프 씨, 자연스럽게 업무 모드로 들어가지 마세요!



크롬

지휘관님,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휘관

다들 늦어서 미안합니다.



같은 시각, 지구.



로쿠하치

나나미, 거기서, 뭐해?


눈앞에서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소녀의 대꾸가 없자 로쿠하치는 옆에 있는 덩치 큰 생체공학 곰을 찔렀다.


로쿠하치

너가, 해봐.



마틴

알고 있어.


마틴

후우....


마틴

나! 나! 미!!!!!!!!



나나미

꺄악!!!


나나미

뭐야 마틴이잖아. 곰인줄 알았네.


마틴

나 곰인데...


로쿠하치

나나미, 멍하니, 걱정중?


나나미

아니, 나나미는 하늘의 친구와 인사만 나누고 있었어.


로쿠하치

하늘, 친구?


로쿠하치

그거, 그레이 레이븐?


나나미

그들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아주 많아!


마틴

그런데 왜 안 올라가? 분명 그 사람들한테 직접 선물을 줄 수 있을텐데.


나나미

왜냐하면 로쿠하치와 마틴이 아직 있기 때문이야. 어느 쪽이든 나나미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


나나미

나나미는 모두가 필요해!


나나미

참, 너희들은 나나미가 필요하다고 했던 물건들 가져왔어?


마틴

찾았어, 이거 좀 봐줄래?


나나미

물론이지!



나나미가 건네받은 것은 사람 한 명 높이 정도의 좌우로 빨간 카드들이었다. 그녀는 카드 종이를 끌어안고 재료 더미 옆에 쪼그리고 앉아 바쁘게 일하기 시작했다.


나나미

여긴 이렇게 하고, 이건 또 이렇게, 그 다음에 쾅쾅쾅...


로쿠하치와 마틴은 눈을 마주친 후 호흡을 맞추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나나미

마지막에 다시 한번 후다닥, 완성!


나나미

로쿠하치, 마틴, 너희들 일로 와서 봐봐, 나나미의... 야, 꼭 그렇게 멀리 피해야 돼?


로쿠하치

이유, 위험.


마틴

이번엔 또 무슨 짓을 한거야?



나나미

흥흥, 나나미가 만든 엄청난 위업! 폭죽이야... 야야, 왜 더 떨어지는건데!


마틴

폭죽....왜 이걸 만든거야?


나나미

왜냐하면 오늘은 해를 넘기기 때문에 폭죽이 꼭 필요하거든.


나나미

아쉽게도 재료가 부족해서 하나 밖에 못만들었어.


마틴

그럼 그렇게 크게 만들질 마!


마틴은 나나미의 옆에 있는 '폭죽'을 가리키며 말했다.


무려 나나미의 1.5배에 달하는 높이의 붉은색 기둥이었는데, 지름이 마틴 둘을 합친 것보다 넓으며, 도대체 나나미가 무슨 수법을 썼는지 이 큰 것을 푹신푹신한 진흙 바닥에 안정적으로 세워 놓았다.



나나미

마틴 넌 아직도 모르는구나.


나나미가 늙은 티를 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나나미

이렇게 크지 않으면 예술적이지 않아.


나나미

안심해, 나나미의 정확한 계산에 따르면 위험은 전혀 없을 거야.


나나미

자, 마틴 네가 와서 불 붙여봐.


마틴

너도 참...


입으로는 투덜거렸지만 마틴은 숨어 있던 바위를 뒤로하고 나와 나나미의 손에서 점화기를 받았다.


마틴

그냥 이렇게 키면 돼?


나나미

응.


나나미

그럼 지금 빨리 뛰어!


마틴

?



마틴이 반응하기 전에 나나미는 이미 그의 발톱을 잡아당겨 그가 피신했던 장소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마틴

안 위험하대매!


나나미

하하하하하하.



바위 뒤쪽에 이르자 나나미는 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눈을 깜박이지 않고 붉은 폭죽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록 예상됐던 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로쿠하치

이거, 망가짐?


마틴

저 화약들 몇 년이나 묵혀뒀는지도 모르잖아.



나나미

우...


나나미는 고개를 떨궜고, 어둠 속에서 로쿠하치와 마틴은 그녀의 표정을 잘 볼 수 없었지만, 실망했겠구나 싶었다.


마틴

나나미...


'슝~~~'


마틴이 다음으로 하려던 말은 멀리서 들려오는 긴 끝소리를 끌며 울려퍼진 하늘이 터지는 소리에 끊겼다.


그 소리에 이끌려 나나미도 고개를 들었다.


'펑!'


부드러운 빛이 소녀의 뺨에 쏟아졌다.


로쿠하치

저기, 보육구역?


로쿠하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멀리서 서로 호응하듯 또 다른 위치에 또 다른 폭죽이 작은 꼬리를 끌고 공중으로 기어올랐다.


'펑!'


주황색 꽃 한 송이가 피어 올랐다.


'슝~~' '슝~~' '슝~~' '슝~~' 


'펑!' '펑!' '펑!' '펑!' 


서로 다른 위치, 서로 다른 거리, 서로 다른 지점에서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중 일부는 더 밝고, 일부는 더 오래, 일부는 더 크고, 일부는 더 시끄럽게, 밤하늘이라는 커튼 아래 그리움으로 모여 하나의 새로운 별 지도를 그렸다.


오색찬란한 빛의 점이 계속해서 나나미의 눈에 들어가며 그녀의 눈동자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우주보다 깊고, 성운보다 현란하며, 대낮보다 더 밝은 밤이었다.


앞길을 밝히고 겨울의 불을 흩뜨리며 폭죽이 작렬하는 소리는 생명과 희망에 대한 찬가였다.


옛 성이 봉화로 연결되었듯이, 여전히 이 대지를 지키는 사람들은 이 특별한 날 이런 방식으로 내일을 향해 자신의 평안을 알리고 있다.


지난 밤과 작별하고 새로운 아침 햇살을 맞으며, 하늘이 여전히 어둡다면 스스로 불을 밝힌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어떤 좌절을 겪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나미

새해 복 많이 받아...



마틴

어, 나나미 뭐라고 말했어? 너무 시끄러워서 못 들었는데, 그나저나 뭐 타는 냄새 안나?


로쿠하치

뒤에서, 들려옴.


나나미&마틴&로쿠하치

?!


세 사람이 일제히 고개를 돌리자 나나미가 만든 폭죽 꼭대기에 주홍색 별점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나나미&마틴&로쿠하치

!!



'펑!'


오늘 밤 가장 우렁찬 굉음이 폭발했고, 마틴과 로쿠하치는 지상의 진동까지 느꼈다.


마틴은 결국 그의 발톱으로 주변의 흰색 화약을 부채질한 후, 붉은 종이로 뒤덮인 자신을 발견했다.


물론 로쿠하치와 나나미는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붉은 종이 조각이 나나미의 머리카락 틈에 달라붙어 있었고 뺨은 회색 검정으로 염색되어 있어 마치 여우처럼 보였다.


단지 반짝이는 두 눈만 깜박거릴 뿐이었다.



마틴

쿨럭쿨럭, 나나미 괜찮아? 그리고 너 방금 뭐라고 한 거야?


나나미

나나미는 괜찮아, 나나미는 새해...



나나미

아니지, 나나미는 마틴과 로쿠하치와 함께 카운트다운을 하면서 해를 넘기기로 마음을 바꿨어


로쿠하치

왜, 그렇게, 해?


나나미

이건 새해 전야 카운트다운이잖아.


나나미

당연히 다같이 해야 의미가 있어!



지휘관

나더러 카운트다운을 하라고?


카무이

그래, 지금 여기서 가장 적합한 사람이 지휘관이잖아?


지휘관

...


지휘관

새해 전야 카운트다운은 아름다운 일이지.


지휘관

그러니까 당연히 다같이 해야 의미가 있어!


세리카

【지휘관 이름】의 말도 일리가 있으니까 그렇게 하자.




지휘관

3



나나미&리

3



지휘관

2



나나미&리브

2


지휘관

1



나나미&루시아

1


군중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