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장소에 숨어 있던 롤랑과 라미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 집행부대원은 저택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저택에 들어선 순간 롤랑은 '케르베로스'라는 부대의 일원임을 알아챘다.


영화의 샛별에서, 바로 이 무리들이 가브리엘과 치고받았던 만만찮은 상대이다.



롤랑

저 소녀는...가브리엘을 향해 공중폭발유탄을 쏜 게 바로 그들이었지.


소녀는 집의 앞문을 열었는데, 마치 멍한 상태에 빠진 것처럼 앞의 공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롤랑

(?)


뒤이어 정신을 차린 듯 그녀는 혼잣말처럼 들리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21호

아까 그건...뭐야?


21호

향기롭고 냄새가 풍부하고 엄청 따스했어.


소녀는 집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잠시 후...


롤랑이 염탐하는 와중에 흰옷의 소녀가 유리 조각 같은 것을 땅바닥에서 아무렇게나 집어들었고, 자기 팔을 향해 매섭게 내리꽂았다


롤랑

(...? 이건...)


21호

...너 미쳐가고 있어, 정신사나워, 불쾌해.


21호

아프면, 깨어나게 할 수 있어.


롤랑

(...너?)


21호

미안.


21호

21호 전투 지장 없음.


소녀는 머리를 들어, 집 안을 들여다보았다.


21호

...응.


롤랑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거지?)


롤랑

(동료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아. 누군가와 연결돼 있는 걸까?)


누군가와 연결되어있다. 케르베로스 소대에겐 지휘관이 뒤따라오지 않았고, 라미아는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에 대해 들은 바 있었다.


롤랑

(널 찾아냈군,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롤랑

(보아하니, 이 녀석이 공중정원의 '열쇠'인가 보네, 그녀를 따라가기만 한다면...)


그런 후, 어린 소녀는 집 안의 공간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그녀의 얼굴에 여러 감정이 뒤섞인 표정이 나타났다.


놀라움, 충격, 두려움, 그리고 기대...


롤랑은 지금까지 한 얼굴에서 이러한 표정의 순환과 얽힘을 본 적이 없다.


곧이어 여자 아이는 집안으로 뛰어갔다


롤랑

쳇,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롤랑은 다른 곳에서 미리 열어둔 창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전투 개시




롤랑

복도 저편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는군...


롤랑

이미 집안으로 들어간 것 같아, 그럼 따라가서 지켜보자고.


복도를 따라 21호를 찾아라


롤랑

찾았다.


롤랑

부랴부랴 뛰쳐나가네...


롤랑

저기 있는 방에서 나온 건가?


롤랑

거기서 뭔가를 본 게 틀림없어...



롤랑

여긴...아이의 방?


롤랑

루나 아가씨와...알파의 방인가?



롤랑

별거 아니군... 그냥 어린이용 장난감아여...



롤랑

내 기억으로는 루나 아가씨가 이 물건에 대한 얘기를 꺼냈었던 것 같은데.....



롤랑

단체 사진...?


롤랑

루나 아가씨와...알파인가.



롤랑

저기로 가는 건가...



롤랑

발자국 소리로 판단해서 여기까지 뛰어왔지만.....이건 대체.....


롤랑

문 여는 소리다! 다른 쪽에서 난 소리인가!


롤랑

놈을 막을 방법을 생각해야 되겠군...




롤랑

...정말 끈질긴 아이네.


롤랑

너 같은 착한 아이는 또래들과 놀아야 한단다.


롤랑

허, 이렇게 된 이상, '장난감' 곁으로 데려가 주지.




전투 종료




어리둥절해하는 소녀를 따라 방 안을 뒤지는 동안, 롤랑은 이미 가 본 곳일지라도 상대방은 자신이 볼 수 없는 것들을 많이 보았다는 것을 느꼈다.


흥미롭다, 그러니까 모든 조건을 갖춘 자만이…. 볼 수 있는 정보였으까? 롤랑은 자기가 뭔가 결정적인 것을 건드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일련의 설명할 수 없는 수색과 이동 끝에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과 연결된 흰색 옷을 입은 소녀가 아래층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롤랑은 급하게 따라가지 않았다. 그는 결코 무대에서 극본에 충실한 좋은 배우가 되려고 하지 않았다.


특히 이 무대는 훌륭한 연출에 보답을 내리는 시상식 자리가 아니며, 이면에는 복잡한 구도가 깔려 있다.


자신이나,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과 원격으로 연결된 이 집행 부대원은 모두 이 구도의 일부일 뿐이다.


상대방이 처한 국면은 아마도 그가 보고 있는 21호라는 구조체가 집 안에서 벌이는 기이한 행동, 그 자체에서 드러나고 있을 것이다.


21호와 자신은 서로 각각 다른 한편에 배치되어 있다. 흥, 기획자가 이 복잡한 정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든 간에, 롤랑은 상대방의 뛰어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롤랑마저도 상대방의 대본을 차근차근 따라가며 지금까지 연기하고 있다.


21호가 본 것은 자신도 이미 보았다…. 그건 '루나 아가씨'의 현재 행적을 시사할 수 있는 사물이 아니었다.


즉, '루나 아가씨'의 어린 시절이었을지도 모르는 사소한 것들일 뿐이다.


케르베로스 소대가 마주한 구면에서, 당사자가 그녀와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연결에서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알 수 없지만.


ㅡㅡ그것은 '집 그 자체'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어쩌면 21호와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은 결국 그들과 롤랑 모두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아낼 수 있겠지만, 그 일은 롤랑과 롤랑을 연출한 사람에게 결코 말해줄 수 없을 것이다.


ㅡㅡ하지만 롤랑을 연출한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들과 롤랑 모두 알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이 구도를 통해 롤랑에게 알리려 했었다면...


쳇, 정말 신경질나게 만드는 군.



롤랑

충분한 시간을 벌었지만… 그 결과는… 됐어, 예상했던 상황 중 하나였어.


롤랑?

실망했어?


롤랑

...어쩌면.


롤랑

적어도 하나 쯤은 알아냈지...


롤랑

...상대방은 나의 목적과 내막을 잘 알고 있었고, '나는 그들의 시나리오대로 끝까지 갈 것이다'라는 예상을 하고 이 판을 꾸민 거야.


롤랑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답이 여기에 없다면, 분명 반대편에 있겠지.


롤랑?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롤랑

마지막 단계ㅡㅡ무대를 박살내고 흑막을 등장시킨다.


롤랑

상대방이 끝까지 준비해놨든, 내가 무대를 망칠 것을 예상했든...그들이 등장해야 할 때가 온 거야.


롤랑?

좋아, 보아하니 결국...깨달았나 보네.


롤랑?

이젠 커튼콜을 해도 될 것 같군.


롤랑

...그런가.


롤랑?

즐겁군, 너와 나 사이의 관계를 닫을 필요가 없다는 걸 의미하니까.


롤랑?

너는 나, 그리고 나는 너야.


롤랑

...무슨 말을 해야 할까, Hermano.


롤랑?

말 하지 않아도 돼.



롤랑

...라미아?



라미아

어?


롤랑

다음으로 주변 동향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도와줘. 이 단계에 이르렀으면 반대편도 제 모습을 드러낼 거야.


라미아

...으.


롤랑

그럼,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21호라는 소녀를 계속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

...


롤랑

...?!


창문에서 번뜩이는 검은 옷 소녀의 모습이, 갑자기 롤랑의 눈에 나타났다.


소녀의 눈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지만 의외로 어렴풋하게나마 온화하게 보였다.


롤랑

...너는.


롤랑은 눈앞에 있는 소녀가 조금 낯익은 것 같았지만, 지금은 어디서 봤었는지 알 수 없었다.


롤랑이 알아차렸을 때에도 소녀는 놀라움도 기대도 하지 않았다.


???

'최후의 지옥'으로 오세요


롤랑이 다시 바라보기도 전에 그녀는 사라졌다.


롤랑

...라미아?


답은 없었다.


롤랑

...?


이런 가능성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지금 라미아의 탈출은 롤랑의 예상을 약간 웃돌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조연의 이탈여부와 상관없이, 주인공이 있는 이상 이 연극은 계속되어야 한다.


롤랑에게 있어 라미아를 뒤에 두어 배후의 사람들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뒷배가 없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그런 옵션따윈 없다.


롤랑

아무래도 너희들과 더 이상 놀지 않아도 될 것 같네.


롤랑

너희들끼리 잘 놀아봐ㅡㅡ케르베로스의 아기 늑대들아.


검은 옷의 소녀가 사라진 창을 향해, 롤랑은 여세를 몰아 등을 유리에 부딪히며 껑충 뛰어올랐다.



롤랑

다음으로 주변 동향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도와줘. 이 단계에 이르렀으면 반대편도 제 모습을 드러낼 거야.


라미아

...으.


통신을 끊고 라미아는 더 큰 움직임을 볼 수 있도록 지붕 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라미아

어...? 이건 뭐지?


옥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던 라미아는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어디선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들었다.


그것은 마치 어떤 선풍기가 빠르게 회전하면서 생기는 윙윙거리는 소리였다.


라미아

(이건 완전...엔진소리잖아!)


소리가 가까워지자 라미아는 검은 형체가 자기 쪽으로 달려들고 있음을 알아챘다.


그러자 라미아의 눈동자가 놀라 움츠러들었다.


라미아

(으엑ㅡㅡ! 역시나...이쪽으로 오는구나!)



???

락 온, 소형 미사일 발사.


라미아

끄에엑!


몸을 뒤틀며 라미아는 괴이한 각도로 미사일의 폭발 범위를 벗어났다. 라미아의 뒤에서 미사일이 공중에서 폭발했는데, 장탄 수가 적어서 미사일 폭발의 둔탁한 소리가 멀리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

표적이 살아남았다. 계속 겨냥해 공격한다.



라미아

큰일났다.


라미아

큰일이야, 큰일이야, 큰일이야, 큰일이야!


라미아

예전에 하늘에서 날 폭격하던 놈이...어떻게 여길 찾아온 거야!!!


라미아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생존욕구와 공포로 점철되었고, 상대방의 공중 위협과 자신의 무력감이 라미아의 의식의 바다에 가득 찼다.


라미아

으아악!


롤랑을 돌볼 겨를이 없다. 라미아에게 있어서 보잘것없는 목숨을 부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녀는 집에서 뛰어내려 황급히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그곳을 벗어났다.



녹티

...방금 뭔가 스쳐지나가지 않았어?


베라

...너가 귀신도 무서워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