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가 생각 안나서 걍 던짐

몰루

얘네가 시나리오 서술을 소설처럼 하니까 따라하고 싶더라




전술 패드의 불빛은 은은하게 리와 지휘관의 진지한 표정을 비춘다. 현재 라운지에는 지휘 콘솔이 휴면 상태로 진입하여 내는 조용한 백색소음만이 울린다. 리는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어색한 침묵을 깬다. 

 

“지휘관, 완충 패드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음, 글쎄. 솔직히 잘 모르겠어. 난 구조체가 아니잖아.”

“그렇다면 저도 모릅니다. 저는 여성형 구조체가 아니니까요.”

“오, 뭐야. 그런 이야기야?”

 

지휘관의 눈썹이 한순간 높아진다. 눈을 크게 뜨고 입꼬리가 생긋 올라가 먹잇감을 포착한 것처럼 보인다. 이에 쉽게 넘어갈 수 없었던 리는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하나, 여전히 방열 장치는 제어할 수 없었다. 

 

“……그런 소리를 하는 당신이 더 음흉합니다.”

“어휴, 알았어. 일단은 완충 패드에서 통각을 못 느낀다면 괜찮지 않을까? 충격을 완화한다고 해도 고통을 느낀다는 건 별개의 문제니까. 애초에 인간으로 따지자면 완충 패드는 지방이잖아. 그러면 무게도 생각해야겠네.”

“그러면 효용성은 없다는 소리입니까?”

“아무래도 그러지 않을까? 결국 그 완충 패드도 인간 여성의 가슴을 모방한 거잖아. 실제로 인간이 가슴으로 총알을 튕겨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방탄 기능이 있다면……”

 

지휘관은 둘밖에 없는 조용한 공간에 긴장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민감한 주제이기에 혹시라도 도청 장치가 설치되어 이 은밀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한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다. 반대로 리는 폭우 속에도 끄떡없는 피뢰침처럼 표정 변화 없이 조용히 결과를 생각한다. 

 

“안 되겠네요.”

“당연히 힘들지. 비앙카를 보면 합금 소재는 아니잖아? 그, 그…”

“재질이 유체성을 띠고 있긴 하죠.”

“맞아. 아예 경량성을 갖춘 합금으로 그 모양처럼 속까지 채워 넣어서 기계적인 느낌에 가깝게 설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리고, 애초에 그 녀석들이 구조체를 무기로 취급한다면 왜 굳이 인간 외형을 본떠 제작했을까?”

“의식의 바다가 안정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도 알잖아요. 돌연변이 구조체는 의식의 바다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요. 로제타도 그래서 공중정원에서 개조 받지 않았습니까?”

“당연히 알고 있지. 하지만 내 말은 왜 소재까지 인간을 모방해야 하냐는 거야. 외형은 그렇다고 해도 기능은 인간과 다르게 무기와 더 가깝게 작용할 수 있잖아. 녀석들은 우리 생각보다 더 추잡하고 원시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