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암만 노력해도 눈이 가게 되는 6德6德한 기체에서 잠시 눈을 떼고

코팅 설명을 잠시 읽어보자



뜬금없이 허브가 나온다

퍼니싱 텍스트에서 뜬금없는 게 꽤 있긴 하지만

요건 제대로 모티브? 원전이 있는 것 중 하나다



https://www.youtube.com/watch?v=eJB-ninNVcs


https://www.youtube.com/watch?v=0sFDJcSiXCE


https://www.youtube.com/watch?v=dKStPAmch8E


혹시 Scarborough Fair 라는 곡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사이먼 & 가펑클이라는 가수의 곡이 제일 먼저 나왔고

사라 브라이트만도 불렀으며

종말에 뭐 하세요? 바쁘세요? 구해주실 수 있나요? 라는

꿈도 희망도 없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애니메이션에서 삽입곡으로도 쓰엿슴

하지만 이 모든 것도 다 리메이크고

영국 민요가 원전이라고 함


그리고 이 노래의 가사에 등장하는 게 저 네 가지 허브의 이름들이다







가사 읽기

심심한 사람은 다 읽어봐

스카보로 시장에 가시나요
파슬리, 샐비어, 로즈마리, 백리향.
거기 사는 한 여인에게 안부를 전해주세요
한 때 그녀는 나의 진실한 사랑이었어요

그녀에게 내 삼베 옷을 만들어 달라고 해주세요
파슬리, 샐비어, 로즈마리, 백리향
이음매나 바느질 자국 없는 그런 옷을요
그러면 그녀는 내 진실한 사랑이 될 거에요

그녀에게 내게 한 에이커 땅을 구해 달라고 해주세요
파슬리, 샐비어, 로즈마리, 백리향.
바다와 바닷가 사이의 땅을요.
그러면 그녀는 내 진실한 사랑이 될 거에요

가죽 낫으로 모두 잘라서
파슬리, 샐비어, 로즈마리, 백리향
들꽃으로 엮어 꽃다발로 만들어 달라고 해주세요
그러면 그녀는 내 진실한 사랑이 될 거에요

스카보로 시장에 가나요
파슬리, 샐비어, 로즈마리, 백리향
거기 사는 한 여인에게 안부를 전해주세요
한 때 그녀는 나의 진실한 사랑이었어요 



요약하면, 

어떤 한 남자가 5일장 가는 사람한테 그 여자에게 내 안부 좀 전해주

하고 부탁하는 거임


근데 그 부탁하는 방식이

[만약 ~(불가능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그녀는 제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로 되어 잇슴

그리고 가사의 첫 번째와 끝에는

'그녀는 한 때 제 진실한 사랑'이었습니다'

라고 과거형으로 나옴


혹시 중고등학교 때 고려가요 정석가 배운 거 기억나는지 모르겠네

무쇠로 만든 소가 철로 된 풀을 먹어치우면 님과 이별함 ㅇㅇ

같이 불가능한 상황을 설정해서 '죽어도 못 보내' 를 외치는 사람의 이야기


스카보로 페어도 이와 같은 구성이라 할 수 있다

으지가 느껴지는 정석가와 달리 여기선

그녀와 맺어지는 일은 죽어도 없을 거다 라고 자조하는 분위기가 강하지







선서망향에 끼워맞추기



1. 선서망향을 지겹게 돈 우리들은 브금도 수없이 들었을 거임

어딘가 중세 판타지를 떠올리게 하는 아련한 멜로디가 인상적인데

스카보로 페어는

16~17세기 중세 잉글랜드에서 불리던 스코틀랜드 발라드 "엘핀 나이트(The Elfin Knight)"를 개사한 곡

이라고 함


2. 코팅 설명을 볼까


...불멸의 멜로디, 영원의 희망과 무지갯빛 환상을 모두 그녀의 마법에 녹여냈다...


불멸, 영원, 무지개, 마법

불가능과 덧없음이 녹아든 단어가 대놓고 나오내


3. 그리고 연극 내용도 몬가몬가임


...피리부는 사나이(세레나)와 악룡은 연결된 존재

악룡을 토벌하는 건 불가능하며 토벌하자니 연결되어 있는 세레나를 쓰러뜨려야 했음

악룡 토벌과 save 세레나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 상황

이건 스카보로 페어 가사대로의 전개라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원곡과 달리 우리 시키깡들은

수많은 리트를 하여 악룡 토벌과 세레나와의 해후를 동시에 이루는 기적을 이뤄냈지



4. 정작 코팅에서 나온 허브를 깜빡했는데 이거도 뭔가 세레나에 끼워맞출 수 있을 거 가틈

위키에서 긁어온 네 종류 허브의 의미


파슬리 : 소화에 도움이 되고 쓴맛을 없애며 중세의 의사는 이를 영적인 의미로도 간주하였음

세이지 : 몇천 년에 달하는 내구력을 상징

로즈마리 : 정절, 사랑, 추억

타임 : 용기를 상징


세레나 아라시네 외전을 생각나게 하네


파슬리 : 인간에서 구조체로, 이합체의 코어로, 수격자로 몸이 계속 바뀌지만 세레나라는 자아는 계속 이어졌고

세이지 : 우주 정거장에서 방치된 채였지만 그 긴 시간을 버텨냈으며

로즈마리 : 임무 완수를 위해 자신을 찾아줄 누군가를 한결같이 기다렸고

타임 : 이 모든 고난을 마주하기 위해선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었을 거임


...맞나? ㅎ






사이먼&가펑클 버전, 종말에 뭐하세요 버전에 주목


사이먼&가펑클 버전에는 추가 가사가 있는데 내용을 한 번 볼까

...깊은 숲 속 언덕에는

눈장식의 갈색 담요와 침대시트 위로

참새가 날아간 모양을 그리던 산의 아이가

전장의 나팔 소리도 모르는 채 잠이 들었네


저 언덕 한편에서는 낙엽이 흩날리네요

무덤을 씻어내는 은빛 눈물처럼

한 병사가 총을 광내어 반짝이게 하고서


핏빛으로 물든 군대에서 전쟁은 타오르고

장군은 병사들에게 죽일 것을 명하네

오래 전에 잊어버린 그 명분을 위한 싸움을

...


어찌 보면


공중정원에서 배부르고 등따숩게 생활하는 사람과,

걍 다른 행성 찾아 떠날 것이지 굳이 지구 탈환해야 함?

같은 옅어져가는 명분을 위해 끊임없이 투입되는 구조체와 계속되는 퍼니싱과의 전쟁이 대비됨


이라고 보지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음



그럼 '종말에 뭐하세요' 버전은 왜 주목을 하고 싶었냐 하면,

이 버전 가사는 대상이 여자에서 남자로 바뀌었음

작품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

인간이 멸망한 세계에서 남은 종족들은 하늘에 떠다니는 섬에서 살게 되고 

지상에는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활보를 하여 살 수 없는 땅이 되어버림

그 종족들은 요정에게 무기를 쥐어주어 괴물들과 싸우게 하는데

유일한 인간인 남자 주인공과, 싸울 때마다 기억을 잃어가는 요정병기인 여자 주인공

...

이 이야기의 중심 인물들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솔직히 나도 방금 쓰면서 깨달았음 존나 소름돋음


그래서 가사의 대상이 남자로 바뀌었다는 건,

화자가 여자, 즉 기억을 잃어가는 요정병기란 뜻이 되지

이 애니 버전 한정으로

루시아(홍련)가 지휘관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구룡 순환 도시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없는 것 같지도 않음


세레나에 맞춰본다면 어떤 분석이 될까?

여기까지 쓰느라 머리가 펑크날 것 같아서 이 부분은 퍼붕이들도 생각해보길 바람






분석 끝

사실 처음에는 코팅에 나온 허브 이름 보고 풀발해서 주절주절을 시작한 건데

써내려가면서 여기저기 척척 끼워맞춰지는 거 보고 되게 신기하긴 했음

선서망향을 쓴 스토리 팀이 스카보로 페어를 모티브로 쓴 것 같긴 한데

뭔가 여러 버전의 조금씩 다른 부분들과도 들어맞는(혹은 내가 끼워맞춘 거에 불과한) 거 보고

혼자서 뿌듯함 느끼는 중임 ㅋㅋ


혹시라도 이 긴 글을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 있다면

세레나에게 대신해서 감사를 표하게 하겟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