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도깨비 하월이 겁에 질려 말했다.


[좆됐다..]


[뭐 인마?]


[이거 안죽었어요.]





상급 도깨비 화유가 씩씩대며 말했다.


[슨배임. 얘네들 싹 다 줘패야한다니까요? 2번째 시나리오에서 개연성 조절을 실수하는놈들이 어딨어요! 그리고 뭔짓을 했으면 이계의 신격을 불러와! 나 때는...]


화유의 버럭임에 얼차려 받고있던 하급, 중급 도깨비가 벌벌 떨었다.


[됐네. 그 건은 회의가 끝난 후 이야기하지.]


벌컥!

하급 도깨비 하나가 급히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지부장님..헉..헉.... 들으셔야할 말씀이 있습니다.]


순간 바람은, 노크라는 개념을 도깨비에게 가르치지 않았나라고 생각했다.


화유가 입을 열고 한 마디 하려는 그 순간.


[회수해온 화신체가.. 살아있습니다.]


[뭐?]





콜록!..코콜..콜록!..우웩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하루 아침에 이상한 꿈속에 들어온것도 두렵지만,


이 꿈에서 죽어도 실제로 죽을것만 같다는 느낌이 너무나도 무섭다.


여긴 도대체 어디인가? 나는 왜 이런 모습이 된건가?


이런 구차한 생각을 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날 이렇게 쉽게 죽여버릴 수 있는 녀석들이 득실거리는데.


일단 살아 남는걸 생각하자. 어떻게든 살아남자.

살고싶다. 나는 사라지고싶지 않다.



이라고 다짐해보았지만. 당장에 여기가 어디인가?


무의식속에서 히든 시나리오라는 글자를 분명히 봤었다.


[관리국에서는 스타 스트림 편의 시스템 일부가 사용이 불가합니다.]


관리국? 약간 마블에 나오는 TVA 같은건가?


특성창은 열리네.


이름 :


나이 :


배후성(背後星): 긴고아의


전 용특 성


전용 스 ㅋ


허. 씨발 뭐 제대로 된게 없네.


시나리오창이 안열려서 클리어 조건을 확인 못 하면, 평생 여기 갇혀있어야 하는거야?



마치 미래의 감옥과도 같은 벽을 두들겨봤자 내 손만 아플 뿐. 떠오르는 책략이 있을리가.


[.....건가? 허. 분명 시나리오 난이도 조정하는걸 내 눈으로 봤는데 말일세.]


사람? 이라기엔 마치 각기 다른 80세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합쳐놓은듯한 이질적인 느낌.


[그래. 내가 직접 보도록하지.]


벽이 사라지듯 문이 열렸다.


"누구십니까?.."


[허허. 내 여태까지 시나리오를 관리하며 자네같은 존재는 처음일거야.]


[이미 한 번 죽었는데 도깨비에 의해 시나리오의 존재로 부활. 헌데 왜 의식이 남아있는가?]


"......."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날 갑■■■■■■■■"


분명 나는 말을 하는데 누군가 내 주둥이를 꽉 쥐고 있는 것만 같다.


[...이계의 신격? 여태 인간형태는 한 번도 본적이 없네만.. 처리하는걸로 하지.]


"저도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도깨비 어르신. 부디 살려주십쇼.."


[이것또한 스타 스트림의 뜻이란 말인가? 내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네.]


[시작부터 9급 인외종으로 시작하는 패널티가 있을걸세.

초반엔 좀 나을지만서도. 나중에 종족 변경도 쉽지않지.]


[또한 시나리오의 오류를 그냥 방치하는것 또한 도깨비의 도리가 아니지만.]


[여태 다양한 종류의 오류를 처리할때와는 다른 느낌일세.

자네를 건드리고싶지 않은 내 감이 말해주고 있어.]


[참. 이계의 신격은 자네가 부른게..아닐테지?]


"전 뭐가 뭔지 모릅니다. 시나리오에 적극적으로 참여할테니 여기서 내보내 주십시오."


[흐음. 앞으로 자네는 도깨비의 감시를 받게 될 걸세.

정말 스타 스트림의 의지대로 자네가 살아났다면,

이것 역시도 성좌들에겐 흥미로운 이야기지.]


스르르륵. 스윽. 종잇장 넘기는 소리가 나며 배경이 바뀐다.


마치 90년대 대기업 회장의 방같은 곳.


[이건 비밀일세. 관리국 때문에 시나리오를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것에 대한 보상이야.]


노인 도깨비는 나에게 간단한 셔츠와 바지, 물약 여러개, 매우 가벼운 검 하나를 건네주었다.


[여태 하급 도깨비들이 흘린 피로 만든걸세. 조잡한 설화 덩어리라 좋은 성능은 아니지만, 시나리오 초반엔 꽤 쓸만하지.]



<아이템 정보>


이름 : 아주 옅은 희망


등급 : 일반


설명: 하급 도깨비들의 많은 염원과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물론 그건 주로 야근의 흔적입니다.





[오랜만에 흥미로운 존재를 맞이하니 말이 많아지는군.

이만 가보게.]


"감사합니다. 혹시 저.."


슈슉-


하나만 좀 들어주지 뭐 그리 급하신지.


[..니까요!! 저 진짜 억울..응?]


지하철에서 만난 그 도깨비였다.



<시나리오 클리어에 실패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