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플렛폼을 띄운 최신 스마트폰이 부드럽게 화면을 밀어냈다. 


스크롤을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가, 몇 번이나 그러고 있었을까.


"뭐야 이게 끝이라고....?"


다시 보고, 또 다시 봐도 완전할 완 (完).


소설이 끝났다는 얘기였다.



『전지적 독자 시점』


저자: 싱숑


회차 총 540회.....


외전은 솔직히 포함하면 더 되긴 한데 귀찮아서 언급을 안한다.


아 꼬우면 니들이 쓰던가....


어쩄든 540회에 달하는 장편 판타지 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


줄여서 '전독시'


약 2년 전, 연재가 시작했을 때부터 꾸준히 봐왔다.


중학교때 남들이 자신의 꿈을 이룰 동안에 나는 소설속에서 나만의 꿈을 펼쳤다.


고등학교도 졸업하고 대학을 가면서 운좋게 좋은 직장에서 열심히 살면서 돈을 벌고 이 소설의 일부를 결제했다.


내가 힘들때 마다 나의 손을 잡고 위로해주며 나의 살아갈 의지를 만들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나는 이 소설이 끝났다는 사실에 가상에서 현실로 다시 돌아온 나의 감정을 다스렸다.


"그래.... 뭐, 모든 이야기에는 항상 엔딩이 있기 마련이니까....."


말 그래도 그렇다.


모든 이야기에는 저마다 끝이 존재하는 법, 누군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끝이 정해져 있다면, 끝까지 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잠깐 이것도 어디서 들어봤는데....?


아, 몰라 몰라.....


나는 하나의 세계가 마침내 찰란한 끝을 내렸다는 생각과 함께 허탈함을 느끼며 마지막 화의 댓글창을 열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감사를, 몇몇 사람들은 허무한 엔딩에 욕을 하고 있었다.


'하긴.... 진짜 개같긴했다.....'


구원을 하고 튀는, 이른바 '구원튀'가 많았던 소설이었지만 엔딩까지 구원튀일 줄은 몰랐다.


'마지막에는 행복하게 지냈습니다로 끝나면 어디가 덧나냐고.'


김독자, 이 빌어먹을 주인공 놈은 끝까지 구원자로 남았다.


아니 오히려 위선자라고 봐야 하나....?


아니 세상을 구했으니까, 위선자는 아닐 것이다.


무튼 세상을 [스타 스트림]으로부터 해방시키고, 그 세상을 유지시키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흩뿌렸다.


명실상부, 세상을 구원한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동료들의 마음을 밟아버린, 그야말로 마왕이란 칭호가 어울리는 등장인물이었다.


"······만약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나는 불쾌한 감정을 애써 지우고 핸드폰을 침대에 집어던졌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읽은 이야기들을 곱씹고, 이뤄지지 않는 상상이라도 하며, 자신을 위로했다.


[■■, '■■■ '가 ■■■■.]

 

······방금 눈앞에 무언가가 지나간 것 같았는데, 기분 탓이겠지.


그리고 눈을 감았다.


갑자기 지하철의 불길한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


"학생!!! 여기서 자면 안된다니까?!?!"


한 노파가 나를 향해서 소리쳤다.


"지하철은 모두가 사용하는 말 그대로 공공 장소라고!!!!!"


나는 누워있던 지하철 좌석에서 내리면서 애써 당황한 표정을 감추고 노파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노파는 내가 사과할 줄은 몰랐다는 듯이 다음부터 조심하라는 말을 하고 자신의 말을 들어준 나에게 씨익 웃음을 보이면서 내가 누워 있었던 지하철의 좌석들 중에 하나를 앉았다.


나는 혼란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씨발..... 이게 뭐냐....?'


뭔 잘 짜여진 몰카가 나의 눈앞에 꿈으로서 나타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하철의 사람들의 웅성 거림과 특히 심한 땀의 냄새 나의 심장에서 들려오는 박동까지 모든 것이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이렇게 잘 짜여진 몰카를 일개 시민에게 이벤트나 홍보 영상이 아닌 이상 필요이상으로 해주는 영상 기업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미래에도 이벤트나 홍보 영상이 아닌 이상 해줄리가 없겠지....


그리고 나는 들을 수 있었다.


열차가 미친듯이 멈추고 지하철의 내부는 어두워졌으며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잡음 같은 시스템의 음성을....


[제 8612행성계의 무료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지금부터 메인 시나리오가 시작됩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전독시에서 보았던 문장이 생각났다.


아니 김독자가 멸살법의 묘사를 속으로 독백하는 것을 묘사하는 글을 말이다.


「"도깨비다. " 놈이 처음 나타난 순간, 누군가가 그렇게 얘기했다.」


'왜 갑자기 그 문장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급정거된 지하철. 정전된 객실.'


'기시감을 느끼기에는 정황의 디테일 부족했다.'


'...에이, 설마 지하철 급정거야 종종 있는 일이니까.'


'그럼에도 왜일까, 나는 익숙한 소설의 서두가 자꾸만 눈앞에 떠올랐다.'


'하지만 말도 안된다.'


'그럴리 없잖아?'


'3807칸의 앞쪽 문이 벌컥 열리며 전기가 돌아온 것은 그때였다. 결에 있던 유상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도깨비?"


그래 틀림 없이 도깨비다.


아니, 말이 꼬였다.


내 말은 틀림없이 내가 아는 그 전개라는 말이다.


나는 애써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서 양손과 양팔로 나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꿈속에서 촉각이 그대로 느꼈진다.


"씨발.... 씨발.... 이게 뭐냐고....?!?!?"


내가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하는 동안, 나는 눈을 부릅떴다.


'3707호'라고 적힌 지하철 칸 번호를 말이다.


그리고 들려오는 인기척에 나는 재빨리 뒤를 돌아보니, 그 뒤에는 유상아와 함께 나를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김독자의 모습이었다.


꿈이다.


나는 그렇게 현실을 부정했다.


'그래 꿈이야..... 꿈이 아닌 이상 어떻게 내가 전독시 마지막 화를 보고 이렇게 생생하게 보겠어.....?'


나는 3807호 앞에 있는 문에서 도깨비, 비형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고 미친듯이 광소하면서 말했다.


"너구나? 도깨비 비형이....?"


비형은 나의 말에 잠깐 당황하더니, 나에게 물었다.


[당신은 뭡니까....? ]


"뭐긴 뭐야 너 잡으러 꿈속에서 찾아온 미친놈이지!!!!"


비형은 잠깐 나를 미친 사람으로 보더니, 말했다.


[그렇게 죽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비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오른손이 나의 머리를 향해서 손가락을 휘두르는 행위를 하였다.


그래, 이제 꿈에서 깰 시간이다.


진짜 말도 안되는 꿈이다.


전독시에 내가 그것도 1화 시점으로 들어오다니.... 이거야 말로 진짜 미친 망상충의 최후 아닌가?


내가 아무리 엔딩에 집착했어도 현실을 살아야지.... 이따위 꿈에 집착할 것 같아?!?!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깨야할 꿈에서 깰 때를 기다라고 있는데....?


꿈속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현실적인 충격이 나의 머리를 관통했다.


머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심장은 나의 생명을 경고하는 것 처럼 미친 듯이 쿵쾅된다.


나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이 바닥을 향해서 내리꽃쳤고 생각했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항상 했던 생각을 말이다.


'아.... 살고.... 살고 싶어....'


그리고 잡지 못할 하늘을 향해서 손을 뻗고 시야는 점점 좁아져왔다.


그리고 난 시스템 음이 나의 머리속에 들렸다.


[■■, '■■■ '가 ■■■■]


*


나는 눈을 떴다.


잠깐 죽었는데 눈을 어떻게 뜰 수 있지....?


나는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러분도 저의 말을 듣지 않으면 이 꼴...... 어?]


나를 본보기 삼아서 말하려던 비은 죽었던 내가 살아있는 모습을 보면서 혼란스러워했다.


유상아는 나의 모습을 보고 경악했으며 김독자는 이상한 물체를 눈앞에서 봤다는 듯이 나를 보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이게 뭐냐....?"


나는 머리 주변에 묻은 액체를 만지고 소리쳤다.


"ㅍ, 피!?!?!"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 비형은 '진짜 미친건가....?' 라고 웅얼거렸고 주변에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듯이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눈치 없이 한 소리가 모두가 침묵한 지하철에서 울렸다.


[#BI-7923 채널이 열렸습니다.]


[성좌(星座)들이 입장합니다.]


성좌들은 피가 묻은 나의 모습을 보고 모두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성좌, 절름발이 사기꾼이 이거 무슨 상황이냐고 묻습니다.]


[성좌, 은밀한 모략가가 경악합니다.]


[성좌, 화요일의 쿠키를 굽는 검은소가 뭐지....? 라고 말합니다.]


지하철에는 침묵만이 내리앉았고 나의 혼란스러워 하며 두리번 거리는 모습이 성좌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보일 뿐이었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이제 몇 개는 잊어버렸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것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살아남을 거란 사실이다. (수정) 그런데 나는 살아남을 수 있냐.....?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수정됨)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