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 때려침

다음화부터 다른 캐릭터들도 나올 예정인가



- 끄응, 그러니까... 모든 것이 흑운 지부쪽 관리자가 흡혈귀랑 붙었다고?


"그래. 멍청한 놈들. 관리자라는 직책을 달고 고작 하급 흡혈귀 따위의 꾐에 넘어가다니..."


이어폰 너머로 한숨을 내쉬는 독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뜩이나 일도 많은데 할 일이 더 생기겠네. 중혁은 잠자코 있다간 한참을 이어질 독자의 투덜거림을 생각하며 말을 끊었다.


"시끄럽다. 어쨌든 나머지 보고는 돌아가서 하지."


- 알았어. 그나저나 좀 오래 걸렸다, 중혁아?


"뭐?"


- 벌써 출동한지 일주일이나 지났잖아. 그동안 연락도 없어서 혹시 무슨 일 있나 했다.


일주일?

자신이 일주일이나 정신을 잃었단 말인가.

중혁은 저도모르게 인상을 구겼다.


- 뭐, 너한테 무슨 일이야 있겠냐만은.


"김독자."


중혁은 문득 제 가슴을 관통했던 무기를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어쩐지 가슴에서 작은 통증이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 응?


"전 헌터에게 전파해라. 녀석들이 질 나쁜 장난을 친 듯 하다."


- 뭐야, 또.


중혁의 진중한 목소리에 독자의 목소리도 덩달아 긴장한 기색이 여렸다.


"길이는 약 70cm, 붉은 빛 창.... 이라기보단 꼬챙이다. 녀석의 말로는 같은 흡혈귀가 아니라면 만질 수도 없는 듯 하다."


- 뭐야, 넌 괜찮아?


"내가 고작 그런 장난감에 당할 위인으로 보이나. 그대로 베었다."


- 그래, 그건 그렇지. 주의하라 할게. 하아, 또 할 일이 늘었네. 알았어.


중혁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한 안색으로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닐 제 악우를 떠올렸다.


- 그래서 그 놈들은?


"..."


중혁은 독자의 말을 듣고 말없이 인상을 구겼다.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피해자-실종자-들과 흑운의 관리국.

흡혈귀만을 처치하고 그 뒷처리는 그대로 잊은 것이다.

녀석을 잡아내고도 일주일이나 지났다고 했다.

만일 녀석이 그대로 뒀다면 벌써 밖으로 내빼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젠장..."


초급 헌터도 하지 않을 실수를 저지르다니.

저절로 이가 갈렸다.

중혁이 헌터가 아닌 일반인이었다면 이 도시에 온 후로 치아가 적어도 반은 없어졌을 것이다.


- 응? 무슨 일이야?


이가 갈리는 소리가 이어폰 너머로까지 들렸던 걸까, 독자가 다급히 물었지만 중혁은 그에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


"후에 다시 보고하지. 우선 끊어라."


- 어? 야, 중혁아! 창 잊지 말고 가져ㅇ...


뚝.


중혁은 통화를 끊고 머리를 쓸어올렸다.

우선 관리국을 먼저 찾아가야 했다.

첫 번째 목표를 정한 중혁이 밖으로 나서기 위해 문으로 발을 옮기자 타이밍 좋게 수영이 들어왔다.


"응? 뭐야. 어디가?"


"할 일이 생겼다."


"흐음, 내가 한 번 맞춰볼까? 관리국 가려는거지?"


중혁의 앞을 막아선 수영이 장난스레 웃었다.


"그거, 안 가도 돼. 내가 얘기해 줄게."


.


"음,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새로운 코코아를 타온 수영이 의자에 기대앉으며 물었다.

머그잔 위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한 모금 홀짝이다 생각보다 뜨거웠던 듯 '앗 뜨거' 하고 깜짝 놀란다.


"우선 관리국 얘기부터 듣지."


"아, 맞다. 음, 그러니까..."


수영은 검지에 제 턱을 괴고는 중혁이 쓰러진 이후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수영의 말을 요약하면, 중혁이 쓰러진 이후, 수영이 중혁을 치료하고 직접 관리국으로 찾아갔다고 했다.

허나 이미 관리국의 사람들은 모두 싸늘한 시체가 되어있었고, 그것은 실종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마 그 아이가 너에게 들켰다고 판단하고 처리한게 아닐까? 수영이 코코아를 홀짝이며 덧붙였다.


"...그런가."


중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대강 예상하고는 있던 일이었다.

관리국 창설 전후로도 흡혈귀와 붙어먹으려던 머저리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머저리들의 최후는 대개 비슷했다.


"우선 관리국은 봉쇄해뒀어."


수영이 품에서 꺼낸 무언가를 던졌다.

목에 걸고 다니는 카드 형식의 출입증이었다.

카드 중앙엔 첫날 봤던 중년인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멍청한 놈 같으니. 카드키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럼, 이야기를 재개해볼까?"


마침 코코아도 적당히 식었겠다. 수영이 웃으며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중세시대, 알지? 내가 그 아이와 함께 지냈던게 대충 그 쯤이었어."


"맞아. 그 아이는 몰락해가는 작은 귀족가의 아이였지. 그 아이와 지낸지 10년 쯤 지났을 거야."


"요오~만하던애가 어느새 이~만큼이나 커버려서는."


"그동안 많이 배웠어. 인간들의 세상을. 특히 감정들을."


"솔직하게, 기뻤어. 행복했다고 생각해."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어."


"처음엔 암살이었어. 조용한 밤중에 아이의 침실로, 이상한 놈들이 들어오더라고."


"어쩌면 암살이 아니라 납치가 목적이었을지도."


"나로써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어. 악의."


"내가 막았지. 먹어치웠어. 아이가 깨지 않게."


"처음 먹어본 인간의 피는 별로 맛이 없더라. 그 애를 처음 만났을 땐 그토록 달콤하고 향기로웠는데."


"인간들의 음식에 너무 적응해버렸던걸까."


"어쨌든, 그렇게 첫 습격은 넘겼는데 이 놈들이 보통 끈질겨야지."


"응? 당연히 그때마다 내가 막았지."


"나, 생각보다 강하더라고."


"근데, 습격에서 지킬 수는 있어도, 사냥에서 지킬 수는 없더라."


"후에 알았는데, 그 아이가 그 나라 국왕의 사생아였나봐."


"제 형제들을 모조리 죽이고, 끝내 부모에게도 버려져 국경 끝에서 몰락해가는 작은 귀족가에서 자라던 아이까지." 


"권력이란게 그리도 좋을까. 조용히 제 영지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아이를, 기어코 죽이지 않고서는 제 앞길이 불안했을까."


"마녀사냥, 알지? 응. 끝내는 그 애를 그거로 몰아가더라."


"나 때문이야. 고양이를 닮았다고 했지? 닮았을 뿐, 완전한 고양이는 아니었어."


"꼬리가 두개인 검은 고양이. 마녀의 사역마로 몰아가기 딱 좋은 물건이지."


"평생 살면서 피 한 방울 손에 묻혀본 적 없는 아이를, 마법은 커녕 공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선생에게 혼나던 아이를."


"그토록 순수한 아이를."


"사악한 마녀로 몰아가고, 불태워 죽이려 하더라."


"당연히 그 날도, 지키려 했지."


"근데, 인간이란거, 생각보다 영악하더라."


"마녀를 죽이려 하자 갑자기 고양이가 괴물로 변해선 인간들을 덮친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마녀잖아."


"그 전까진 그 아이를 비호하며 지키는 자들도 여럿 있었는데."


"겨우 고양이 하나 때문에, 제 곁의, 저를 지키려던 사람들이 자신을 혐오하는 눈으로 바라보았을 때."


"그때 그 아이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응. 뭐, 결국 베드 엔딩이지."


수영이 쓰게 웃었다.

마치 이 씁슬함을 중화하기 위해 준비했다는 듯 연거푸 코코아를 홀짝였다.

하지만 수영의 그 얼굴은, 도저히 코코아 따위로 중화될 그것이 아니었다.

그 얼굴을 마주한 중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이야기를 듣는 것을 택했다.

그런 중혁이 고맙다는 듯 수영이 다시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음, 그 애가 쓰러지니까, 정신이, 팍! 끊기더라. 그냥, 컴퓨터 전원을 끄듯이."


"정신을 차려보니 왕성이었어."


"발 아래로 수많은 인간들의 시체들이 밟혔어. 내가 지나온 길은 피로 얼룩져 있었지. 조금씩 기억이 돌아왔어."


"몰려오는 기사들. 죽어가는 병사들. 비명을 지르는 백성들. 도망치는 귀족들. 불타는 건물들."


"민간인이고, 군인이고, 모두 죽였어. 그렇게 그 날 한 나라가 사라졌지."


"작은 왕국이, 고작 나 하나로 무너진거야."


"나, 꽤 강했을지도."


"어느새 내 앞에는 왕세자라는 놈이 있더라."


"제 형제를 죽이고, 누이를 베고, 아비를 암살하고 어미를 독살한 걸로도 모자라 그 아이마저 사냥하려 했던, 끔찍한 존재가."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 빌고 있었어."


"그 때 감정이 어땠더라. 아이의 복수를 마주한 증오심? 복수를 이룬다는 통쾌함? 보복 끝에 찾아오는 허무함?"


"아무 것도 아니었어."


"그냥,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어."


"그저,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아넣고, 피를 빨았어. 모조리."


"지독히도 맛이 없더라."


"그리고, 저주를 내렸어."


"'너는 평생 어둠 속에 숨어 네 동족들의 피만을 갈구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뭐, 이렇게."


"응, 맞아. 그 놈이 흡혈귀들의 시조야."


"내 처음이자 마지막 아이라고도 할 수 있지."


"지금은 뭐하고 지내려나? 모르겠네."


"아까 네가 그랬지? 우리에게 당한 피해자들 중 일부가 감염되어 흡혈귀가 된다고."


"사실 그거, '선택'할 수 있어."


"그 하급이라는 거, 죽지 않을 정도로만 피를 빨고 제 피를 넣으면 돼."


"뭐, 너희가 뭘 기준으로 상중하를 나누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영원히 죽지 않고 인간의 피만을 찾아다니는 흡혈귀가 돼."


"응? 우리도 피는 있어. 단지, 너희처럼 액체가 아닐 뿐. 아, 나는 제외."


"어쨌든, 하나의 나라를 없애고 그 아이를 다시 찾았지."


"처음에 쓰러진 그대로였어. 그 주위에 둘러쌓인 시체들을 제외하고는."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아이를 삼켰어. 내 속에 묻었지."


"그 날, 아마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던 것 같아."


"그 아이는 나에게 부모였고, 형제였고, 스승이었어."


"내가 처음으로 사랑했던 아이."


"네가 보는 이 모습이 그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야."


"그 후? 그냥 이 모습으로 인간들의 삶에 섞여서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지."


"너희 인간들을 증오하냐고? 글쎄, 한때는 그러했지. 하지만 한때 사랑했던 것도 인간이라서."


"굳이 따지자면, 별 감정 없어."


"뭐? 왜 아이들을 막지 않냐고?"


"반대로 생각해봐. 나의 입장에선 너희는 아이들의 먹이고, 따지자면 나는 아이들의 어미인 존재지. 나로서는 아이들을 막을 의무도, 너희를 지킬 의리도 없어."


"나는 다르지만 아이들은 피를 먹지 않으면 살 수 없으니."


"뭐? 부모로서의 애정? 그딴게 있을리가."


"그러니 굳이 아이들을 사냥하는 너희를 막지도 않잖아."


"뭐, 단순히 귀찮은 걸지도 모르지."


"나를 비난하고 싶은 거야? 응? 아니라면 고맙네."


"자, 어쨌든 이제 지루한 옛날 이야기는 끝이야."


"나도 처음 만난 사람에게 과거사까지 다 털어놓을 줄은 몰랐네. 이런 적은 처음인데."


"유중혁이라 했지? '뱀파이어 헌터 유중혁.'"


"내가 원흉이야. 너희 말로는 뭐, 뱀파이어 로드, 퀸, 진조(真祖). 뭐 다 나를 지칭하는 말이네."


"보아하니 우리에게 얽힌게 좀 있는 모양인데."


"어때? 날 죽이고 싶어졌어?"


이야기를 마친 수영이 고개를 들었다.

고양이같던 눈은 곱게 휘었고, 입꼬리는 슬며시 위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영의 그 미소는,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것만 같은 그 미소는 지독히도 슬퍼보였다.

그 미소를 보고 중혁은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조금씩,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고, 수영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가 인간을, 흡혈귀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면..."


중혁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그것이.... 너희의, 의지로, 가능한 일이었다면..."


수영을 바라보는 중혁의 두 눈은, 하나의 작은 감정을 어렴풋이 담고 있었다.


"혹, 반대도, 가능한가...?"


희망이었다.




-


어쩌다 여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처음 기획했던건 단순히 헌터 유중혁이랑 뱀파이어 수영이 보고싶었던건데 스토리가 산으로감

그래서 걍 중수 때려치고 커플링 없이 갈거야

나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