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악! 안돼!"
"언니! 멈춰! 멈추라고!"
"이 미친 새끼야!"
울부짖으며 소리치는 일행들이 하나씩 빛에 삼켜져 사라져갔다.
머리 위로 돋아난 뿔이 간지럽다.
날개죽지가 끊어질 것 같이 고통스럽다.
나도, 당신들과 같이 결말을 보고 싶었는데.
일행들이 하나 둘 씩 사라져가며 절규 또한 작아져갔다.
마지막으로 남은 한 사내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그래도 내 마지막 길은 네가 배웅해주는구나. 나의 주인공, 나의 구원자. 나의 친우여.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힘껏 웃어보였다.
"...김독자."
가만히 나를 바라보던 유중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쩌면 이젠 나를, 이 상황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유중혁은 그렇게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시커먼 전장 속. 떨어지는 포화 속에서, 하얀 빛에 휩쌓이기 시작하는 유중혁이 나에게 말을 건냈다.
"기다려라. 얼마든지 기다려라.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 네가 어디에 있던 내가 널 꼭 찾아낼 것이다."
그 말을 쥐어짜내는 유중혁의 표정은 지금껏 내가 보지 못했던 표정이었다.
괴로움과 슬픔, 안타까움, 고통. 세상 모든 부정한 것들이 뒤섞여 떠오른 듯한, 바라보기 힘들 정도로 지독한 표정이었다.
"응. 고마워, 중혁아."
그 말을 듣고 어찌 거절할 수 있으리.
저 표정을 보고 어떻게 그 선언을 외면할 수 있으리.
더이상 그가 나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곳이 나의 종장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의 모든 것이 이제 끝이 날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이 빌어먹을 진실을 전해줄 용기는 없었다.
내가 어딘가에서 살아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네가 날 찾으려 노력할 것을 알고 있다.
모든 것이 헛수고겠지만 그렇게라도 나를 기억해줬으면 하는 지독한 이기심.
애써 짜낸 미소에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결국, 난 끝까지 너희를 기만할 수 밖에 없구나.
"...그래."
그 말을 끝으로 유중혁마저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제, 이 전장에 남은 것은 나뿐이었다.
한계까지 쥐어짜낸 개연성에 점점 금이 가고 스파크가 치기 시작했다.
[성좌, '가장 어두운 봄의 여왕'이 고개를 떨굽니다.]
[성좌, '술과 황홀경의 신'이 술잔을 던집니다.]
[성좌, '지고한 빛의 신'이 탄식합니다.]
[성좌, '해상전신'이 침음을 삼킵니다.]
[성좌, '고려제일검'이...]
[성좌, ...]
나의 곁에서 나의 이야기를 함께한 성좌들의 메세지가 들려왔다.
성좌라는 것에 대한 나의 인식을 깨부숴준 자들.
겨우 고맙다라는 인사로는 절대 갚을 수 없는 은혜를 베풀어준 자들.
[성좌, '잊혀진 것들의 해방자'가 막내의 안위를 걱정합니다.]
[성좌, '악마같은 불의 심판자'가 절규합니다.]
[성좌, '심연의 흑염룡'이 눈물을 훔칩니다.]
시작부터 나와 함께해온 성좌들이 눈물을 흘렸다.
제천 오빠, 저는 결국 끝까지 짐만 되는 여동생이었네요.
우리엘, 울지 말아요. 미안해요,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것 같아요.
염룡아, 이 누나를 위해서 눈물까지 흘려주다니, 이거 참 영광이네.
[성좌, '은밀한 모략가'가 당신을 비난합니다.]
...끝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
그럼에도 내가 가장 사랑했던 주인공.
그가 지금의 나를 보며 혀를 차고 있을 것이 상상되어 조금은 기뻤다.
이러나 저러나 결국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니.
「김독 자 멍 청이.」
사벽아, 미안해. 그리고 고마웠어.
[전용 스킬, '제 4의 벽'이 화신, '유중혁'에게 전송됩니다.]
몸 안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느낌을 끝으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모두 끝났다.
이제 그들은 더이상 그들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개연성으로 소모되지 않는, 온전한 그들만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가능한 한 모두를 살리고 싶었다.
나도 끝까지 그들과 함께해 이야기의 끝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스타 스트림>의 이야기에서 거스를 수 없는 법칙.
누군가는 희생해야 이야기의 끝을 볼 수 있다.
그저 그 하나의 희생이 나일 뿐이다.
이제서야 내가 생각하던 나의 결말에 다다르게 되었다.
후회는 없다.
이것이 지금껏 그들을 기만해온 나의 속죄이고, 그럼에도 나를 믿어온 그들을 향한 마지막 기만이었다.
곧이어 새카만 포말이 나를 감쌌다.
.
치익, 덜컹덜컹.
몸이 흔들리는 느낌에 눈이 자연스레 떠졌다. 마치 지하철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지하철?
지하철이었다.
맞은 편에 앉아 졸고 있는 대학생. 그 옆에서 이어폰을 낀 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여학생. 그 앞에 서서 손잡이를 잡고 노선을 보고 있는 중년인. 창 밖으로 보이는 익숙한 서울 저녁의 야경들.
내 두 눈에 들어오는 이 풍경은 지하철이 확실했다.
시선을 내리니 보이는 항상 입고 있던 검은 여성용 정장. 불광행 3호선 3807번 열차. 모든 것이 시작된 바로 그 장소였다.
죽기 전에 본다는 주마등 따위가 아니었다.
분명 새카만 포말에 삼켜지고 그대로 목숨을 잃고 끝이 났어야 할 나의 이야기가, 그 이야기가 시작된 장소에서 다시 재개되고 있었다.
나도 회귀한 건가? 중혁이처럼?
놀란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무언가 달랐다. 곁에는 유상아가 없었다. 맞은 편에 앉아있던 곤충 소년도, 그 모친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여성을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는 시선이 여럿 있었으나 개의치 않고 지하철 내부를 둘러봤다.
한명오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유상아가 없으니 그녀를 따라올 한명오가 있을리 없었다.
아냐, 뭔가 이상해.
그들 대신 있어야 할 이현성도, 김남운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이곳은 내가 살던 서울은 절대로 아니었으며, 내가 알던 '멸살법' 속의 세계는 더더욱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두려움을 안고 떨리는 손으로 3707번 칸으로 향하는 문을 짚었다.
그는 없을 것이 분명했다.
사라진 이현성과 김남운처럼, 그가 이 문 뒤에 서있을 확률은 제로에 수렴했다.
이곳은 내가 알던 그 세계선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내 눈으로 그 광경을 직접 확인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잔인하고 지독한 결말이지만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버튼을 누르자 기잉, 하는 소리와 함께 은색 문이 열렸다.
"아, 아아..."
있을 수 없는 남자.
지금 이곳에 있어선 안되는 사람.
"흐윽, 흐아아..."
하지만 늘 그렇듯 말도 안되는 개연성으로 나타나선 나를 구원해준 남자.
"...김독자."
그가, 내 앞에 있었다.
"중혁, 중혁아..."
늘 봐왔던 검은 코트.
조금은 시간이 지났는지 검은 머리칼 사이로 얼핏 보이는 새치들.
언제나 올곧았던 눈썹과 그 아래 박힌 흑요석같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널.... 반드시 찾아낼 것이라 말했다."
그 말에 온몸에 힘이 빠지며 그대로 무너지는 몸을 그가 받아냈다.
메아리치는 절규가 미처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지 못하고 소리없는 흐느낌으로 변했다.
어떻게 그가 나타났는지 지금의 나는 알 수는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일행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나에겐 그럴 자격조차 없었다.
"흑, 흐윽..."
나는 그렇게 그의 품에서 한참을 눈물을 쏟았다.
여독자 회귀물로 써볼가 했는데 귀찮아져서 걍 찎쌈
길어질게 분명한 시리즈물은 쓸 용기가 업어
회귀물(이었던것)
999 중혁이랑 같은 선택을 하고 사라지는 여독자랑 약속대로 결을 보고 어떻게든 찾아낸 중혁이
저 뒤로 중혁이랑 독자는 방주타고 원래 세계선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앗답니다 짞짞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