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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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아.... 사...해......."
"으이구, 잠꼬대하고는."
한수영은 술에 만취한 나를 침대에 눕히고 옆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잘생기긴 했네.
"......"
"...... 나도 술 취했나 보다."
한동안 묵묵히 나를 바라보던 한수영은 다시 일어나서 문 밖으로 나갔다.
한수영이 나가자 침대 밑에서 고등학생 쯤 되어보이는 인형 두 개가 슬그머니 올라오고 있었다.
"형 오면 놀래키려고 기다렸는데 이게 무슨......"
"아저씨.....?"
*
"..........진짜............"
".......자씨..............."
"자고......................"
희미하게 들려오는 대화 소리.
그 소리에 눈을 뜬 나는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열고 나아갔다.
"다들 잘잤어요?"
"독자 씨, 일어나셨습니까?"
"형, 일어났어요?"
"자네 얼른 여기 앉아보게."
"싸가지 없는 놈. 빨리 여기 앉아봐."
"다들 무슨일인데요?"
내가 자리에 앉아 어제 내가 술취한 상태로 한수영에게 부축받으며 들어온 것과 내가 사랑한다고 말했던 것, 한수영이 자고 있는 나를 보며 잘생겼다고 한 내용... 들이 나를 향해 쏟아졌다.
"혹시 수영 씨랑 사귀는 사이이신 겁니까?"
"형, 수영 누나랑 무슨 사이인거야?
"자네는 혹시 한수영 씨와 사귀는 중인건가?"
"놈팽이 자식. 유상아 씨는 아니라 다행이구만."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
"......말꼬리 잡지 말고 길영아."
"치......"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는 나의 대답에 일행들은 재미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시선을 피하며 자연스럽게 기지개를 펴며 문 밖을 나섰다.
***
"언니! 우리 아저씨랑 무슨 사이에요?"
아침부터 커피 한 잔을 즐기고 있던 내게 신유승이 딩황스러운 질문을 하였고, 그 질문에 놀란 나머지 사레가 들린 나는 기침을 하며 대답을 했다.
"크흡, 컥컥. 가, 갑자기 무슨 생뚱 맞은 소리야?"
샤워를 마쳤는지 머리에는 수건을, 몸에는 가운을 두른 정희원이 욕실에서 나오며 나를 바라보고는 물었다.
"응? 한수영, 너 어제 독자 씨랑 무슨 일 있었냐?"
"아무 일도 없었는데?"
"아무 일도 없기는! 아저씨가 언니보고 사랑한다고 하는 거나 언니가 아저씨 보고 잘생겼다 말하는 걸 다 들었는데!"
"......너 그건 어떻게 알았냐?"
"아저씨 놀래키려고 침대 밑에 숨어있었거든요."
콩
나는 신유승의 머리를 약하게 쥐여박았다.
"아, 아파요. 언니."
"시끄러워, 꼬맹이."
"야, 넌 왜 애를 때리고 그러냐."
"......"
"근데 방금 유승이가 한 소리는 다 뭐야?"
지금 일어났는지 자신의 방 문을 열고 나온 유상아가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며 말했다.
"그러게요. 수영 씨, 무슨 일이에요?"
"너네가 알 거 없어."
"에이, 친구 좋다는게 뭔데에. 얼른 말해봐. 우리가 들어줄게."
"친구는 무슨."
"몇 년을 함께했는데 당연히 친구지!"
"설마 수영 씨, 우리랑 거리두는 거예요?"
"하...... 진짜 뭔 말을 못하겠네."
나는 정희원과 유상아의 말에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친구라......
"부정을 딱히 안하시네요?"
"부정해줘?"
"아뇨, 사양할게요."
"아니, 그래서 유승이가 한 말은 뭐냐고."
"그냥 꼬맹이가 말한 거 그대로지 뭘."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해."
나는 마지못해 그 날 김독자를 방에 데려다주며 있었던 일들과 그의 방에서의 일들을 말해줬다.
"오올 한수영~. 그럼 이제 사귀는거야?"
"아직은"
"그럼 수영 씨가 고백하시지 그래요?"
"...... 유상아, 넌 내가 김독자랑 사겨도 상관없어?"
"음...... 크게 상관없을 거 같은데요?"
"그게 무슨 소리야. 너도 김독자 좋아하잖아."
"에이, 우리는 그냥 직장 동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몇 번 말해요."
"에휴...... 그래 알았다."
나는 남은 커피를 마저 마시고 산책이나 할 생각으로 문을 열고 나갔다.
***
"어? 한수영?"
내가 문을 열고 나오자 동시에 반대편에서 한수영도 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등 뒤로 내가 잘 알고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한수영. 독자 씨한테 고백하러 가냐?"
"뒈질래?"
"파잍.."
쾅!
정희원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
그나저나 고백..? 나한테..? 이게 다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진 나는 한수영에게 물어보았다.
"저게 다 무슨 소리야?"
"...... 너 어제 일 기억안나냐?"
확실하진 않아도 어렴풋이 떠오르는 조각들. 방금 전까지 길영이와 다른 일행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들. 한수영은 지금 그 조각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어.. 대충은?"
"에휴...... 일단 좀 걷자."
*
나와 한수영은 호텔 밖으로 나와 바닷가를 향해 걷고 있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너, 어제 일 어느 정도 기억나냐?"
"음, 대충 내가 너보고 사랑한다고 했던거까지?"
"거의 다 기억나나 보네."
"아, 그리고 이건 길영이가 말해줘서 안건데......"
나는 한수영이 잠든 나를 보며 잘생겼다라고 말했던 것 또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영의 얼굴은 점차 아름다운 선홍색으로 물들어 갔고, 그녀는 입을 열었다.
"......결국 다 알고 있는거네."
"그럴걸?"
"그래서 너는 어떻게 생각해?"
"뭘?"
"그걸 말을 해줘야만... 에휴 됐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을 끝맽는 한수영을 보며 나는 그녀를 대신해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을 했다.
"나랑 사귈래?"
"내가 왜?"
"...... 너도 이 말 하고 싶었던거 아녔어?"
"......"
한수영은 다시 침묵을 지켰으며, 나는 그런 그녀를 보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양 볼을 움켜쥐면서 말했다.
"으이구, 우리 수영이"
"...... 이거 안놓냐?"
"괜히 부끄러워서 틱틱다는거 봐. 귀엽다 진짜."
어제와 비슷한 상황. 다만 다른 점이 두가지 있었다.
하나, 나와 한수영 둘 다 맨정신이라는 것
둘, 그녀가 내 손길을 피하지 않는다는 것
"수영아"
나는 그녀의 볼을 조물딱거리던 두 손을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나랑 사귀자. 진심이야."
"......"
"대답해주라."
"...... 내가 너 없는 동안 얼마나 슬펐는지 알아?"
그녀는 나의 고백이 대한 대답 대신, 내가 없던 사이 그녀에게 일어났던 심경 변화들에 대해 토로하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고. 매일 너가 일어나진 않았을까, 병실 문 앞을 서성거리기도 하고. 혹시 나를 기억하지는 못할까, 걱정에 밤새우고!"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면서 다짐한게 하나 있었어."
"너가 조금의 기억이라도 되찾아, 우리를 다시 한 번 기억해 준다면... "
"나는 언제까지고 영원히, 너를 위한 종장을 쓰겠다고."
"사랑해 독자야"